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의 한살이가 가르쳐주는 삶의 지혜
곤충의 한살이가 가르쳐주는 삶의 지혜
  • 박지희 청주시 공원관리과 주무관
  • 승인 2022.09.25 17: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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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박지희 청주시 공원관리과 주무관
박지희 청주시 공원관리과 주무관

 

공무원은 직업적으로 시민들 삶의 안정을 고민하게 된다. 이를 위해 `청렴'에 대한 윤리의식이 끊임없이 강조된다.

다양한 곤충에서 청렴 대표로는 매미가 꼽힌다.

흔히 매미의 오덕을 말하는데 첫째로 곧게 뻗은 입을 선비의 갓끈과 연결해 학문을 연구하는 선비라 하고, 둘째로 농사지은 곡식을 탐하지 않으니 염치가 있고, 셋째로 집을 짓고자 애쓰지 않고 나무 그늘에 살다 가니 검소하며, 넷째로 때를 알아 허물을 벗고 매미가 되어 알을 낳고 죽으니 신의가 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그저 이슬과 수액만 먹고 산다니 청렴하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무탈하게 살다가 간혹 문제가 생길 때가 있는데 이럴 땐 주변 유혹에 흔들려 마음이 어지럽다. 이를 경계해 조선 시대 임금님이 매미를 본떠 모자를 만들어 쓴 게 익선관이다. 매미의 오덕을 상기하여 스스로와 백성을 살피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왕은 익선관을 쓰고, 관료들은 관모를 쓰고 정사를 돌봤다. 지금의 만원 지폐 속 세종대왕이 쓴 모자가 익선관이다.

실제 매미 생태를 보면 어렸을 땐 나무뿌리에서 수액을 먹으며 종류에 따라 7년 혹은 13년 이상 땅속에서 산다. 여름이 되면 나무로 올라와 날개 달린 모습으로 탈바꿈하여 등을 찢고 나온다. 애벌레에서 탈피한 수컷 매미는 열심히 울어 암컷을 만나 짝짓기를 하고 죽는다. 긴 애벌레 시기에 비해 성충 매미가 되어선 3~4주를 살아가니 수컷은 목숨 걸고 구애한다. 매미 소리가 밤까지 이어져 소음으로 느껴질 때도 있다. 매미로선 헷갈린다. 분명 해가 졌는데 또 다른 태양이 빛나니 바로 간판과 가로등 불빛이다. 인간을 위한 편의에서 만들었는데 생각지 못한 부작용도 같이 있는 것이다.

매미 중에는 꽃처럼 화려한 날개를 가진 꽃매미도 있다. 꽃매미는 해충이라며 농부들이 싫어하는데 포도나무 등의 과실나무 수액을 너무 빨아먹어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광합성으로 스스로 만든 나무 영양분을 고마운 줄 모르고 꽃매미처럼 먹기에만 집중하면 어느 순간 나무가 죽고 만다.

적당히 양분을 얻어 알을 낳고 죽으면 썩어서 거름이 되고 이는 다시 나무의 양분이 된다. 이것이 자연의 순리인데 어느 부분이든 과한 순간 해충이 될 수 있다.

풀벌레 정겹게 우는 가을이다. 곤충의 한살이가 다해가며 겨울나기와 다음 봄을 준비하듯이 우리도 1년 살이 마무리와 내년도 계획에 바쁜 때다.

다들 열심히 살고 있고 살아감에 정답은 없다. 다만 고쳐나갈 뿐이다. 한쪽으로 치우쳐 균형이 깨진 걸 모르고 달리다 보면 몸과 마음이 상하고, 본의 아니게 주변 사람을 힘들게 하는 부분도 생긴다. 혹여 꽃매미처럼 과한 건 없는지 나를 살펴 삶의 방향을 점검해 보면 좋겠다.

옛 임금님은 매미에 빗대어 관료들이 자신과 백성을 살펴 선정을 베풀기를 원했을 것이다. 이는 현시대에도 마찬가지라 청렴한 윤리의식은 공무원의 기본 태도로 강조된다. 이런 때에 철 지난 매미를 떠올리며 청렴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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