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 김일복 시인
  • 승인 2022.10.19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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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가는대로 붓 가는대로
김일복 시인
김일복 시인

 

`지금 말하지 않으면 평생 못할 수도 있다.'

그러니까 기회를 보지 말고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말하자.

지금 행하지 않으면 대답도 박수도 받지 못한다.

안부를 묻는 일은, 먼저 말을 건네고 손을 내미는 일이다. 진심으로 상대방의 안부를 묻고 살펴야 한다. 평범한 일상이 특별하다고 생각될 때는 이미 늦었다. 그때는 아무 말 없이 옆에서 지켜봐 주는 일도 위로가 될 수 없다.

얼마 전 영화 `안녕하세요'를 보았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감동적인 영화였다. 영화는 호스피스 병동에서 일어나는 환자들의 이야기다. 죽음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각자 하고 싶었던 일을 이루려는 삶의 현장을 보여준다. 그곳의 인사법은 낭랑한 큰 목소리로 “안녕하세요”하고 안부를 묻는 것이다. 그렇게 하루가 시작된다.

그러니까 그들에게 “안녕하세요”보다 더 좋은 인사가 있을까?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어쩌면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이 아닐까? 아무 탈 없이 밤새 건강하게 잘 잤는지, 서로에게 안부를 물을 때, 서로를 가름할 수 있는 마음이 얼마나 좋은가?

소중하고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는 환자들의 모습을 보여 준 좋은 영화였다. 특히 주인공 이순재 배우의 `잘 살아야 잘 죽는다'라는 명대사는 삶의 본질을 생각하게 했다. 죽기 전 한글을 배우고 있는 주인공과 글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은 사람, 그림을 그려 남기고 싶은 사람, 영어 공부를 하는 사람, 자신의 아픔을 극복하고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며 삶과 죽음의 현실 앞에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는 일. 아마 그들에게 인간이 할 수 있는 최고의 가치 있는 일일 것이다.

우리는 매일 아침 눈 뜨면 행복한 햇살을 피해 제일 먼저 스마트폰을 만진다.

혹시라도 좋은 소식이 있는지 문자와 카카오톡을 확인한다. 그리고 어제와 다른 모습으로 피어있는 꽃과 마주한다. 창가에 핀 마음을 먹은 꽃이다. 꽃이 시들지 않도록 자세히 들여다보며 “안녕”하며 인사를 해 보자. 그 마음을 담아 내 옆에 귀한 사람들에게 건네보자. 요즈음 살기가 어떠냐고 묻기도 하고, 괜히 보고 싶은 사람이 생각나면 연락도 해 보고, 숲속의 공주는 잘 있는지 정겹고 훈훈한 인사를 해 보자. 안부를 묻는 일은 진리가 아닌 어떤 법칙으로도 해석되지 않는 살아 움직이는 것, 진정한 삶의 의미며 섭리다.

예쁘면 예쁘다고, 아프면 아프다고, 사랑하면 사랑한다고 말하자. 그리고 어떻게 사는지 궁금하면 “안녕하세요”라고 먼저 묻자. 누구라도 같이 행복한 웃음을 나눌 수 있다면 몇 번이고 “안녕하세요?”라고 말하자. 그러면 우리 모두 행복한 미소로 살아갈 것이다.

성당에서 만나는 할머니 할아버지는 무릎은 괜찮으신지, 사는 집은 추운지, 데레사 할머니를 못 본 지가 오래되었다는 등, 서로의 안부를 기도하듯 묻는다. 할아버지는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아픈 게 대수냐며 수선 떨지 말라고 한다. 훗날 내 모습을 떠올려본다. 죽는 법이 따로 있단 말인가? 사는 법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가고 싶지 않아도 모두가 가야 하는 길이다. 소홀하게 대했던 사람이 있다면, 혹 내가 모르는 상처를 준 일이 생각난다면 더더욱 용서로 안부를 전해야겠다.

니체는 “좋은 것은 가볍다”라고 말한다. 가볍게 인사를 하자. 어쩌면 그리움의 표현이기도 하다. 진정한 삶을 위하여 상대에 대한 예의와 참된 도리를 다하자. 평범한 일상에서 평범한 행복은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다.

지금부터 지나가는 사람이든, 이웃이든, 세상 저편에 존재하는 모든 이에게 내가 먼저 유쾌한 인사를 하자.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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