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의 기원이 된 의림지를 거닐며
제천의 기원이 된 의림지를 거닐며
  • 김명철 제천교육장
  • 승인 2022.09.26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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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역사기행
김명철 제천교육장
김명철 제천교육장

의림지는 김제 벽골제, 밀양 수산제와 함께 삼한시대부터 수리시설 담당하던 우리나라 농업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시설 중 하나였다. 특히 `호서지방'이라는 명칭과 `제천'이라는 지명의 유래가 바로 이 의림지에서 시작되었다.

신라 진흥왕 때 축조되었다는 의림지는 2006년 12월에 명승 제20호로 지정되었으며 제천시민들의 자랑이며 상징이다.

제천은 한자로 방죽`제(堤)'자에 내`천(川)'자를 사용한다.

의림지 때문에 `제천'이라는 지명이 탄생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의림지 호수의 물은 제천시 북쪽에 높이 솟은 용두산(871m) 줄기에서 발원한 물이 이곳으로 흘러든다.

의림지의 역사는 우리나라 고대 역사 삼한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신라 진흥왕 때 악성 우륵이 용두산 물을 막아 둑을 쌓은 것이 시초라는 전설이 전해진다.

그 후 700여 년 세월이 흘러 고려시대 현감이었던 박의림이 개축했고, 조선시대에는 정인지가 개축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는 이 의림지는 `세종실록'에는`의림제'로 표기되어 있다.

그러나 의림지는 1972년 대홍수 때 제방이 유실되었고 이후에 다시 대대적인 개보수로 지금에 이르고 있는데 둘레가 2km이다.

잘생긴 소나무들과 수양버들이 호숫가를 수문장처럼 지키며 오리떼가 한가로니 노니는 이 의림지는 제천시민들의 자랑이며 힐링의 공간이다.

필자도 아침마다 이곳 의림지를 산책하면서 하루를 시작하는 호사를 누리고 있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요즈음 소나무의 향기가 가득한 의림지에 물안개가 피어오르면 환상적인 분위기가 연출된다.

그리고 의림지 주변에는 자연의 향기만큼이나 역사의 향기도 가득하다.

우리나라 농업의 역사와 수리 시설의 근원을 찾을 수 있고, 일제에 항거한 의병들의 혼과 얼을 느낄 수 있는 곳은 의림지만이 줄 수 있는 정기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의림지를 한 바퀴 산책하는 30분 동안은 시원한 호수와 그 뒤를 장식하는 웅장한 산줄기에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리고 호숫가를 경호하듯 늙은 소나무 사이에 서 있는`경호루', `영호정' 정자들이 정겹다.

한가로이 자리 잡은 매점과 호수를 바라보며 여유를 부리는 듯한`경호정'을 지나면 소나무 숲 사이에 `영호정'이 서 있다.

조선 순조 때 이집경이 세운 이 정자는 의병장 이강년이 부하들과 모임을 갖고 일제를 격퇴시킬 방안을 준비하던 곳이다.

그 후 일제가 허물어버린 이 영호정을 중건한 분이 바로 이범우였다. 그는 3·1운동 당시 제천 지방의 만세운동을 주도했던 인물인데, 1954년에 이 영호정을 중건하여 오늘에 이른다.

그리고 저수지 북쪽에는 의림지 역사박물관이 있다. 이곳에 가면 의림지의 역사와 구조를 잘 알 수 있도록 다양한 자료 전시와 설명이 되어 있다.

특히 고대의 관개방법, 생태 등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전문박물관이다. 우리 조상들이 산간지역인 제천에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산간지역의 농경지에 물을 공급하는 저수지인 의림지가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을 알 수 있다.

제천의 역사와 뿌리가 바로 의림지다. 그리고 지금은 제천시민들이 가장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하는 장소가 바로 의림지라는 생각을 한다. 이제는 이렇게 아름다운 의림지를 제천의 자랑에서 대한민국의 자랑으로 더 의미 있고, 멋진 곳을 승화시킬 지혜를 모아야 할 때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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