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커피 문화 선도하는 커피하우스
한국 커피 문화 선도하는 커피하우스
  • 정연정 문화경제학자
  • 승인 2022.12.01 19: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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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 `커피가게'

 

상주는 쌀, 명주, 곶감으로 유명한 삼백(三白)의 고장이다. 삼국시대에는 신라가 백제를 차지하기 위한 전진기지, 통일신라 시기에는 9주의 하나였다. 고려 때 경주와 상주의 지명을 따서 경상도로 칭할 정도의 상주 위세는 조선시대까지 이어진다.

근대 이후 낙동강과 한강을 이용한 수운(水運)이 철도라는 새로운 교통망에게 그 역할을 넘겨줌으로써 철도망에서 벗어난 상주는 상공업보다는 농업이 중심인 지역으로 남는다. 이런 경제지리적 배경이 푸근하고 번잡하지 않은 오늘날 상주의 풍경을 만들어 놓았다.

상주에는 필자가 오래전부터 드나들던 커피집이 있다. 이름도 그냥 `커피가게'이다. 어렸을적 쌀집, 기름집, 막걸리집, 이불집의 기억처럼 그저 커피를 파는 `커피집으로서의 커피가게' 말이다.

상주가 고향인 주인장은 중학생 때 건축가를 꿈꾸었다. 하지만 정작 나이 들어서는 멀티미디어 공부를 하게 되었고 이후 그와 관련된 직업까지 가졌으나 VDT증후군이 발목을 잡았다. 이때부터 VDT증후군은 친구처럼 평생 따라다니게 된다.

크고 작은 방황 끝에 그의 최종 기착지는 `커피'였다. 초등 5학년 때 큰 할아버지가 타준 인스턴트 커피가 첫 경험이었던 그는 1998년 10평 가게에서 시작, 4년간 각고의 노력 끝에 2002년 `상주 커피가게'를 일구었다. 지금까지도 `Coffee Man'이란 애칭으로 커피일을 계속하고 있다.

그는 특히 로스팅에 진심이다. 한참 로스팅에 빠져 있을 때, 한번은 120㎏의 커피를 버리기도 했다. 귀찮을 법도한데 지금껏 매일 커피를 볶는다. 그결과, 2018년에는 한국커피로스팅연합회로부터 `독특하고 창의적인 커피로스팅 기술로 한국의 커피 문화를 선도하는 커피하우스'로 인증받기도 했다.

3층 건물인 커피가게는 상주시 서성3길, 일명 소주골목에 있다. 1층은 커피를 볶는 팩토리, 2층이 메인 카페 그리고 3층은 음악실이다. 카페에는 핸드밀과 모카포트를 포함한 다양한 커피기구와 악기들, 크고 작은 스피커들이 공간을 가득 메우고 있고 음악가 사진, 공연포스터 그리고 주인장이 직접 그린 그림과 방문객이 그려준 그림들이 벽면 가득하다.

그는 또한 기타리스트다. 그런 음악적 감성을 기반으로 중후한 탄노이 스피커로부터 흘러 나오는 고급진 음향은 커피향 가득한 공간의 바디감을 더욱 찰지게 한다. 마치 그의 커피 로스팅이 강하고 깊어 언제나 진한 향기를 내뿜듯. 커피가 삶의 전부인 그에게 있어 커피는 음악으로, 그림으로 그리고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으로 나타난다. 당연히 커피가게는 그만의 음악과 그림, 그만의 커피향이 하나로 응축되어 나타나는 그런 공간이 된다.

2016년부터는 상주에서 좀 떨어진 문경에 커피가게를 열어 그곳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애완견 이름도 커피이다. 하지만 그가 뜸한 상주 커피가게에서 조차 그의 흔적을 털어 내기는 전혀 불가능해 보인다. 그만큼 그의 모든 것이 건물의 공간 곳곳에 배어 있다.

삼백의 고장 상주에는 쌀, 명주, 곶감말고도 진한 갈색의 커피가 있다. 이름하여 삼백일갈(三白一褐), 커피가게에서 매일 진하게 볶아내는 커피가 있다. 커피를 베이스로 한 어떤 음료도 커피가게에서는 그냥 믿고 마실 수 있다. 그중에서도 25년 전통의 커피쉐이크는 가히 압권이다. 이 모든 것의 원천은 주인장 김민우의 커피에 대한 열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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