헌옷수거함의 비밀
헌옷수거함의 비밀
  • 이희은 청주시 감염병대응과 주무관
  • 승인 2023.01.31 16: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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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이희은 청주시 감염병대응과 주무관
이희은 청주시 감염병대응과 주무관

 

대부분의 사람들은 계절이 바뀌는 때가 오면 새 옷을 사고 묵은 옷을 정리한다. 기분전환으로 유행하는 옷을 사고, 멀쩡하지만 철 지나 입기가 거북해진 옷들은 미니멀리즘을 실현해 보자는 명목하에 버리는 쪽을 택한다.

옷을 버릴 땐 헌 옷 수거함을 이용하곤 하는데 요즘은 친절하게도 헌옷을 수거해가면서 ㎏당 얼마씩 값을 매겨준다는 곳들도 있다. 헌 옷을 버리는 수고를 덜어주면서 돈까지 준다니 이렇게 고마울 데가.

하지만 이렇게 모아진 옷들은 중고의류 수출 업체를 통해 개발도상국으로 보내지게 되는데 대표적인 곳으로 서아프리카 최대 중고시장인 가나의 칸타만토 시장이 있다. 이곳에는 전 세계에서 수출되는 헌 옷들이 매주 모인다. 참고로 헌 옷 수출국 순위는 1위 미국, 2위 영국, 3위 독일, 4위 중국에 이어 우리나라가 세계 5위다.

매주 도착한 컨테이너 안에는 내용물이 보이지 않도록 감싸진 헌 옷 포대가 있고 포대 속에는 헌 옷이 무작위로 들어 있어 그 안에 쓸만한 것이 있는지는 복불복이다. 가나의 상인들은 복불복 포대 속에서 판매할 만한 옷을 선별해 내는데 그중 40%는 다시 버려진다.

시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강은 이미 헌 옷 쓰레기로 가득 메워져 헌 옷 동산이 형성되어 있다. 그 위로는 소들이 초록색 풀 대신 알록달록한 합성섬유로 배를 채우고 있다.

가나인들이 `생계'를 위해 했던 헌 옷 수입 판매가 이제는 그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환경전문가들은 패스트패션, 과잉생산·소비로 인한 환경문제에 대해 오래전부터 입을 모았다. 급기야 요즘 의류업계에서는 기업들 사이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ESG(Environment Social Gover

nance)경영을 내세우며 이제는 페트병으로 만든 옷을 판매한다고 한다.

합성섬유로 만들어진 옷 1㎏을 세탁할 때 배출되는 미세플라스틱양 67만5000개. 문제는 눈에 보이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우리가 노력해서 수거할 수 있지만 이렇게 나노형태로 분해되고 나면 수거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이런 미세플라스틱은 인간을 포함한 지구에 사는 모든 생물이 먹고 마시며 몸 안에 축적된다.

인간은 지구와 대자연 앞에서 한없이 나약한 존재이며 이미 환경문제에 대한 경각심과 실천은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이제 우리는 전 지구적 생존을 위해 작은 실천부터 해나가야 한다. 소비자는 옷을 필요한 만큼만 구입하고 생산자는 생산량을 적절히 조절해야 한다. 또한 건강과 환경을 위해 되도록 합성섬유는 피하며 버려야만 하는 옷은 헌 옷 수거함이 아닌 쓰레기통에 버려야 한다.

그 옛날 조선시대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난 화산 폭발이 나비효과가 되어몇 년 후 온 지구의 기온을 낮추고 대기근을 불러왔던 것처럼 아프리카에 버려지는 헌 옷들도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의 숨통을 조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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