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변신
화려한 변신
  • 김순남 수필가
  • 승인 2022.10.06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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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김순남 수필가
김순남 수필가

 

다시 보아도 신기하다.

지난여름 스마트폰 활용 미디어 교육을 접할 기회가 있었다.

수업 회차가 중반쯤 되었을 무렵 강사는 생각지 못한 양말목을 준비물로 내놓았다.

양말목으로 컵 받침을 만들며 그 과정을 촬영해 SNS에 영상을 올리는 수업이었다.

손재주가 없는 사람이라 무엇을 만드는 것에 흥미를 못 느끼는 사람이지만 손으로 만지작만지작하다 보니 결과물 하나가 만들어져 기분이 좋았다.

산업폐기물이던 양말목이 이렇게 재탄생을 하게 되다니 놀라웠다.

양말목은 공장에서 기계로 양말을 짤 때 코를 잡기 위해 짜여지는 부분이다.

잘라서 폐기물로 버리던 것을 누군가 발견하여 공예로 발전시켰다 한다.

초등학생들은 물론, 성인들도 소소한 물건들을 만들며 양말목의 변신에 동참한다.

양말목으로 컵이나 냄비 받침, 방석, 꽃 모양 부로지, 작은 손가방, 자잘한 물건들을 정리할 수 있는 수납 바구니 등 다양한 생활용품들이 탄생한다.

산업 쓰레기는 줄어서 환경에도 좋고 양말목은 공예품으로 화려한 변신을 하니 이 어찌 일석이조가 아니랴.

우리 어머니들은 천 조각 하나도 버리지 못했다.

어린 시절 어머니는 옷감을 떠다가 집에서 옷을 만들기도 하셨는데 옷을 만들고 남은 자투리 천들을 모아 보자기를 만들고 밥상을 덮는 상보도 만들어 썼다.

그뿐인가. 털실로 옷을 짜서 딸들에게 입히다가 작아서 못 입게 되면 실을 풀었다.

꼬불꼬불해진 털실을 주전자에 물을 끓이며 김을 쐬어 새 실처럼 만들었다.

그 실로 새롭게 옷을 떠서 작은딸에게 입히곤 하셨다.

우리는 물건이 풍요한 시대에 살고 있다.

평소에도 그렇지만 명절을 지나고 나면 아파트 쓰레기 분리 수거장에는 하루 이틀 사이에 박스나 스티로폼이 산더미처럼 쌓이는 걸 보면 마음이 무겁다.

코로나19로 인해 신선식품이나 수산물들을 주문하는 횟수가 많아졌다.

이런 택배 상자 안에는 아이스팩이 한두 개씩 따라오기 마련이다.

물이나 친환경 냉매제를 쓰기도 하지만 젤 형태로 된 아이스팩 재료는 미세 플라스틱 성분이라 매립 후 분해되는 기간이 500년은 소요된다고 하니 참으로 난감한 일이다.

다행인 것은 아파트에 지난해부터 아이스팩 전용 분리함이 설치되었다.

아이스팩을 모았다가 필요한 곳에 무료로 재사용한다니 잘하는 일 중 하나이다.

어느 지자체는 재활용품을 가져가면 무게에 따라 지역화폐로 보상하는 자원 순환 가게를 운영한다고 한다.

마트 식품 진열대 앞에 오면 망설이게 된다.

언제부터인가 무심히 플라스틱 용기에 든 두부를 집어 들어 장바구니에 담곤 했다.

포장 없이 한 판에 여러 모가 담겨있는 두부를 비닐에 담아 오는 것보다는 가져오는 동안 부서지지 않고 내용물도 더 좋아 보여 손쉽게 그쪽으로 구매 욕구가 일었던 것 같다.

장을 볼 때 가능하면 쓰레기가 적게 발생하는 것을 선택 해야 되는데 그게 그리 쉽지 않다.

그렇지만 불편해도 늘 신경을 쓰고 실천을 해야 할 우리의 숙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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