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는 중요치 않다?
부모는 중요치 않다?
  • 양철기 교육심리 박사·원남초 교장
  • 승인 2022.09.22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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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 보는 세상만사
양철기 교육심리 박사·원남초 교장
양철기 교육심리 박사·원남초 교장

 

명절, 고향에서 어린 시절을 같이한 친구, 선후배들과의 만남은 마음 설레는 일이다. 달빛 아래서 술잔을 기울이며 과거와 현재의 삶을 나누다 보면 직업정신이 발동한다. 이분들의 어린 시절 부모와의 관계가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궁긍해지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의 집안 사정을 잘 알고 어린 시절을 가까이에서 지켜 보아왔기 때문이다.

험악한 집안 분위기, 부모님들의 학대에 가까운 노동 등의 환경에 자란 몇몇 친구들, 소위 트라우마라는 것을 많이 가질법한 친구들은 50대를 그런대로 잘 살아가고 있었다. 그들의 자녀들 또한 번듯하게 키우고 있었다.



# 영화 `기생충'

문화인류학자 로버트와 세라는 50여 년간 전 세계 아동 양육에 대해 관찰 연구보고서인`부모는 중요하지 않다(Do Parents Matter?)'를 출간했다. 책 제목이 도발적이기는 하지만 책 내용은 부모의 역할은 중요하지만 전문가들이 경고하는 것만큼 중요하지 않으니 안심하고, 너무 스트레스 받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기존의 심리이론들은 부모가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을 극도로 과장해왔다.

따라서 부모가 아이에게 끼치는 영향을 과대평가하는 현대의 부모들은 아이의 감정에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전전긍긍한다. 로버트와 세라는 아이에게 모든 것을 쏟아붓고도 늘 불안감과 죄책감에 시달리고, 아이의 앞날을 걱정과 두려움으로 바라보는 부모들에게 아이의 회복력을 믿고 부모로서의 짐을 덜어내는 여유를 갖기를 권한다.

영화 `기생충'에서 미술심리학을 공부한다고 속인 기정은 부자집 아들의 그림을 해석해주며 부자집 사모님을 화들짝 놀라게 하며 높은 과외비용을 당당하게 요구하는 장면이 나온다. 부모의 자녀 양육에 대한 두려움과 스트레스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 과장된 애착이론

현대 한국 사회 부모와 유아교육 전문가들에게 보울비(J. Bowlby)의 애착이론은 종교와도 같다. 애착이론은 아이의 사회적, 정서적 발달에는 부모의 무한정한 사랑과 따뜻함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무한한 사랑 없이 자란 아이는 불안정해져 감정적, 정신적 문제를 지닐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하지만 서아프리카의 큰 부족인 하우사족은`친족 회피' 관습에 따라 엄마가 아이와 눈을 맞추거나 같이 노는 것을 금지한다. 젖을 물릴 때에도 먼 산을 바라보며 먹여야 하고 젖을 떼면 친척에게 맡겨 성장하게 된다.

애착이론에 따르면 하우사족 아이들은 모두 정서불안이 되고 정상적인 성장이 되지 못한다. 그러나 이 아이들은 모두 매력적인 아이들로 자라는 것을 로버트와 세라는 관찰했다. 로버트와 세라는 여러 문화의 사례를 들며 아이는 생각보다 약하지 않으며 아이들의 회복력을 믿어라고 주장한다.



# 아이들의 회복력

한 학교에 5년을 근무하면서 아이가 5년 동안 변화하는 모습을 종단적으로 관찰할 특권을 가지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아이들은 놀라운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가지고 있었다. 5년 전 몇몇 아이들은 가정적으로 어려운 처지에 놓여 행동치료 또는 약물치료를 당장 받아야 할 상황이었다.

5년이 지난 지금, 그 아이들은 6학년으로 자라 듬직하고 건강한 정신의 소유자로 성장하는 것을 직접 보고 있다. 다만 안타깝게도 그 아이들의 가정환경은 5년 전 보다 낳아진 것이 없다.

세상은 넓고 아이 양육법은 다양하다. 아이 양육에 온 힘을 다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모든 아들과 며느리들에게 아이들이 속삭이고 있다.“엄마 아빠, 저는 생각보다 잘 자라니 너무 전전긍긍마세요”나는 아이들의 회복력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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