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천에 산다는 것
진천에 산다는 것
  • 정규호 문화기획자·칼럼니스트
  • 승인 2022.12.06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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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단상
정규호 문화기획자·칼럼니스트
정규호 문화기획자·칼럼니스트

 

진천군(郡)이 진천시(市)로의 꿈을 키우고 있다. 그 꿈이 환상이 아닌 것이, 2014년 이후 무려 100달이 되도록 인구의 증가가 멈추지 않고 있다는 현실의 자신감이 있다. 그런 `현실'이 지속적으로 유지되면 시 승격의 꿈은 `실현'될 것이다.

226개에 달하는 우리나라 지방자치정부 가운데 100달을 계속해서 인구가 늘어난 지방정부는 진천군과 경기도 화성, 평택 등 딱 세 군데에 불과하다. 진천군은 군(郡)단위 지방정부 82개 가운데 유일하게 100달 동안 인구감소가 없었다.

피할 수 없는 지방소멸의 시대에 인구증가 추세가 유지되고 있는 진천군은 축복의 땅, 지방발전의 롤모델로 여겨도 손색이 없다.

진천군의 인구가 2014년 7월 기준 6만4935명에서 올해 11월 현재 8만6120명(상주인구 9만2281명)으로 늘어 32.6%의 인구증가율을 보이고 있는 통계 수치는 진기록으로 자랑할 만하다.

특히 지난해 말 기준 진천의 합계출산율은 1.118명으로 전국 평균(0.808명)을 크게 웃돈다. 올해 3분기 나라 전체 합계출산율은 0.79명으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국가적 인구 위기가 우려되는 현실에서 10월 말 기준 20살 미만인 미성년자 비중도 18%(1만5513명)에 이른다. 최근 4년 동안 충북 모든 자치단체의 학령인구(6~17살)가 줄었으나 진천은 2018년 8926명에서 올해 6월 1만286명으로 15.24%나 늘었다. 65살 이상 인구 비중(고령인구 비중)도 17.6%로 인구 구조가 비교적 탄탄한 항아리형을 갖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생거진천(生居鎭川)'이라는 옛말이 무색하지 않다.

진천군의 인구가 증가 추세를 이어가고 있는 까닭은 지정학적 위치의 유리함이 가장 먼저 주목된다. 수도권과 가까운 거리여서 산업 입지에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게다가 국가의 전략적 정책으로 추진된 혁신도시의 조성도 한몫했는데, 이 역시 수도권과의 물리적 역학관계가 안정적 정착의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영국의 저널리스트 팀 마샬은 <지리의 힘2>에서 “지리는 인간이 할 수 있거나 할 수 없는 것을 제한하는 주요한 요소다. 물론 정치인들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지리는 그보다 더 많은 것을 한다. 현재와 미래에 사람들이 내리는 결정은 그들의 물리적 배경과 결코 분리될 수 없다. 어느 나라든 그들의 이야기는 이웃 나라들, 바닷길, 천연자원 등과 관련된 그 `위치'에서 시작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진천의 인구가 계속 늘어나는 것은 팀 마샬의 `제한하는 주요 요소'를 지리적으로 극복했거나, 잘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에 사람이 찾아오고, 일단 찾아 온 사람은 잘 떠나지 않아야 인구가 늘어난다. `사람'에 의해 지역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가능성을 만들어 가면서 군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이를 확신할 수 있어야 원대하다는 시(市)로의 꿈을 현실로 만들 수 있다.

사람들은 궁극적으로 생존의 기회와 즐거움을 추구하기 위해 모여 사는 것이고, 그 사람들의 모듬이 도시를 만들고 성장시키는 것이다.

지리적 장점이 적용된 진천군의 각종 투자유치, 대규모 일자리 창출, 잠재 유입인구 증가 등의 산업적 발전 요소는 사람들의 `생존'에 해당한다. 공장이 늘어나면서 먹고 사는 일과 더불어 보다 풍요로운 미래를 위해 `사람'이 찾아오게 된다. 덕분에 청주와 진천 사이의 도로는 지하도로를 만들어야 할 만큼 언제나 체증이 심한데, 이런 불편함을 극복하기 위한 인근 지방정부와의 긴밀한 연대와 협력이 필요하다.

유리한 산업 입지는 무한하지 않다. 지리적, 공간적 한계에 도달하기 전에 질적인 성장이 절실하다. 단순히 `생존'에 유용한 조건에서 벗어나 노동자들의 안전과 복지에 심혈을 기울이는 지방정부 진천의 노력이 필요하다. 전통적인 농업 중심의 지역에서 제조업과 농업이 동반 성장하는 기틀을 진천군은 어느 정도 확보하고 있다. `생존'의 필수조건을 충족하는 만큼 여유로운 즐거운 진천을 위한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성장 중심에서 즐거움이 더해지는 지방으로의 `정의로운 전환'과 역사적 전통을 기반으로 하는 문화적 자긍심. 풍요롭고 즐거운 도시가 오래 살아남을 수 있다. 진천에 사는 것이 자랑스러운 일은 즐거움에서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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