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감암주 1
주감암주 1
  • 무각 스님 괴산 청운사 주지
  • 승인 2022.11.03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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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자의 목소리
무각 스님 괴산 청운사 주지
무각 스님 괴산 청운사 주지

 

胡孫投江月(호손투강월) 강 속의 달을 지팡이로 툭 치니
波動影凌亂(파동영능란) 물결 따라 달그림자 조각조각 일렁이네.
飜疑月破碎(번의월파세) 어라, 달이 다 부서져 버렸나?
引臂聊戱玩(인비료희완) 팔을 뻗어 달 조각을 만져보려 하였네.
水月性本空(수월성본공) 물에 비친 달은 본디 비어있는 달이라.



반갑습니다. 괴산 청운사 여여선원 무각입니다. 가을이 무르익은 청운사 주변에는 단풍이 붉습니다. 이 시간에 탁마할 공안은 제법실상형 공안인 무문관 제11칙 주감암주(州勘庵主)입니다.

無門曰(무문왈)

趙州到一庵主處問 (조주도일암주처문) 하되 有麽有麽(유마유마)아 主竪起拳頭(주수기권두) 어늘 州云(주운) 하되 水淺不是泊舡處(수천불시박강처)라 하고 便行(변행)하다.

又到(우도) 一庵主處云(일암주처운) 하되 有麽有麽(유마유마) 主亦竪起拳頭(주역수기권두) 한 데 州云(주운)하되 能縱能奪能殺能活(능종능탈능살능활)이라고 便作禮(변작례)하다.

무문 선사께서는 조주 선사가 한 암주를 찾아가 “계십니까? 계십니까?”라고 하자 그 암주는 주먹을 들었습니다. 조주 선사는 물이 얕아서 배를 세울 곳이 못 된다고 하면서 돌아갔습니다. 이번에는 다른 암주를 찾아가서 또 “계십니까? 계십니까?”라고 하였습니다. 그도 역시 주먹을 들었는데 조주 선사는 그 암주가 능통능난하고 활발하며 자유자재하다고 칭찬했습니다.

두 암주는 모두 똑같이 주먹을 세워 보였을 뿐인데 말이지요. 무엇 때문에 쌍방이 주먹을 들었는데 한쪽은 긍정하고 한쪽은 부정했을까요? 첫 번째 만난 암주는 조주 선사의 눈 밖에 났으며 두 번째 암주는 조주 선사로부터 인정을 받았습니다.

무엇 때문일까요? 아무리 머리로 궁리해도 은산철벽입니다. 아무런 진척이 없으면서 눈도, 콧구멍도, 귓구멍도 없는 수수께끼란 말입니다. 막다른 궁지에 넣어 놓고서는 죽느냐 사느냐의 극한 상황에서 입을 열어보라는 식이지요. 이것은 마치 귀머거리가 되고 장님이 되어 궁구하지 않는다면 접근조차 힘이 들 것입니다.

다음 시간에는 제법실상형 공안인 `무문관' 제11칙 주감암주 2를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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