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들을 원어민이라고 부를까?
왜 그들을 원어민이라고 부를까?
  • 심진규 진천 상신초 교사(동화작가)
  • 승인 2022.11.20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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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심진규 진천 상신초 교사(동화작가)
심진규 진천 상신초 교사(동화작가)

 

우리가 흔히 원어민 교사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교사들이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영어 가르치는 우리나라 교사와 협력 수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학생들 영어 능력을 길러주는데 긍정적 효과가 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교실에서 해당 언어를 사용하는 외국인의 발음을 듣는 것은 공부에 큰 도움이 됩니다. 외국인발음으로 영어 공부를 하기 위해 전화나 화상으로 공부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저는 그들을 부르는 호칭인 `원어민 교사'라는 말이 어색하게 느껴졌어요.

원어민이라는 말을 사전에서 찾아보니 `해당 언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이라고 나옵니다. 원어민 교사는 `해당 언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으로서 자신의 모국어를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사람. 보통 초중고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외국인 영어 교사를 가리킨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냥 그렇게 부르는구나하고 넘어갈 수 있는데 저는 아직도 마음 한구석이 불편하고 궁금합니다. 학교마다 상황은 다르지만, 중국어나 일본어 수업을 할 때 해당 언어를 사용하는 외국인 교사가 학생들을 만나 수업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런데 이들은 원어민 교사라고 부르지 않더라고요. 왜 영어를 가르치는 교사만 원어민 교사라고 부를까요? 제 궁금증은 꼬리를 물고 `원주민'이라는 말까지 갔습니다. 원주민은 `그 지역에 본디부터 살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사전에 나와요.

원어민과 원주민의 `원'이라는 한자를 찾아봤습니다. 근원 원(原)자를 사용합니다. 그렇다면 원어민은 원어를 사용하는 사람이고, 원어를 사용하는 사람은 원주민이 될 것입니다. 결국 원어민과 원주민은 비슷한 뜻으로 쓰여야 맞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유독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들에게만 원어민이라는 호칭을 사용합니다.

게다가 대한민국에서 사는 우리가 원주민이듯 한국말을 사용하는 사람인 우리가 원어민이고 외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들은 외국인 혹은 외국어 사용인으로 부르는 것이 옳지 않을까요?

물론 원어민이라는 말이 사회에서 많이 통용되기 때문에 바꾸는 일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한 번쯤 따져볼 수는 있을 것 같아요.

여기에 더해서 대학이나 대학원 공부를 하다 보면 원서(原書)로 공부하는 일도 있습니다. 원서에 쓰는 `원'도 근원 원(原)자를 사용하네요. 원서(原書) 읽는 것은 해당 분야 공부를 하는 것인지 영어 공부를 하는 것인지 의문입니다.

이 땅에 뿌리 내리고 사는 우리에게 영어로 된 책이 원서(原書)여야 하는 현실은 속상하네요. 세계화 시대에 국수주의로 빠지고 있는 것은 아니냐고 이야기하실 분도 있겠네요. 하지만 저는 다른 민족이나 언어를 배척하자는 것이 아니에요. 우리가 외국에 가게 되면 그 나라 사람이 원어민이 되는 것이듯 우리나라에서는 우리말 사용하는 우리가 원어민이 되어야겠지요.

결론적으로 `원어민'이라는 말은 언어가 중심이 아닌 공간이 중심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외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분들은 다른 호칭으로 부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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