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의 나무'
`청주의 나무'
  • 정인영 사진가
  • 승인 2023.01.05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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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정인영 사진가
정인영 사진가

 

어린 시절 고향마을 흐르늪에 삶의 여유로움을 주는 느티나무 한그루가 있었다.

힘들고 어려웠던 그때 세상살이에 작은 위안을 주던 그 느티나무 아래에서 사람들이 나무에 기대어 울기도 하고, 한여름의 찌는 듯한 무더위와 흘러내리는 땀을 식히면서 고달픈 삶에 지친 몸과 마음의 쉼터였다.

느티나무는 마을전체의 따스한 품이어서 참 좋았다.

그 고마움을 마을에서는 해마다 음력 정월 보름날 느티나무에서 성황신에게 올리는 고사의례를 드렸다. 날이 가고, 해가 갈 수록 느티나무는 마을사람들의 정신적인 지주로서 그 가치가 상당했다.

서른살의 역사를 지닌 사진모임 서평포토가 스물일곱번째 회원전에서 `청주의 나무'를 주제로 전시했다.

산업화의 물결에 휘둘려 개발에 거추장스럽다는 이유만으로 알게 모르게 사라져간 나무들을 카메라에 담아 의미를 주었다.

꿋꿋한 기상으로 그 의미를 이어온 가치를 회원 사진가들의 각별한 애정으로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어줄 다리를 놓았다. 사람들과 희노애락을 함께 해온 나무들의 한결같음에서 초연함과 의연함도 느낄수 있었다.

길고 긴 세월동안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나무라 할지라도 나무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을 소리없이 가고 있음이 어느 무엇보다도 얼마나 위대한가 생각해볼 일이다. 사람들 모두가 기나긴 시간 그대로 나무의 진정한 값어치를 인정하면서 더디디 더딘 성장의 내면을 단단함으로 뒤틀리지 않는 견고함으로 오늘에 이르고 있음을 살펴볼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강대식은 강인한 생명력과 번식력을 지닌 여성성을 버드나무로 하여 재생과 치유의 능력을 이야기했으며, 권광택은 고귀함의 뜻으로 미래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미륵불의 탄생을 염원한다는 향나무와 끈끈한 의지의 굳건함을 팽나무로 말했다.

장수와 희망을 실은 평화의 상징을 은행나무로 한 추억의 아름다움을 김해숙이 말했고, 나기옥은 살구나무와 벚나무외에 메타세콰이어가 늘어선 길을 보여 주었으며, 문희종의 성황당 느티나무와 사라져감을 예고하는 느티나무로 어제를 돌이켜 보았다.

박종열이 은행나무가 있는 마을풍경과 나무가 있는 공원을 내놓았으며 성우환은 모과나무로 이중적 인식의 편견을 경계하면서 천연기념물 삼지송도 소개했고 신은경의 은행나무에 버드나무도 노력한 흔적을 알 수 있었다.

신종섭은 은행나무 느티나무 버드나무를 정자가 있는 쉼터로 조명했고 이운영의 느티나무에서 광각렌즈를 제대로 이용할줄 아는 사진가의 면모를 읽을 수 있었으며 임은규는 느티나무를 이용한 디자인적 패턴이 남달랐다.

조항광의 단풍나무 복숭아 산수유 풍년화 꽃사진에서 아름다움의 보편성을 인식할 수 있었고 최세준이 찍은 곧게 자라며 오랫동안 살아간다는 보호수가 버드나무와 느티나무로 충절 지조 장수를 의미했으며 최시식은 한국인의 기상 소나무와 밭둑의 버드나무를 하얀 눈이 내리는 겨울나무와 전시했다.

김운기 고문은 살아천년 죽어천년의 상징 주목나무로 서평포토의 영원함을 격려하는 듯 했다.

이번 전시를 보면서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나무들이 어쩔 수 없이 사라지더라도 그 흔적만큼은 우리의 기억속에서 계속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을 얻을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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