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도시 기행 2
유럽 도시 기행 2
  • 하은아 충북교육도서관 사서
  • 승인 2022.10.17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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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권하는 행복한 책 읽기
하은아 충북교육도서관 사서
하은아 충북교육도서관 사서

 

여권이 만료됐다. 슬슬 여권을 다시 만들어도 되는 날이 찾아온 듯하다. 하나, 둘 여행을 다녀오고 즐거운 경험담을 듣고 있자니 내 다리도 간질간질하다. 여권이 없어 떠나지 못하는 사람처럼 조바심이 난다. 비행기표를 검색하고 달력을 넘기며 언제가 좋을지 계산을 한다. 오랜만에 느끼는 설렘과 떨림이다.

많은 정보를 찾고 책을 읽으면서 준비한 여행도 아쉬움이 있다. 다른 나라를 여행하는 것은 미술관에서 유명 화가의 작품을 보는 것과 비슷하다. 유명하고 작품이 멋진 것은 알겠는데 그 작품을 깊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정보가 필요하다. 작가의 생애, 작품을 그렸을 때의 환경, 역사를 알고 보았을 때 더 많은 감정과 생각을 느낄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여행도 그 지역이 가진 역사와 사람들의 이야기, 지리적인 특성을 알면 더 많은 것을 이해할 수 있다. 가끔은 세계사를 필수과목으로 배웠던 고등학교 시간이 감사하다.

도서 `유럽 도시 기행 2'(유시민 저·생각의길·2022)는 유럽의 도시 여행을 앞둔 여행자들에게 그 도시를 이해하기 쉽도록 역사적인 사건과 인물 이야기를 중심으로 풀어놓았다.

저자는 서문에서 “도시는 콘텍스트(context)를 아는 사람에게 말을 걸어주며 그 말을 알아듣는 여행자는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훨씬 깊고 풍부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고 믿는다.”라고 밝히며 콘텍스트를 전달하는 것에 주력하였다고 설명했다.

저자가 들려주는 4개의 도시의 이야기는 다른 여행 에세이보다 기본 정보를 주지는 않지만, 도시의 전체적인 맥락을 이해할 수 있도록 소개해 놓았다.

내가 기억하는 빈은 맛 좋은 아이스크림이 있었고, 쨍한 햇볕 아래 진녹색의 쇤브룬 궁전밖에 없지만 저자가 여행한 방법처럼 대성벽을 중심으로 안과 밖을 거닐면서 마리아 테레지아의 서사를 알고 있었다면 조금 더 풍부한 기억을 남길 도시였는데 말이다.

너무 완벽했던 빈, 슬픈데도 명랑한 부다페스트, 뭘 해도 괜찮을 듯한 프라하, 부활의 기적을 이룬 드레스덴이라고 소개하고 있는 이 책을 읽으니 유럽으로 여행가야 할 또 다른 이유를 찾은 것처럼 기쁘다. 프라하에 가서는 카프카의 집을 먼저 찾아보고 싶고, 빈에서는 클림트와 에곤쉴레의 그림을 보면서 아인슈페너를 마시고 싶고, 부다페스트의 유람선을 해 질 녘에 타고 싶으며 드레스덴의 테라스에서 노을 바라보고 싶어진다.

모든 도시는 상처와 회복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표현된 방식에 따라 도시의 특징과 개성이 자리 잡고 있다. 저자가 여행한 유럽의 4개 도시도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된 역사를 안고 있다. 우리는 그 독특한 감성을 찾아 여행하는 것이 아닐까?

모든 여행은 옳다. 휴식을 취할 수 있고, 자연을 감상할 수 있다. 또한 경이로운 대자연의 변화를 맛볼 수도 있다. 그렇지만 도시를 여행한다면 저자가 말한 콘텍스트를 이해해보면 어떨까? 다음 유럽 여행을 간다면 이 책을 들고 갈 것이다. 저자가 걸었던 방법으로 도시를 알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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