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냉각기 갖고 대화 나서야
짧은 냉각기 갖고 대화 나서야
  • 이형모 기자
  • 승인 2023.01.05 16: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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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이형모 선임기자
이형모 선임기자

 

예견은 했다.

여야 의원수가 같은 구도에서 갈등은 있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미루어 짐작됐다.

다만 의회 본연의 책무를 잊을 만큼 극한 대립 양상으로 치달을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청주시의회가 소통과 협치는 사라지고 갈등과 반목이 극단으로 치닫는 것 같아 안타깝다.

출범 6개월을 맞은 제3대 청주시의회가 무한 갈등으로 빠져들고 있다. 여야 동수인 상황에서 옛 청주시청 본관 철거 문제가 갈등의 블랙홀이 됐다.

통합과 협치의 정신은 자취를 감추고 반목과 갈등만 남았다. 대화의 창은 닫아둔 채 `네탓' 공방만 벌이고 있다.

6·1 지방선거 이후 청주시의회 여야의 협치는 하향 곡선을 그렸다. 원 구성이 끝난 직후 잇따라 통합 메시지가 나왔지만 공언에 그쳤다.

김병국 의장은 당선 직후 인터뷰에서 통합과 협치에 방점을 찍고 “상대방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가운데 대화 속에서 문제를 풀어가면 된다”고 했다.

그는 “의회 구성은 상생하고 협치하라는 시민의 준엄한 명령이다. 현안 등 정당의 이해관계가 있더라도 충분한 대화로 못 해결할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화합과 협치 메시지는 이후 공염불이 됐다.

옛 청주시청 본관 철거 문제로 긴장이 고조되다 관련 예산 통과를 계기로 전면전 양상이 됐다.

당시 민주당이 수적 우위에 있는 도시건설위원회는 문화재적 가치에 대한 문화재청 협의가 우선이라며 집행부가 신청한 본관 철거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그러자 국민의힘이 1명 더 많은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이 예산을 전액 되살렸다.

여야는 본관 철거 문제에 대한 협상을 벌였으나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한 채 대치로 일관했다.

민주당은 본관 철거비를 뺀 수정안을 만들어 처리하자는 입장을 견지했으나 국민의힘은 `선 예산 통과, 후 여론조사·문화재청 협의'를 주장했다.

결국 민주당의 본회의장 입장 거부로 청주시의 내년도 예산안은 정례회에서 처리되지 못하고 파행됐다.

민주당은 원포인트 임시회에서 본관 철거 예산이 가결되자 부의장과 상임위원장직 사퇴 카드를 꺼내들었다.

김 의장 불신임안도 추진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민주당은 김 의장의 공개 사과와 함께 본관 철거 예산과 관련한 의회 차원의 재논의를 요구하고 있지만 김 의장은 민주당 특정 의원을 이번 의회 파행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책임론을 제기하고 나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본관 철거 예산 통과와 관련해 시의회 여야는 상대가 몽니를 부린다고 삿대질한다.

국민의힘은 세 가지 협상안을 제시했지만 민주당이 존치만 고집했다고 비난하고 민주당은 의장이 야당과 소통과 협치를 하지 않았다고 반박한다.

양당 모두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얘기들이다.

문제는 의견차가 크다는 것이 아니라 그 간격을 좁히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대화와 타협을 통해 접점을 찾아가는 과정인데 이게 실종됐다.

일부의 걱정처럼 대화의 문이 아예 열리지 못하는 상황까지는 생기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당장은 대화의 판을 까는데까지가 힘들 것이다.

당분간 냉각기는 필요하다.

국민의힘은 야당이 대화에 나설 수 있는 명분을 주어야 하고 민주당은 본관 철거가 이범석 시장의 공약이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협치와 통합은 선택 사항이 아니다. 다름을 인정하지 않으면 접점 찾기가 불가능해 결국 모든 시민이 피해자가 된다.

여야 동수라는 정치 지형을 만든 시민의 뜻을 헤아려 시정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함께 힘을 합쳐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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