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붕이는 내 친구 1222(6)
붕붕이는 내 친구 1222(6)
  • 김영선 한국문화기술연구소 연구팀
  • 승인 2022.12.22 16: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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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그릇에 담긴 우리 이야기
김영선 한국문화기술연구소 연구팀
김영선 한국문화기술연구소 연구팀

 

“서럽다. 엄마도 없이.” 처량한 마음이 들었다. 하양을 보고 울음을 참으려니 이번엔 콧물이 났다. `요정이라는데, 엄마 소식을 물어볼까?' 붕붕은 망설였다. 엄마와 0의 `없음'을 떠올리니 짜증이 났다. `혹시 엄마가 0이 된 건가? 그럴 리 없어.' 엄마가 영영 떠난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통곡이라도 할 노릇이었다. 붕붕은 정말로 눈물이 났다.

공중을 타고 올라간 눈물이 서로 부딪혀 사방으로 번졌다. 물방울이 튄 건가, 하양이 허공에 대고 물어뜯을 기세로 으르렁댔다. 붕붕 등 뒤에서 소리가 울렸다. 공중을 타고 올라간 눈물이 덩어리가 되더니 꿈틀거렸다. 틈을 비집고 나온 생물은 몸집이 하양의 두 배 돼 보였다. 이번엔 색깔이 깜장인 요정이었다. “꺼져!” 깜장은 날개를 휘둘러 이마를 향해 `팍'소리 나게 쳤다. 마치 붕붕이 엄마가 사라진 곳에 떨어지기를 바란지도 몰랐다. 화가나 팔을 휘둘렀다. 붕붕은 팔이 깜장의 복부를 정확히 맞혔다고 생각했으나 사실은 달랐다. 침이 이마에 박혀 구른 건 그만 붕붕 자신이었다.

“아이고, 나 죽네!” 얼굴이 퉁퉁 부어올라 뚱보처럼 보였다. 죽거나 영영 떠나는 건 쉽지 않았다. 침을 뽑아낸 붕붕이 가슴을 뒤틀고 소리를 질렀다. 손을 이마에 대고 싹싹 비볐다. 다시 절반 크기로 변한 깜장이 겁도 없이 붕붕에게 달려들었다. 이번엔 붕붕의 거친 팔뚝이 까망의 머리통을 강타했다. 아플 텐데도 도망치기는커녕 곡예를 하듯 제자리를 돌며 앵앵거리다 결국 기절했다. 깜장 몸에서 풍선에서 바람 빠지는 소리가 나더니 몸통이 절반으로 줄어 하양과 비슷해졌다. 붕붕 뒤에 숨었던 하양이 슬그머니 모습을 드러냈다.

“안 됐다. 잘난 체하다가 꼴 좋게 됐네.” 이죽거리던 하양이 이번엔 붕붕의 속눈썹에 제 입술이 닿을락 말락 앞에서 알짱댔다. 최면에 걸린 것처럼 붕붕은 졸음이 왔다. 자리에 주저앉더니 홀로 드러누웠다. 하양이 작은 보랏빛 날개를 파닥거리며 깜장 주변을 돌았다.

“혹시 나더러 꺼지라고 한 거니? 엄살 그만 떨어!” 하양이 손가락으로 깜장의 코를 쥐었다. 깜장이 벌떡 일어나 앉고 맞장구를 쳤다. “잘난 척 대장, 왕따!”

`요정들은 다 저래? 엄청 시끄럽군.' 하나도 아니고 둘씩이나 앞에서 나대니 어지러웠다. 붕붕은 도로 눈감고 기절한 체했다. 하양이 다시 약을 올렸다. “딱 보면 모르겠냐? 깜장 돌머리, 너를 닮았잖아!” “이 뚱보랑 닮았다고?” 기막혀. 시시하고 자그마한 벌 둘이서 자기에게 시비를 걸자 마음이 상했다. 자기보다 몸집이 작은 하양한테 주눅이 든 붕붕은 눈에 힘을 주어 꼭 감았다. 하양은 여전히 0으로 시비를 걸었다.

“모른다고 말할 용기도 없지? 넌 비겁해!” 하양은 아무렇지 않게 욕을 했다. 무슨 영문인지 요정들이 떠들 때마다 입이 커졌다. 붕붕은 숲에서의 고통스럽던 기억이 떠올랐다. 얼결에 눈을 떴다. “정답이 아니면 어때서 망설였을까. 확 말해버릴걸.” 천장을 응시하고 누워 많은 생각을 했다. 위태롭게 반짝이던 파란 줄이 자기의 명석함을 훔치는 것만 같아 불안했다. 눈앞에서 날아다니는 두 요정이 거슬렸다. `저놈들 입 좀 봐. 대단히 크네.' `저놈들 입 좀 봐. 대단히 크네.' 둘이 연달아 하품이라도 하는 경우, 어쩌면 붕붕이 멀리 떠밀려 날아갈 수도 있을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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