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배움터에서 만든 우리들의 소우주
마을 배움터에서 만든 우리들의 소우주
  • 추주연 충북단재교육연수원 교육연구사
  • 승인 2022.10.19 1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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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추주연 충북단재교육연수원 교육연구사
추주연 충북단재교육연수원 교육연구사

 

오늘 처음 만난 우리는 쭈볏거리며 서로 눈치를 보다 마지못해 어색한 인사를 나누었다. 연령대도 다양하고 근무처도 다양한 다섯 사람이 어쩌다 한 팀이 되었고 굴렸을 때 소리가 나는 무언가를 만들어내라는 미션을 수행하게 되었다.

우리에게는 열 개 남짓의 사람 키만한 대나무와 소리나는 각종의 다양한 잡동사니가 주어졌을 뿐이다. 동부창고 38동 야외작업장 여기저기에서 다섯팀이 우왕좌왕 우당탕탕 무언가를 만들기 시작했다.

서로를 쳐다보기만 하는 시간이 잠시 흐르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대나무를 집어들었다. 다들 약속이나 한 듯 유연하게 휘어지는 대나무로 둥그런 원을 만들었다. 여러 개의 대나무 원을 서로 끼워 넣으니 커다란 대나무 공이 만들어졌다.

어릴 적 동화책에서 본 신데렐라의 호박마차같다며 깔깔대던 우리는 공 안에 무엇을 담을까 궁리 끝에 대나무로 리본을 만들었다. 대나무 리본을 노란색 테이프로 촘촘하게 감아 공 안에 매달았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무사히 돌아오길 바라는 표식인 노란 리본은 여전히 세월호의 아이들을 떠올리게 한다.

노란 리본을 달고부터는 모두들 손놀림이 빨라졌다. 초록색과 보라색 실을 엮어 노란색 대나무 리본을 감싸듯 육각형의 별을 만들고 찰랑찰랑 소리가 나도록 작은 공과 방울을 매달았다. 대나무 공 여기저기를 오색실로 묶어 치장하고 마지막으로 연노란색 장난감 별을 노란 리본 끝에 매달았다.

우리는 대나무 공을 `사월의 별'이라고 이름 붙였다. 우리가 잊지 않고 기억할 아이들의 꿈을 대나무 공 속에 담았다. 그렇게 우리의 소우주가 완성되었다.

다른 팀들도 하나씩 대나무로 만든 그들만의 소우주를 완성했다. 운동장에서 맘껏 굴리던 굴렁쇠를 떠올리며 만든 소우주,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하는 마음으로 만든 소우주, 아이들이 그 속에서 안전하게 뛰놀기를 바라며 만든 소우주. 완성된 다섯 개의 대나무 공이 동시에 굴러가며 촤르륵 찰랑 소리를 낸다.

다른 사람과 경쟁하지 않고 다른 팀과 비교하지 않으며 모두의 아이디어와 의견을 모으고 덧대어 만들었다.

어른이 되어서 여럿이 무언가를 이토록 집중해서 만든 적이 있었던가?

대나무 공이, 아니 우리의 소우주가 굴러가며 내는 소리를 처음 듣는 순간의 짜릿함이란…. 아마도 함께 만들어 내는 집단지성의 시너지를 경험한 기쁨일 것이다.

한국외대 김용련교수는 저서 「마을교육공동체, 생태적 의미와 실천」에서 경쟁의 개인주의에서 상생의 공동체로의 전환을 강조한다. 상생의 공동체는 마을이 아이들의 배움터가 되어 아이들을 함께 키우며 주민이 시민으로 성장할 때 가능하다. 생태계는 살아있는 유기체로서 환경의 변화에 적응해가는 자발성과 자생성을 갖는다. 다양한 구성체들이 어우러져 그물망처럼 연결되고 새로운 질서와 가치를 창조하는 자기조직화와 공진화의 능력을 지니는 것이 생태계의 특성이라고 한다. 삶터가 배움터가 되고 배움터가 일터가 되는 것이 생태적 삶인 것이다. 복잡한 듯하지만 교육생태계란 그저 삶 속에서 배우고 배운대로 사는 것이다.

`지역교육생태계'를 주제로 한 「시대를 여는 미래교육」 연수에서 대나무로 소우주를 만들면서 우리는 다름 아닌 작은 교육생태계를 경험하였다. 연초제조창에서 시민예술놀이터로 거듭난 동부창고는 교육생태계를 위한 우리 지역의 소중한 공간이다. 학교의 울타리를 넘나들며 언제, 어디서나 누구와도 배움이 일어나는 지역교육생태계의 장이 마을 배움터 동부창고에서 꽃피길 기대하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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