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하의 길
부하의 길
  • 양철기 교육심리 박사·원남초 교장
  • 승인 2022.12.15 17: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심리학으로 보는 세상만사
양철기 교육심리 박사·원남초 교장
양철기 교육심리 박사·원남초 교장

 

좋은 상사, 훌륭한 리더가 되고 싶은 건 누구나 꿈꾸는 이상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세상에는 많은 프로그램과 논문 책자 그리고 평가를 통해 좋은 상사, 훌륭한 리더가 되는 길을 안내하고 있다. 그러나 가끔 리더들은 억울하다. 옛날 그 좋은 시절에 리더 못해보고, 요즘 개성 강한 부하들의 수많은 평가 속에서 리더의 역할을 해야 하는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기도 한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상사이고 누군가의 부하이다. 훌륭한 상사가 되는 리더십(Leadership)이 있다면 훌륭한 부하가 되는 팔로우십(Follower ship)이 있다. 좋은 부하의 길은 어떤 길일까? 역사소설 초한지(楚漢志)의 인물들을 통해 좋은 부하의 길을 알아본다.



# 귀신 같은 부하Ⅰ

BC 200년경, 한나라를 창시한 유방(劉邦), 늘 가난했던 그가 외상술을 먹는 날이면 이상하게도 그 술집에는 손님들이 많이 모였다. 술집 주인은 유방이 외상술을 먹는 것이 싫기는 했지만 한편으로는 손님이 많아지니 좋아했다. 따라서 유방은 외상술일지라도 어느 술집에서 나 환영을 받았고 그의 주변에는 늘 사람이 많았다. 그리고 그는 결국 중국을 통일하였다.

그런데 유방의 `외상술집 현상'은 그의 부하 노관이 꾸민 일이었다. 노관은 그림자처럼 유방을 말없이 따라다녔다. 유방이 무리를 이끌고 돈 한 푼 없이 술자리에 앉아 외상술을 먹기 시작하면 슬며시 밖으로 나가 저작거리에서 만난 친구들과 이웃을 술집으로 오게 해 술을 마시게 만들었다. 유방이 외상술 마시는 술집에 사람들이 모여든 것은 귀신같은 부하 노관 덕분이었다. 노관은 보이지 않게 상사인 유방의 권위를 높여주었다.



# 귀신같은 부하Ⅱ

유방의 군대가 어렵게 진나라 궁궐을 점령했다. 점령지에 대한 약탈은 군사의 사기를 위해 허락이 되었다. 유방의 참모 소하(蕭何)는 부하들을 이끌고 궁궐 핵심 장소인 승상부로 향했다. 소하의 부하들은 평소 청렴했던 소하의 약삭빠른 재물욕에 감탄하며 그곳에 최고의 재물이 있을 것이라 예상하며 한몫 챙길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그런데 승상부에 도착하자 소하는 뜻밖의 명령을 부하들에게 내렸다. 그곳에 있는 지도와 주민등록 장부를 챙기라는 것이었다. 금은보화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소하는 승상부에서 거둬들인 문서와 지도 등을 연구해 중국 최초의 통일제국 진나라의 내밀한 부분을 꿰뚫고 지리와 지형, 인구 등을 연구했다. 연구자료는 훗날 유방의 여러 전투에 엄청난 도움을 주었으며 한나라 왕조 경영의 기초를 다졌다.

소하는 누구도 시키지 않은 일을 귀신처럼 진행해 상사인 유방의 승리를 도왔다.



# 좋은 부하의 길

노관과 소하는 그의 상상인 유방이 할 수 없는 일, 유방 혼자로서는 감당할 수 없는 일을 보이지 않게 뒤에서 처리했다. 노관은 유방의 이미지 관리와 여론형성에 기여했고, 소하는 유방이 챙기기 어려운 다양한 외부 지식을 쌓아 축적해 주었다. 노관과 소하의 이런 행동은 부하가 상사를 위해 걸어야 할 길, `귀신의 길'이다. `귀신의 길'은 일을 귀신처럼 잘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좋은 부하는 눈에 보이지도 드러나지도 않게 귀신처럼 상사를 높여주고 보좌하여 이미지까지 관리하라는 이야기다.

리더십 분야의 고전으로 꼽히는 `존 맥스웰 리더십 불변의 법칙'의 저자 맥스웰은 `좋은 부하가 되는 것을 배우지 못한 사람은 결코 유능한 리더가 될 수 없다.'라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누군가에게 좋은 부하가 되어 본 사람은 그만큼 좋은 상사가 될 가능성이 크다.

`나는 괜찮은 부하인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