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풍화가 빚은 푸른 석벽
세월 풍화가 빚은 푸른 석벽
  • 연지민 기자
  • 승인 2023.01.26 2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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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 그곳에 가다-충북의 미래유산을 찾아
단양 사인암
비바람 견뎌낸 단단한 바위
올곧은 선비의 기개 떠올라

 

강가에 구르는 돌 하나도 오랜 시간을 품고 있습니다.

길어야 100년 살다 가는 사람들은 도저히 가질 수 없는 시간을 작은 돌멩이들이 옹골차게 쥐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우리 선조는 바위나 돌에 대한 경이로움이 남달랐습니다.

비바람을 견디고 긴 시간을 이겨낸 바위의 단단함이 선비의 표상처럼 받아들였기 때문입니다.

그중에서도 단양의 사인암은 깎아지른 듯 하늘을 향해 수직으로 뻗은 푸른 석벽이 일품입니다. 칼로 붓질한 듯 입체적인 표면과 석벽 정수리에 깃발을 꽂은 듯 자란 소나무의 결기도 범상치 않습니다.

석벽 앞에서 세월은 무색합니다. 단원 김홍도의 그림 속 사인암은 움틀움틀 매혹적이고, `옥을 깎은 붉은 절벽 만길 높이 솟았고, 푸른 물에 구름 바위 거꾸로 꽂히었네!'라고 읊은 다산 정약용의 시는 여전히 쩌렁쩌렁합니다.

화가로 학자로 양대산맥을 이룬 단원과 다산의 명성만큼 사인암은 조선 선비들의 버킷리스트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연지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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