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멘토 모리, 메멘토 비베레
메멘토 모리, 메멘토 비베레
  • 장홍훈 세르지오 신부 양업고 교장
  • 승인 2022.12.08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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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자의 목소리
장홍훈 세르지오 신부 양업고 교장
장홍훈 세르지오 신부 양업고 교장

 

낙엽 쌓인 참나무 숲길을 걷노라면 마음속에서는 `메멘토 모리'라는 노래가 들려 온다. 라틴어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는 `죽음을 기억하라'라 뜻을 지니고 있다.

`메멘토 모리/ 누구를 위하여 애쓰며/ 무엇을 위하여 달리는가?// 저 태양 아래서 언젠가 사라질 것들을 붙잡는가// 알면 얼마나 알기에/ 가지면 얼마나 가졌기에/ 한 치 앞도 모르는 인생길에 후회를 남길텐가// 오늘은 나에게/ 내일은 너에게...,//

세상에 존재한 모든 것/ 흙으로 되돌아가리니/ 흐르는 물처럼 순간을 영원히/ 머물다 떠나가리/ 살면 얼마나 살기에/ 잘나면 얼마나 잘났기에/ 하늘 아래 그 누가 완전한가?/ 무엇이 남겠는가?// 위로와 기쁨이 강물처럼 오는 날 있으리니/ 행복한 날에도/ 불행한 날에도/ 죽음을 기억하라/ 어차피 갈 인생 즐겁게 살다가/ 그날을 맞이하라.'

독일 모젤케른(Mosel kern)이라는 곳은 신앙심이 깊은 작은 강변마을이다. 그곳엔 잘 가꾸어진 공동묘지와 조그마한 성당이 있다. 그 성 발레리우스 성당 종탑 시계에는 `메멘토 모리 Memento Mori, 메멘토 비베레 Memento Vivere'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죽음을 기억하라, 삶을 기억하라'는 뜻이다. 이는 승리의 때에도 죽음을 생각하고 겸손하라는 말이다. 내일 죽을 수 있으니 오늘이 내게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살라는 의미이다.

2000년 전 로마 공화정의 개선식은 전쟁에서 승리한 장군에게 주어지는 최고의 영예였다. 백마 네 마리가 끄는 전차를 타고 개선 행렬을 벌이는 것이다. 영웅이 탄 마차가 광장을 메운 로마시민의 환호 속을 헤치고 행진하는 장면은 장쾌했다. 그러나 화려한 금빛 마차에는 열광 속에 가린 `숨은 그림' 하나가 있다. 개선장군이 손을 들어 시민들에게 화답하는 동안, 장군 뒤에 탑승한 사람이 큰소리로 계속 외쳐대는 장면이다. 대중의 환호 소리가 커지면 커질수록 그의 목청도 따라 커진다. “메멘토 모리!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너무 우쭐대지 말라. 오늘은 개선장군이지만 언젠가는 너도 죽는다.” 승리에 도취한 장군을 향해 겸손을 잊지 말라는 준엄한 소리이다. 승전한 영웅이여! 영광의 순간에도 유한한 인간임을 잊지 말지니! 교만해지려는 인간의 관성에 경각심을 일깨우는 장치 하나를 부착한 셈이다. 삶이 열광하는 순간에도, 죽음이 그림자처럼 따르는 인간의 운명을 자각하게 하는 장면이다.

생전에 스티브 잡스도 스탠퍼드대 졸업식 축하 연설에서 죽음을 강조했다. 췌장암 투병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던 잡스가 연단에 올라 “죽음은 삶이 만든 최고의 발명품”이라고 격찬했다. 죽음이 없었으면 자기는 실패한 인생을 살았을 것이라는 의미였다. 그러므로 “나에게 주어진 제한된 시간을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 듯이 낭비하지 말라.”라며 “오로지 자신을 믿고 열정으로 집중하라.”라고 사회로 첫발을 내딛는 학생들에게 호소했다.

“메멘토 모리, 메멘토 비베레”는 죽음 앞에서 삶의 진실을 깨우쳐 주는 말이다. 단 한 번뿐인 유한한 인생의 시간 안에 우리는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미국 남서부에 거주한 원주민 나바호족 격언을 되새겨 본다. “네가 세상에 울면서 태어날 때 세상은 기뻐했으니. 네가 죽을 때는 세상은 울어도 너는 기뻐할 수 있도록, 그런 삶을 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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