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가!
지금, 여기가!
  • 구숙진 KPCA 그림책 지도자
  • 승인 2023.01.12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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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그릇에 담긴 우리 이야기
구숙진 KPCA 그림책 지도자
구숙진 KPCA 그림책 지도자

 

소란스럽기만 한 나의 나날에 숨을 불어 넣는 작업 공간(공책)이 있다. 오늘의 순간순간을 모은 `오늘을, 어제로'라는 일기장이 있고, 한 줄 글 또는 한 줌 순간을 모은 `오늘을, 내일로'라는 사색 공책이 있다. 오십 줄에 들어서며 맘먹은 것 중, 늘그막에 시작한 순간과 일상에 대한 기록으로 믿음과 신념의 바탕이 되는 나의 의식을 글로 옮기는 공간이다.

일상을 사랑하고 일상을 이루는 순간을 소중하게 여기는 연유로 <하루살이가 만난 내일/나현정/글로연>이란 제목은 나의 의지를 굳건하게 도와주기에 충분했다. 내일은, 나에게로 자연스레 오는 시간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알 수 없는 시간이기에 설렘과 불안을 준다. 그 내일의 존재를 모르는 하루살이가 있다. 아는 것만 알다가 떠날 하루살이였지만 `이런 풍경을 하루만 볼 수 있다니, 아쉬워.'라는 삶을 막고 있는 유한에 대한 아쉬움은 내일이라는 미지의 세계로 이끄는 단초가 됐다.

나는 내일을 만나기 위해 오늘을 어제로 보낸다. 굳이 보내지 않아도 내일은 온다. 단지, 맞이한다는 의지를 표현하기 위한 형식이며 시간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다. 대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결과를 바꿔 놓고 욕망은 시선의 방향을 잡아준다. 작가는 내일을 만나기 위한 하루살이의 여정을 통해 내일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을 보여준다.

자라는 일이 더 많을 어린 새싹은 내일이 아주 높은 곳에 있다고 하고, 씨앗을 품고 있는 시든 꽃은 씨앗이 자랄 저 아래 깊은 곳에 있다고 여긴다. 내일에 대해 희망 섞인 바람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기대감이 적은, 삶의 끝을 향해 치닫는 노인들에겐 어둠을 품고 있는 것으로 보일 것이고, 갇힌 공간에 사는 금붕어의 내일은 희망이 없는 잊힌 시간일 것이다. 내일은 자연의 순리대로만 흘러오지 않는다. 예정에 없는 새로움을 안고 오기도 한다. 오랜 기다림 끝에 선물처럼 오는 아이를 기다리는 엄마, 늑대를 만난 토끼, 고양이를 만난 하루살이. 새로운 내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니 설렘일 수도 있고, 두려움일 수도 있다.

모두의 내일은 이렇듯 다양한 곳에 산재해 있는데…. 하루살이는 내일을 찾았을까? 하루살이는 봤다. 내일은 아름다운 곳에만 있는 것도 아니고, 아프고 힘겨운 곳에도 있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누가 찾아 주는 것도 아니고 다른 이가 보내주는 것도 아니란 걸 알았다. 오로지 하루살이만의 순간이 모여 수많은 내일이 된다는 걸 알았다.

나에게도 수많은 내일이 있다. 내가 모은 순간이 유의미한 내일로 보내는 내 삶의 바탕이 될 것이다. “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하기만 한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드라마 `눈이 부시게'의 마지막 대사의 일부다.

한 점인 순간! 수많은 점이 있어야 오늘이 되고, 수많은 오늘이 모여야 나의 과거가 이루어진다. 한 점인 순간! 과거와 미래를 잇는 시간이다. 지금, 여기에서 나의 내일을 그리는 것. 오늘 하루, 지금 여기 이 순간이 소중한 이유다.

노파심에 한 가지 보탠다. `타인의 불행 위에 자신의 행복을 쌓지 말라'는 법륜 스님의 법문을 보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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