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자녀 성적
부모와 자녀 성적
  • 양철기 교육심리 박사·원남초 교장
  • 승인 2022.10.06 16: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심리학으로 보는 세상만사
양철기 교육심리 박사·원남초 교장
양철기 교육심리 박사·원남초 교장

 

다음 중 자녀의 학업성적을 높이는 부모 요인은 어떤 것일까?

△부모의 교육수준이 높다 △엄마가 첫 아이를 출산한 나이가 30세 이상이다 △부모가 학부모회 활동을 한다 △집에 책이 많다 △최근에 주변 환경이 더 좋은 곳으로 이사했다 △아이가 태어나서 유치원에 다니기까지 엄마가 직장에 다니지 않았다 △부모가 아이를 도서관이나 박물관에 자주 데리고 간다 △부모가 거의 매일 아이에게 책을 읽어준다.



# 부모 요인

위 내용은 EBS에서 이민영 박사(기업교육전문가)가 미국 교육부에서 `부모 요인이 아동 성취도 발달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장기 연구 결과'에 기반하여 던진 질문이다. 이 연구는 2만여명의 유치원에서 초등학교 5학년까지 학생들을 대상으로 6년간 학업성취도 발달 과정을 측정하였다.

연구 결과 자녀의 학업성적을 높이는 요인으로는 4개(교육수준, 출산 나이 30세 이상, 학부모회 활동, 책이 많음)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나왔다. 그리고 나머지 4개 요인(환경 좋은 곳으로 이사, 전업주부, 도서관 박물관 방문, 책 읽어주기)은 학생들의 성적 향상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왔다.

미국과 한국의 문화·역사적 차이를 반영하더라도 위의 결과는 부모들을 당황케 하기에 충분하다.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를 무리해 가면서도 실천하는 중산층 열성 부모와 졸린 눈 비벼가며 자녀의 언어학습을 위해 책 읽어주는 젊은 학부모들은 분명 위의 연구 결과에 무척 당황해할 것이다.



# 부모의 삶 vs 해주기

이민영 박사의 위의 결과에 대한 해석은 다음과 같았다. 성적과 관련이 있는 항목들은 부모가 어떤 사람인지를 말해주는 요소이다.

즉, 엄마가 첫 아이를 출산한 나이가 30살이 넘었다는 것은 엄마가 공부를 했거나 직장생활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부모가 학부모회 활동을 했다는 것은 자녀의 학업이나 학교생활에 대한 관심도가 있다는 것이다. 집에 책이 많다는 것은 부모가 평소 책 읽기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성적과 관련이 없는 요소는 부모가 아이들에게 무엇을 해줬는지에 대한 내용이다. 학군이 좋은 곳으로 이사, 직장을 그만두고 아이 돌보기, 박물관과 도서관에 데려가고 책을 읽어주는 것은 부모가 아이에게 일방적으로 무언가를 해준 걸 의미한다.

본 연구를 조금 단순화해서 해석하자면 부모가 아이에게 `일방적으로 뭔가 해주는' 것은 아이의 성적과 크게 상관이 없다. 대신 부모가 어떤 사람인지, 진정성을 가지고 아이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가 영향을 준다.



# 제대로 살아내기

세상은 넓고 아이 양육법은 다양하다. 같은 부모 밑에서도 형제와 자매가 다르게 학습하고 다르게 자란다. 현대 심리학과 거대 교육기업들은 부모의 영향력을 과장했을 수 있다.

그리하여 우리는 부모의 영향력에 관한 부분에 있어서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고 있는지 모른다. 위의 연구 결과가 2022년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부모가 자녀에게 `뭔가를 해주어야 한다'는 강박에서 조금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맞벌이 부모는 퇴근하고 집에 가면 너무 피곤해 자녀에게 책을 읽어주거나 주말에 박물관 등에 데려가지 못해 미안해한다. 그런데 그런 미안한 마음을 갖기보다는 나 자신이 책을 읽고 있는지, 아이 학교생활 또는 교육에 진정성을 갖고 관심이 있는 사람인지에 대한 고민이 먼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제대로 살아내는 것이다. 아이들은 그러한 부모의 삶 속에서 저절로 배워간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