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으로 느끼는 크리스마스
음악으로 느끼는 크리스마스
  • 윤학준 제천교육지원청 장학사
  • 승인 2022.12.21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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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산책
윤학준 제천교육지원청 장학사
윤학준 제천교육지원청 장학사

 

중·고등학교 시절 12월이 되면 크리스마스카드를 사기 위해 시내 팬시점에 들렀다. 크리스마스 색깔인 초록색과 빨간색으로 이루어진 각종 카드와 장식들, 다양하고 예쁜 소품들, 알록달록 반짝이는 트리들과 난로에서 풍겨져 나오는 특유의 등유 냄새가 크리스마스가 얼마 남지 않음을 알려줬다. 하지만 무엇보다 거리마다, 가게마다 울려 퍼지는 크리스마스 캐럴이야말로 내 마음을 한껏 설레게 해준 소중한 추억이다. 캐럴이 들리면 어릴 적 연못에서 썰매를 타던 기억과, 하얀 눈밭에 루돌프가 산타할아버지를 태우고 내려오는 어릴 적 상상이 내 머릿속에 펼져지곤 했다. 그 당시에는 주로 어린이들이 부르는 캐럴 뿐 아니라 개그맨의 우스꽝스런 캐럴, 미국의 빈티지 캐럴 등이 주를 이루다 점차 새롭게 작곡되어진 캐럴가요와 팝송 등이 등장하면서 보다 다양한 캐럴들이 거리를 가득 메웠다.

요즘은 12월이 됐는데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전혀 나지 않는다는 말들을 한다. 왜 그럴까? 어느 해부턴가 저작권법이 강화되면서 거리에서 캐럴을 함부로 틀지 못하게 했고, 카페나 음식점에서도 저작료 징수 등으로 캐럴을 틀기가 조심스러워졌다. 즉, 그동안 우리의 크리스마스 감성을 지배했던 캐럴이 거리에서 점차 사라져갔기 때문이다.

내가 근무하는 제천교육지원청 2층에는 작은 카페 `담터'가 있다. 이곳에는 블루투스 스피커가 한켠에 자리잡고 있는데 아마도 이곳에서 음악을 들으며 차를 나누고 책도 읽으면서 휴식하는 자리로 만들어진 것 같다. 그런데 스피커가 제 기능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도 그곳에 잘 앉지 않고 그냥 잠시 스치듯 지나치기만 한다.

12월이 됐기에 `그래, 캐럴을 틀어보자!' 생각하고 집에 안 쓰는 핸드폰을 가져와 블루투스로 연결해 유튜브 실시간 크리스마스 캐럴을 틀었다. 물론 음악 선곡에 심혈을 기울였다. 이곳과 어울리는 분위기인지, 너무 시끄러워 괜히 소음처럼 들리는 건 아닌지, 나만 듣는 게 아니라 교육지원청 모든 사람들과 민원인들도 들어야 하니 모두 아는 곡인지, 그러면서도 세련된 연주와 음악적으로 완성도가 있는지 등등 여러 영상을 들어보고 가장 적합한 콘텐츠를 찾았다. 그리고는 적절한 볼륨을 찾아 틀어놓기 시작했다. 때마침 각 사무실에 크리스마스트리를 설치해 분위기는 한껏 올라간 상태였다. 이곳에 캐럴이 흘러나오니 진정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난다. 담터를 오고 가며 캐럴이 흘러나오니 사람들이 하나둘씩 자신도 모르게 흥얼거린다. 다소 딱딱했던 교육지원청 분위기가 부드러워지며 일의 효율도 올라가는 듯하다. 담터에 사람들이 자주 모인다. 모두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같이 느끼며 따뜻한 미소를 건넨다.

음악은 추억을 소환한다. 어릴 적 들었던 음악은 그 시절 겪었던 추억과 감성을 그대로 지닌 채 평생 그 사람에게 남아 있는다. `모두 다 어린이'다. 누구나 어린이 시절을 지나 성장했다. 그때 들었던 캐럴은 지금 들어도 정겹다. 때론 기분이 들떠서 날아가게 하기도 한다. 어릴 때의 추억과 기억들이 `그 음악'에는 레코딩되어 있기 때문이다.

올겨울은 유난히도 눈이 많이 오는 것 같다. 어른이 되어 운전을 하면서 눈이 별로 반갑지 않을 때도 있지만 사실 창 밖에 내리는 눈을 보면 아직도 설렌다. 누구나 어린 시절 눈이 오면 좋아했기 때문인 것 같다. 나는 캐럴을 참 좋아해 10월 말부터 캐럴을 듣곤 한다. 크리스마스가 며칠 안 남았다. 우리 모두 캐럴을 들어보자. 춥지만 따뜻한 겨울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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