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산업 빛낸 영웅들
석탄산업 빛낸 영웅들
  • 정인영 사진가
  • 승인 2022.12.08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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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정인영 사진가
정인영 사진가

 

“대한민국 석탄산업에 헌신하신 영웅들과 진, 규폐로 투병생활을 하는 영웅들, 막장 생산현장에서 순직하신 영웅들을 잊을 수 없습니다.”

대한민국 지하부존자원의 유일한 에너지산업의 주축인 탄광부들을 40여 년 동안 카메라에 담아 기록해온 사진가 김재영의 말이다.

탄광 수천 미터 지하 막장에서 자신의 목숨을 피폐시켜 가면서 국가산업에너지생산과 사랑하는 가족들을 위한 희망을 캐던 광부들은 대한민국 산업역사의 영웅들이라고 그가 말했다.

탄광, 채탄은 땅속에서 석탄을 캐내는 과정인데, 그 이야기를 하면 이렇다.

캄캄한 갱도를 30분가량 걸어가 승강기를 타고 지하 1천 미터 가까운 곳에 도착하면 칠흑같이 어두운 갱도에 석탄을 운반하는 광부들이 있다.

광부들은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갑방, 오후 4시부터 자정까지 을방, 0시부터 오전 8시까지 병방이라고 하여 3교대로 일했다.

3교대라고 하지만 낮과 밤이 바뀌는 것은 물론이고 가족들과 집에서 얼굴을 마주 볼 기회도 적어 가정이 해체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작업환경이 좋지 않고 노동강도가 높으니 늘 크고 작은 사고에 노출되어 있다. 산소가 부족한 일자리, 위험한 갱도를 오가는 길도 흡사 아비규환을 방불케 했는데 이를 사람들은 생사의 기로를 넘나드는 탄광의 마지막 장소라고 했다.

탄광에서 제일 힘든 날은 사고가 나는 날이다.

석탄을 캐는 막장이 낙반, 발파와 가스 질식 등 치명적인 사고에 노출되면서도 아무런 불평 없이 묵묵히 일하는 광부들의 생생한 장면들이 사진집 전편에 흐르고 있다.

갱도에 들어가기 전 그날 작업에 대한 브리핑을 듣고, 안전감독의 안전교육에 이어 `안전! 안전! 안전!' 구호를 세 번 외치고 시작되는 일과다. 일단 작업갱도를 가는 차안의 긍정적이고 밝은 얼굴의 광부들은 그 짧은 순간의 휴식이 안전하고 건강한 작업을 준비하는 과정이었다.

채탄 막장에서 에어 오거 드릴로 다이너마이트를 넣을 구멍을 뚫고, 다이너마이트 화약을 넣어 발파하고 석탄가루먼지에 물을 뿌려 일하는 광부들. 석탄을 실은 목탄카를 티플러에 옮기는 고된 작업 후의 광부들이 그 좁은 막장에서 식사하는 얼굴들이 애처롭기 그지없는 이들에게 남녀가 따로 없다.

온통 검은 가루를 뒤집어쓴 광부들이지만 작업 후의 탈의실로 향하는 모습, 담뱃불을 건네는 여유, 동료 간의 우정에서 삶의 아름다움이 엿보이기도 한 것이 한낱 나만의 착각인가.

퇴근 후 하루종일 마신 탄가루를 삼겹살과 막걸리로 씻어내면서 다음날의 파이팅을 기약하는 사진과 사진들이 감동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이들 산업역군이 지금 지나온 날들에 대한 보상은커녕 평생직장이라고 생각했던 직장 탄광이 폐광하고 있다.

경제호황시절이 사라지고 무연탄감소로 세상의 뒷전으로 밀려났다. 더 고통스러운 것은 폐에 석탄먼지가 침착되어 생긴 진폐증으로, 심각한 환경적 폐질환으로, 진행성 광범위 섬유증이라는 병으로 심하면 폐 조직과 폐 혈관이 흉터에 의해 파괴되는 직업병이다.

폐광지역의 석탄산업역사성 흔적조차 찾기 어려워진 현실에서 한때 애국산업이었던 석탄산업역사를 어떻게 말할 수 있겠느냐고 말하는 사진가 김재영의 사진집에서처럼 대한민국 석탄산업의 영웅들을 절대 잊지 않고 기억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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