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묘년엔 역시 토끼 이야기
계묘년엔 역시 토끼 이야기
  • 윤나영 충북문화재연구원 문화재활용실장
  • 승인 2023.01.08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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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문화유산의 이야기
윤나영 충북문화재연구원 문화재활용실장
윤나영 충북문화재연구원 문화재활용실장

 

새해가 시작할 때면 늘 펴보는 책이 있다. 바로 민속학자 천진기 선생이 쓴 『한국동물민속론』이다. 이 책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동물이 가진 역사적 상징적 의미를 집대성한 책으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상징동물인 십이지(十二支) 동물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체계적으로 정리해두었다.
새해의 시작엔 응당 띠 이야기가 있으니, 자연스럽게 연초가 되면 이 책을 찾아들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상징성을 지니고 있는 동물은 뭐니뭐니 해도 십이지 속 동물들이다.
이 열두 동물들은 통일신라 시대부터 근대까지 끊임없이 우리 문화 곳곳에 등장하고 있으며, 지금도 우리 일상에서 유·무형의 유산으로 나타나고 있다. 여전히 우리는 새해가 되면 그 해 띠 동물로 한해 운수를 점치고, 아이가 태어나면 띠 동물과 연관시켜 미래를 예지하기도 하며, 결혼 상대를 만나면 띠를 가지고 궁합을 맞춰보기도 한다. 이처럼 우리 생활에 뿌리 깊게 박혀있는 한국의 띠 문화를 두고 천진기 선생은 중국의 생초문화(生肖文化)에 기반을 두고 있는 십이지 사상이 우리나라에 오랫동안 전래 되면서 한국인의 경험과 지혜가 어우러졌고, 그 결과 “민의 종합적 사고 형태이자 생활철학의 관념체계”가 되었다고 하였다.
올해 계묘년을 시작하면서도 새해 인사나 연하장, 혹은 이모티콘 등으로 토끼와 관련된 인사를 나눈 이들이 많았을 것이다. 토끼는 십이지 중 네 번째 해당하는 동물로, 방위로 치면 정동쪽, 달로 치면 농경기가 시작하는 음력 2월을 상징한다. 또 시간으로 보면 하루를 시작하는 새벽인 오전 5~7시에 해당한다. 그래서 십이지 중 토끼는 시작을 상징하는 동물이자 동시에 만물의 생장과 번창, 풍요를 상징하는 동물로 여겨졌다.
그런가 하면 토끼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는 것이 또 달이다. 달토끼 전설은 고구려 고분벽화에서도 등장할 만큼 유서깊은 설화로, 중국 집안지역에 있는 <장천1호분> 천정을 보면 달 속에서 약을 찧고 있는 토끼가 두꺼비와 함께 나란히 그려져 있다. 그 외 덕화리 고분, 개마총 등 다른 고구려 고분벽화의 천정에서 토끼와 두꺼비의 모습을 함께 찾아볼 수 있으며, 낙랑고분에서 출토된 유물에서도 같은 모습이 나타난다. 이렇게 달과 토끼, 그리고 두꺼비가 함께 묘사된 것은 중국 고대 설화인 <항아 전설>에서 유래된 것으로 학자들은 보고 있다. 이런 달토끼의 모티프는 삼국시대 이후에도 계속 이어지는데, 특히 고려청자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국보 <청자 투각칠보문뚜껑 향로>에서도 이 달토끼의 모티프를 찾아볼 수 있다. 화려한 연꽃 위에 칠보문으로 투각한 둥근 구체(달)를 얹고 있는 이 향로를 잘 보면 받침다리가 귀여운 토끼 형태이다. 이처럼 달토끼의 모티프는 우리나라 문화 곳곳에서 응용되며 사랑받아 왔다.
또 토끼는 `지혜와 꾀'를 상징하는 동물로도 사랑받았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용왕과 자라를 속이고 용궁을 탈출하는 별주부전 속 토끼이다. 이 이야기는 『삼국사기』 속 김춘추와 보장왕의 외교 담판에도 등장할만큼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이후 판소리 「수궁가」, 「별주부전」 등의 모습으로 변모하면서 지금까지 우리 민족이 가장 사랑하는 옛 이야기로 자리잡고 있다.
이처럼 토끼는 우리 민족의 역사와 함께하며 우리 문화 곳곳에서 등장하였으며 지금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비록 그 안에 담긴 상징적 의미는 조금씩 변했지만 여전히 지혜 하나로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하는 동물로 자신보다 덩치 큰 적을 골탕먹이는 꾀쟁이로 계속 사랑받을 것이다.
올해 세계적인 경제 위기를 경고하는 목소리들이 곳곳에서 들려온다. 부디 독자 여러분들 모두 토끼처럼 지혜롭게 이 어려움의 시기를 극복하시고 번창, 풍요하시길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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