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을 낳아 봐야 부모 마음 안다
자식을 낳아 봐야 부모 마음 안다
  • 박명식 기자
  • 승인 2022.11.15 19: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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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박명식 부국장(음성주재)
박명식 부국장(음성주재)

 

MBC가 윤 대통령의 아세안 정상회의와 G20 정상회의 순방길 전용기 탑승에 왕따를 당했다. MBC에서 얼마 전 윤 대통령이 미국 뉴욕 방문 과정에서 생각 없이 내뱉은 비속어를 최초 보도해 망신을 준 점과 김건희 여사 논문 논란을 다룬 PD수첩에서 김 여사와 닮은 대역을 쓰고도 재연임을 고지하지 않은 점이 이번 왕따 논란의 빌미가 됐다.

대통령실은 MBC에 취재 편의를 일부분 제공하지 않는 것일 뿐 취재 제한은 아니라는 입장을 내놓았고, 윤 대통령은 `국익`을 위한 결정'이라고 에둘러 해명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MBC를 전용기 탑승에서 배제시킨 이번 처사는 사회적으로 보나 정치적으로 보나 국민정서로 봐도 생각이 너무 짧은 결정이 아니었나 싶다.

윤 대통령의 이번 결정에 대해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한국방송기자연합회, 한국영상기자협회 등 언론단체에서는 반헌법적 언론탄압으로 규정하며 전면전 불사를 선언했다.

단체행동에 나선 언론단체는“권력 비판을 이유로 특정언론사의 취재 제한 및 전용기 탑승을 배제하는 것은 대한민국 헌정사에서도 유례를 찾을 수 없고,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언론자유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라며 “윤 대통령은 반헌법적, 반역사적인 취재제한 조치를 즉시 취소하고 국민 앞에 사죄하라”고 성토했다.

정치적 극성층을 제외한 일반 국민들 역시도 이번 MBC 왕따 논란에 대해 “대통령이 소인배처럼 왜 이렇게 옹졸하냐”는 반응을 쏟아냈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먹고 살기도 바빠 죽겠는 판에 해외순방을 떠나는 대통령 부부의 외교행보에 대해 세세하게 따지고 판단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대통령 부부를 비판한 대표 언론사라고 해서 전용기 탑승을 배제한 것에 대해서는 속좁은 결정으로 충분히 판단할 수 있다. 한마디로 국민들에게 비쳐진 이번 MBC 왕따 논란은 “너는 꼴도 보기 싫으니까 내 비행기에 타지 마”라는 졸렬한 소리로 들리고 치졸한 보복으로 해석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가뜩이나 10·29 이태원 핼러윈 참사로 혼란스러운 정국은 국익을 위해 결정했다는 MBC 왕따 논란이 가중되면서 아예 꽁꽁 얼어붙었다. 진보 진영은 핼러윈 참사 국정조사·특검추진을 위한 범국민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고, 보수 진영은 MBC 허가 취소에 동참을 촉구하는 천만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나라 안팎이 온통 도떼기 시장이 됐다. 그래서 이번 대통령 전용기 MBC 배제 결정이 과연 국익을 위한 옳은 선택이었는지 되묻지 않을 수가 없다.

과거로 치면 대통령은 나라의 왕으로서 백성의 아버지이고 영부인은 백성의 어머니다. 즉 대통령에게 국민은 농민이든 기업인든 언론인이든 정치인이든 누구든 간에 똑같이 품어야 할 자식이다. 자식이 많으면 꼭 한명은 속을 썩이는 자식이 있듯이 윤 대통령에게 MBC는 그런 자식일 뿐이다.

이번 윤 대통령의 처사는 한마디로 가족 해외여행을 가는데 말 안 듣는 자식은 집에 남겨놓고 말 잘 듣는 자식만 데리고 간 것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열 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 없다했고 미운자식 떡 하나 더 준다는 속담도 있다. 말 안 듣고 속 썩이는 자식이라고 그 자식을 버리는 부모 또한 이 세상에 없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말 안 듣고 속 썩이는 자식을 매정하게 버렸다.

문뜩 자식을 낳아 봐야 부모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고 비로소 부모가 자식을 위해 어떤 희생을 감내해야 하는지도 깨달을 수 있다는 어르신들의 말씀이 새삼 공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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