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착은 아름다움이 될 수 없다
집착은 아름다움이 될 수 없다
  • 김경순 수필가
  • 승인 2022.09.20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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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문앞에서
김경순 수필가
김경순 수필가

 

인간의 탐욕은 어디가 끝일까. 탐욕으로 일궈낸 아름다움은 과연 정당한가. 연구라는 명목으로 동물들의 생명을 함부로 하는 행동이 과연 과학자로서의 옳은가. 책 한권을 읽으며 수많은 물음이 내안에서 쇄도했다. 물론 우리가 누리는 지금의 혜택이 그들의 헌신(?)이라는 말에는 선뜻 `아니오.'라고 말을 할 수는 없다. 그렇다하더라도 적어도 인간은 모든 생물 중 최상위에 자리를 하고 있지 않은가. 약자를 어찌 대하라는 것은 우리가 유치원과 초·중·고를 거치며 수없이 배웠다.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수많은 동물들을 희생시키는 행위가 불편하기만 하다.

《깃털도둑》이라는 책은 커크 월리스 존슨의 실제 취재기를 다룬 이야기이다. 아름다움과 집착, 그리고 세기의 자연사 도둑이라는 책 표지의 말들이 나를 책속으로 이끌었다. 프롤로그를 읽으니 흥미진진했다. 에드윈 리스트가 트링박물관에서 수많은 새의 표본을 훔치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내용은 앨프리드 러셀 월리스의 탐험기다. 자신의 연구인 종을 기원을 설명하기 위해 밀림에서 표본을 어떻게 모았는지 그 험난한 과정이 실감나게 서술되었다. 그렇게 월리스라는 과학자가 생사를 오가며 얻은 조류 표본들은 처음에는 대영박물관에 보관되어 있었지만 제1차 세계대전으로 박물관이 폭격을 맞자 영국 시골의 사설 박물관인 트링박물관로 옮겨져 보관이 된다. 그리고 이어지는 내용은 깃털열병에 관한 내용이었다.

수컷새는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아름답고 화려하게 자신의 깃털을 만들었다.

그렇게 새들은 수백만 년 동안 자기들끼리만 지내면서 아름답게 진화했다. 그런데 인간 사회가 발달을 하고 상업용 인쇄기가 나오고, 잡지가 나오면서 여성들의 패션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시작은 마리 앙투아네트였다. 올림머리에 꽂은 왜가리 깃털은 여성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 후 많은 여성들은 모자에 다른 사람보다 더 멋진 깃털을 꽂기 위해 경쟁했고, 아름답고 화려한 새들은 여자들의 모자를 위해 죽어나가야만 했다. 저자는 모자가 새들의 공동묘지가 되어 갔다고 비판했다.

그 뒤 깃털매매에 반대하는 운동이 일고, 서서히 아름다운 새들을 향한 무차별 살인이 줄어드는가 싶더니 이제는 낚시로 옮겨져 깃털이 회자되기 시작했다. 귀족 부인들이 희귀한 깃털 장식의 모자를 경쟁하였다면 남편들은 그 깃털을 낚싯대에 묶어 자랑했다는 것이다. 에드윈 리스트가 트링 박물관에서 수많은 새의 표본을 훔친 이유도 사실 낚시에 다는 플라이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더 자세하게 이야기한다면 아름다운 깃털을 낱개로 만들어 플라이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비싸게 팔기 위한 욕망 때문이었다.

《깃털도둑》의 저자이자 등장인물인 존슨은 난민 구호활동가였다. 그런 그가 에드윈 사건을 듣고 자신이 무언가 할 수 있다는 생각에 ㅤㅉㅗㅈ기 시작한 일이다. 하지만 플라이에 대한 집착과 욕망으로 똘똘뭉친 인간들에게서 그것을 멈추게 할 수 일이란 요원하다는 것을 그는 깨닫는다. 지금도 에드윈이 박물관에서 훔친 새들의 깃털은 여전히 플라이 타이어들에게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는 사실이 그것을 증명한다. 분명 소설이 아닌데도 소설 같은 이야기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그 이야기가 너무도 충격적이라 그랬을 것이다.

이제 겨울도 몇 달이 남지 않았다. 벌써부터 홈쇼핑에서는 아름다운 모피를 입고 호객을 하는 곳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오리털, 토끼털, 여우털, 그 작은 동물들에게서 털들을 어떻게 취하는지 않다면 선뜻 지갑을 열지는 못한다. 자신의 아름다움을 위해 동물들을 살생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우리는 생각해야 한다. 집착과 욕망으로 만들어진 아름다움은 결코 생명의 소중함 위에 올라 설 수 없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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