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족을 향한 걸음
2% 부족을 향한 걸음
  • 구숙진 KPCA 그림책 지도사
  • 승인 2022.12.29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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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그릇에 담긴 우리이야기
구숙진 KPCA 그림책 지도사
구숙진 KPCA 그림책 지도사

 

`믿음은 생각을 낳고, 생각은 감정을 낳고, 감정은 행동을 낳는다. 행동은 결과를 낳으며 결과는 또 다른 새로운 믿음을 낳는다.'라는 격언이 있다. 어느 블로거의 정리에 도움을 받자면 테레사 수녀가 남긴 말이라는, 간디의 명언이라는, 마거릿 대처가 아버지에게 듣고 좌우명으로 삼았다는, 부처님의 명언이라는, 노자의 <도덕경>에 나온다는 등 설이 많다. 어느 선각자가 한 말이든 시대와 지역을 불문하고, 삶의 방향과 질을 가꾸기에 더없이 공감되는 말이기에 살을 보태고 숨을 불어넣어 지속적으로 내놓는 것이다.

보편적이나 행하기 어려운 이 말에 해학과 지혜를 넣은 책이 있다. `피튜니아, 공부를 시작하다/로저 뒤봐젱 그림·글/서애경 옮김/시공주니어'는 암거위 피튜니아의 일상에서 믿음이 낳은 행동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 책의 첫 문장은 `피튜니아는 하는 짓이 어수룩해서 맹추라고 놀림을 받는 암거위야.'라고 단정 짓고 시작한다. 그러나 그림으로 보여주는 피튜니아의 표정은 해맑다. 맹추인 것을 모르거나, 사고력이 뛰어난 거위라고 자기규정을 한 거위일 거다. 내 보기엔 후자에 가깝다.

산책하던 중 발견한 낯선 물건! 주인 집 아들 빌이 학교에서 돌아올 때 옆구리에 끼고 다니던 것이며, 책을 지니고 있고 책을 사랑하는 사람은 지혜롭다고 한 목장 주인 펌킨 씨의 말을 생각해내어 낯선 것이 책이란 걸 알아챈다. 거기에 늘 끼고 다니며 애지중지하면 자기도 지혜로워질 수 있다는 추론까지 해내는 걸 보면 분명 맹추는 아니다.

책을 지니고 있느니 지혜로워졌다는 자기규정 효과에 빠진 피튜니아는 더 교만해지고 그러고도 더 교만해져 목을 잔뜩 늘여 빼고 다닌다. 목장 친구들도 지혜로워졌다고 여겨 조언을 구한다. 관찰력과 기억력이 좋은 피튜니아는 합리적인 사고를 통한 문제의 근원을 찾아내어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기꺼이 답을 준다. 단, 2% 부족한 답을 준다.

수탉의 볏이 어찌하여 빨간지 궁금해하는 친구들에게 알을 낳는 암탉과 알을 못 낳는 수탉을 구분하기 위해 있는 것이라고, 치통으로 고생하는 말에게는 이빨이 있어 생긴 것이라는 등 그에 합당한 진단을 내린다. 이렇게 관찰력이 좋은데 어찌 맹추라 하겠는가. 단, 2% 부족한 피튜니아의 답을 보자. 플라스틱으로 만들어 붙인 볏이라니… 수탉은 볏이 떨어질까 늘 걱정하며 다녀야 하고, 이빨을 몽땅 뽑아야 치통이 없어진다고 하니… 말은 아프다는 내색도 하지 못하고 혼자서만 끙끙 앓는다.

피튜니아의 믿음에 오류가 있다는 것을 깨우치게 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목장에 느닷없이 나타난 상자. 친구들은 낯선 상자가 무엇인지 피튜니아에게 조언을 구한다. 상자에는 두 글자가 적혀 있다. 지혜롭다고 여기고 있으나 글을 모르는 피튜니아는 `사탕'이라고 자신 있게 답을 내린다. 친구들은 탐욕스럽게 달려들어 사탕을 낚아채어 갔는데… 그만 “쾅”하며 터진다. 두 글자는 `폭죽'이었다.

회복탄력성이 좋은 피튜니아는 낙담만 하고 있지 않고, 잘못된 믿음이 낳은 행동의 결과에서 새로운 믿음을 찾아낸다. 지혜로워지려면 읽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을 안 시점이며 믿음의 원칙이 바뀔 수도 있음을 생각하게 하는 사건이다.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이는 것을 주저하지 않고 배우면 지식의 깊이는 한층 더 깊어질 것이고, 스스로의 가치 또한 높아짐은 자명하다. 행동을 낳는 생각 한 조각! 결국 부족했던 2%를 채우는 삶의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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