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화 배우는 만화
수화 배우는 만화
  • 민은숙 청주 생명초 사서교사
  • 승인 2022.10.24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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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권하는 행복한 책읽기
민은숙 청주 생명초 사서교사
민은숙 청주 생명초 사서교사

아카데미 수상식을 보다가 배우 윤여정이 영화 `코다'의 남우조연상 시상을 위해 수어를 연습하는 것을 봤다. `축하합니다'라는 말을 수어로 연습하고, 트로이 코처가 실제 농인이기 때문에 수어를 말할 수 있도록 트로피를 들어주는 배려의 모습을 보였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몇 안 되는 훈훈한 장면이었던 거 같다.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그날이 낀 주는 `장애이해주간'으로 정하고 다양한 교육 및 행사를 실시한다. 특수 선생님이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를 안내해주고 점자로 쓰인 글을 맞춰 보는 행사를 했던 것이 기억난다. 그래서 장애 이해를 위해`안내견 탄실이' 라던가, `내게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여동생이 있습니다', `로봇 다리 세진이',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를 구입하면서 오늘 소개할 이 책 `수화 배우는 만화'(핑크복어·돌베개·2020)도 구입했다.

책을 보며 알게 된 사실인데 처음에 책을 봤을 때 당연히 수화가 표준어고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은 농사회의 독립된 언어를 가리키는 공식 명칭인 `수어'를 존중하여 책 제목 외의 내용은 전부 수어로 통일하고, 서울특별시 농아인협회 산하 서울수어전문교육원의 감수를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책을 읽으며 `수어'라는 표현에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걸렸다. 자꾸 수화가 맞는 거 아닌가 싶었는데 둘 다 맞는 표현이라고 한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수화'는 `청각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손과 손가락의 모양, 손바닥의 방향, 손의 위치, 손의 움직임을 달리하여 의미를 전달하는 언어'로 `수어'는 이런 `수화 언어'를 줄여 쓴 말이라고 한다.

이 책은 작가가 수어에 관심을 갖게 되며 수어를 배우는 과정을 담고 있다. 평범한 청인이 수어를 배우며 초급반에서 중급반으로 수어를 배우는 과정을 담고 있다. 작가와 함께 직접 수어 배우기 도전을 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아마 수어를 배우려 한다면 이런 과정을 겪게 될 것 같다. 또 수어를 배우며 느꼈던 감정이라던가, 수어가 꽤 직관적인 언어인 탓에 벌어지는 에피소드라던가, 한글 형용사의 그 맛을 살리지 못한다며 아쉬워하는 부분이라던가, 수어를 배우며 장애를 이해하는 부분에서 정말 많이 공감해 가며 읽었다.

특히 `그냥 배우고 싶어서' 수어를 배운다는 점이 좋았던 것 같다. 이 책은 수어를 투철한 봉사 정신을 갖고 있어서 배운다든가, 주변에 수어가 필요한 사람이 있다던가, 자격증을 따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배우는 점이 좋았던 것 같다. 확고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배웠다면 조금 질렸을 것도 같은데, 오히려 그냥 배워보고 싶어서 배웠기에 더 부담 없이 다가온다는 느낌이다.

작가의 말처럼 차별, 평등, 평범함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수어를 외국어와 바꿔서 생각해 본다. 외국을 여행할 때는 외국어로 인사하거나 생활 회화를 외워 두긴 하는데 수어는 관심도 없었고 알아야 할 필요가 꼭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래도 언젠가 외국어처럼 만날 누군가를 위해 간단한 수어를 알고 싶기도 하다. 인사나 날씨를 묻는 정도의 표현을 말이다. 책을 보고 생각나면 조금씩 따라해 볼까 싶다.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이런 책이 잘 나와줬으면 좋겠다. 단, 이 책은 중간의 직관적인 표현이 좀 있어 초등학생에게는 좀 무리고, 중학교 이상 학생들에게 권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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