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해방일지
아버지의 해방일지
  • 김세원 음성교육도서관 사서
  • 승인 2022.09.26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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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권하는 행복한 책읽기
김세원 음성교육도서관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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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마지막이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는 감정은 아쉬움, 미련 후회와 같은 못다 한 것에 대한 감정이 아닐까 싶다. 평생을 미워했지만 마지막 순간에 그것이 오해였다는 것을 깨닫는다면 그리고 그 대상이 세상에 하나뿐인 나의 아버지라면 그 마지막을 나는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이러한 의문점을 던지며 도서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 책의 첫 문장 `아버지는 죽었다'라는 단어로 아버지의 죽음을 알리며 글을 시작한다. 주인공은 사회주의 운동을 하던 어머니와 아버지로 인해 빨갱이의 딸이라는 사회적 틀에 갇혀 평생을 아버지를 원망하며 살아간다.

아버지의 죽음 직후 자그마하게 장례를 진행하려고 했으나 주변의 지인들이 하나, 둘 나서서 장례를 잘 치를 수 있게 도와준다. 아버지가 밖으로 나돌아다니면서 그간 인심을 많이 얻었고 지인들도 워낙 많아서인지 그의 마지막을 함께하려는 이들이 정말 많았던 것이다.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며 찾아오는 지인들이 겪은 아버지와의 사연을 통해 주인공은 아버지의 모든 행동들이 사회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 아닌 그저 사회에 속한 소시민들을 돕기 위한 것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아버지는 사회주의자이기 이전에 어려운 주변 사람들을 돕길 바랐던 사람이었고 가족을 등지고 교도소 생활을 자처한 사상가이기 이전에 어린 주인공을 항상 업고 다니며 세상을 구경시켜주던 따뜻한 분이었던 것이다. 이런 모습을 주인공은 아버지를 떠나보내는 마지막 순간에 깨닫게 되고 결국 자신의 원망을 눈물로 흘려보내며 아버지를 이해하게 된다.

이 책 제목의 해방에 대한 대상은 아버지가 아니라 오히려 주인공의 아버지에 대한 오해와 원망에 대한 해방을 얘기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 역시 지금 생각해 보면 아버지의 옛 모습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는 듯하다. 아니 오히려 알려고 하거나 가슴속에 고이 간직할 아버지의 모습을 찾고자 노력한 적이 없었다.

아버지는 아버지이기에 완벽하여야 한다. 아버지이기에 나를 위한 삶을 사는 것이 당연하다는 오만한 생각을 갖고 살아왔다. 나의 오만함은 아버지에 대한 원망을 만들어 내고 그로 인해 아버지와의 갈등 겪게 만들었다. 이런 바보 같은 나의 행동들은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된 이후 더욱더 명확해졌다. 나는 평생 후회할지도 모를 행동들을 아버지에게 하고 있다는 것을.

주인공은 아버지를 향한 원망의 끈에 대한 마지막을 죽음의 순간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아버지' 나아가 `부모님'에 대한 오해와 원망들을 주인공보다 조금 더 일찍 깨달을 수 있다면 그래서 해방일지를 조금 더 일찍 써 내려갈 수 있다면 적어도 주인공처럼 다시는 보지 못할 부모님에 대한 후회보다는 현재 부모님께 조금이나마 죄스러운 마음을 표현해 볼 수 있는 기회라도 가져볼 수 있을 것이다. 그 선택은 이 책을 읽고 난 독자의 몫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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