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에 맞서는 여야 동맹
민심에 맞서는 여야 동맹
  • 권혁두 기자
  • 승인 2022.10.30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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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권혁두 국장
권혁두 국장

 

우리 정치 마당에서는 지금 두개의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여의도에서 벌어지는 여야의 사생결단 수준 육박전이 하나다. 다른 하나는 여야가 담합해 시민, 좁혀 말하자면 중도 유권자들과 벌이는 지구전이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한쪽 전선에서는 철천지 원수가 만난 듯 혈전을 벌이지만, 다른 전선에서는 완벽한 공조체제를 구축한 동맹군이다. 보다 우려스러운 곳은 양당이 자신들의 정치 독점구조를 영속화 하고자 어깨동무를 하고 시민을 상대로 싸움을 벌이는 전장이다.

지금 여야가 한치의 양보없이 벌이는 악다구니를 지켜보다보면 궁금증에 빠진다. 도대체 이 싸움의 목적은 무엇일까? 2024년 총선을 앞두고 기선을 제압하려는 목적일까? 그렇지만 여론조사에서 드러난 대중의 반응은 양쪽 모두에 부정적이다. 여야가 30%를 간신히 넘긴 고만고만한 지지율로 도토리 키재기를 하는 중이다. 이렇게 가다가는 어느 당도 총선에서 승자가 될 수없다는 유권자의 경고이자 빨리 협치 모드로 전환하라는 간곡한 주문에 다름아니지만 소귀에경읽기다.

사실상의 양당제 하에서 두 정당이 모두 민심에 반하는 정쟁에 몰두하는 모습은 정상이 아니다. 그 해괴한 정치의 목적을 굳이 추정하자면 하나의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 정치혐오증을 극대화 해 시민의 참정 욕구를 꺽어버리자는 것 말이다.

양당제가 굳어진 마당에서 어차피 유권자의 선택지는 두곳 밖에 없으니 공정이나 상식 따위를 따지는 중도 유권자를 상대로 피곤한 정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공감대가 형성된 듯 하다. 무슨 짓을 해도 환호하는 열혈 지지자들만 거느리며 눈치보지 않는 정치를 하고픈 욕구를 공유하게 된 것으로도 보인다. 그러자면 중도 유권자들이 기대감을 완전히 접고 정치판에서 등을 돌리도록 해야 한다. 정나미가 떨어질 짓을 꾸준히 이어가는 게 방법일 터이다.

집권 초반 민생보다 당대표 몰아내기에 당력을 소진한 국민의힘은 집권당 다운 체모와 신뢰를 잃었다. 검찰에서 긴급 영입한 후보로 대선을 치러 당내 인물 부재론에 시달려놓고도 벌써부터 한동훈 총선 차출론을 외치는 국민의힘을 보며 한숨짓는 국민이 많다. 대선에 직접 출마해 지고 지선을 지휘했다가 참패한 패장이자, 이른바 사법 리스크라는 혹까지 단 인물을 대표로 앉힌 민주당은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180석 거대야당이 자신의 오판을 탓하기보다 `정치탄압' 타령만 되풀이 하는 모습에 중도층이 호응할리 없다.

유권자에게 밉보이기 경쟁에서 양당이 맞추는 호흡은 놀라울 정도로 절묘하다. 상대 당이 악수를 뒀다가 지지율을 잃으면 바로 실책을 범해줘서 회복시켜 준다.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의 극우 발언 논란을 민주당 김의겸 의원이 대통령과 한동훈 장관 청담동 술자리 발언으로 덮어주는 식이다. 끝내 사과가 달리지않는 대통령 비속어 논란, 유례없는 민주당의 대통령 국회 시정연설 거부 등도 콘크리트 지지층만 바라보는 단세포 정치의 산물이다.

정치에 관심을 끄고 우리만의 리그를 만들어달라는 양당의 압박에 시민이 굴복할 수는 없다. 전재산을 몰아준 자식 둘이 농땡이로 일관하며 부모를 농락하면 다른 자식에게 눈을 돌려야 한다. 엇그제 정의당이 새 대표를 뽑고 심기일전을 다짐했다. 총선과 대선, 지선에서 내리 참패를 당하며 고난의 시기를 보내는 정당이다. 이정미 대표는 “당 재건에 혼신을 다하고 소외되고 배제된 시민의 곁에서 싸우겠다”고 약속했다. 보수 진영에서도 제3, 제4의 정파가 등장해 양당의 저급한 담합정치에 경종을 울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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