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福)과 복인(福人)
복(福)과 복인(福人)
  • 김기원 시인 편집위원
  • 승인 2022.10.26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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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원의 목요편지
김기원 시인 편집위원
김기원 시인 편집위원

사람들은 누구나 복된 삶을 살고파 하고 복인이었으면 합니다.

새해를 맞으면 주고받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Happy New Year'가 이를 웅변합니다.

즐겨 쓰는 축복 행복 다복 만복 강복이란 말도 그렇고 `복스럽게 생겼어' `복 받을 거야' `복에 겨워서'란 말도 그렇습니다.

제사 지낼 때 사용한 술을 나누어 마시는 걸 음복주(飮福酒)라 하고, 제사음식을 나누어 먹는 걸 음복(飮福)이라 부를 정도로 `복 복'하고 삽니다.

정치와 행정도 복자 판입니다.

복지국가, 복지사회, 복지센터, 아동복지, 노인복지, 장애인복지 등에서 보듯이 복을 지향하고 추구합니다. 대저 복이 무엇이 길래 복 타령을 그리할까요?

복의 사전적 의미는 삶에서 누리는 좋고 만족할 만한 행운 또는 거기서 얻는 행복입니다.

한자 복(福)은 하늘(天)이 사람에게 내려서 나타낸다는 신의(神意)의 상형문자인 `示'와 복부가 불러 오른 단지를 뜻하는 상형문자가 결합된 회의문자(會意文字)입니다.

사람의 힘을 초월한 운수라는 뜻과 오붓하고 넉넉하다는 뜻이 함축되어 있어 행운과 행복을 의미하는 현대적 의미의 복과 흡사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예나 지금이나 복 받는 삶을 사는 복인이기를 소망했습니다. `좋은 운수'가 무엇이며 `오붓함과 넉넉함이'이 무엇을 가리키는 지는 사람에 따라, 시대에 따라, 혹은 사회나 문화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누리고 싶은 경지이자 상태인건 분명합니다.

유가에서는 모든 게 순조롭게 이루어져 더 이상 바랄 게 없는 상태를 복이라 하고 이렇게 모든 것이 충족된 상태를 오복(五福)이라고 불렀습니다. 오래 사는 수(壽)와 재물이 넉넉한 부자로 사는 부(富), 몸이 건강하고 마음이 편안한 강녕(康寧)과 덕을 베풀며 사는 유호덕(攸好德), 제명대로 살다가 편안히 죽는 고종명(考終命)이 바로 그것입니다. 하지만 인명(人命)은 재천(在天)이고 삶은 고해(苦海)여서 오복을 누리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살만하면 몸이 시원찮고, 몸은 좋은데 돈벌이가 시원찮고, 욕심이 강녕과 유호덕을 헤치고, 병사와 사고사가 다반사여서 고종명하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있다하면 있고 없다하면 없는 게 바로 복입니다.

처복, 자식복, 친구복 같은 인복(人福)이 그렇습니다.

예쁘게 보면 한없이 예쁘고 밉게 보면 한없이 미워지듯 마음먹기 달려있는 게 복이고 그럴만한 공덕을 쌓은 후과가 바로 복입니다.

복인(福人)의 사전적 의미는 복이 많은 사람입니다.

성경 시편의 복인의 정의는 `복 있는 사람은 악인의 꾀를 좇지 아니하며 죄인의 길에 서지 아니하며 오만한 자의 자리에 앉지 아니하고 오직 여호와의 율법을 즐거워하여 그 율법을 주야로 묵상하는 자'입니다.

악인과 죄인과 오만을 멀리하고 여호와의 율법을 즐거워하고 묵상하는 자가 복인이라고.

귀족이나 재벌 자식처럼 타고난 금수저복은 복 지음 없이 받은 복이어서 쉬 날아가기도 하고, 반목과 불화를 부르는 재앙이 되기도 해 참 복이라 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복인은 복이 주어진 이가 아니고 스스로 복 짓는 이입니다. 하늘이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 것처럼 복도 스스로 복 짖는 이에게 스며듭니다. 교회나 사찰 등에서 복 달라고 무시로 기도하는 이가 복인이 아니고 겸손과 선행을 무시로 행하는 이가 복인입니다.

그렇듯 복 받을 자격이 있는 이가 진정 복인입니다. 가진 것에 자족하고, 맺은 인연들과 척지지 않고, 범사에 감사하며 사는 이가 복 받을 자격을 갖춘 이고 복인의 길로 들어선 이입니다.

살아있음이 복이고, 함께 함이 복이고, 스스로 복인이라 여기는 이가 복인입니다.

하여 나도 복인 그대도 복인입니다.

/시인·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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