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그리움
가을 그리움
  • 김태봉 서원대 중국어과 교수
  • 승인 2022.09.19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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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봉 교수의 한시이야기
김태봉 서원대 중국어과 교수
김태봉 서원대 중국어과 교수

 

가을이 오면 사람들은 왜 쓸쓸함을 느끼게 되는 것일까?

부쩍 맑고 시원해진 날씨에 오곡백과가 영글어 풍요를 구가하는 계절인데, 사람들은 거꾸로 쓸쓸함을 다른 철에 비해 강하게 느낀다. 아마도 흐르는 세월에 대한 자각이 그 원인일 듯싶다.

당(唐)의 시인 유우석(劉禹錫)은 가을의 쓸쓸함이 시를 쓰게 만든다고 갈파하였다.









가을 그리움(秋思)



自古逢秋悲寂寥(자고봉추비적요) 옛날부터 가을을 맞이하면 슬프고 쓸쓸한데



我言秋日勝春朝(아언추일승춘조) 그래도 나는 봄보다 가을이 좋다고 말하겠네



空晴一鶴排雲上(공청일학배운상) 하늘 맑아져 학 한 마리 구름 헤치고 오르는데



便引詩情到碧宵(변인시정도벽소) 때 맞춰 시정 끌어 내어 저 푸른 하늘에 이르네









시인도 이유는 밝히지 않고 있지만, 가을이 쓸쓸하다는 것은 익히 들어 아는 바이다.

슬프고 적적한 것은 시인과 같은 나그네의 숙명이지만, 봄 여름을 지나면서는 피부에 와 닿지 않았을 뿐이다.

아침 저녁으로 찬 바람이 불고 곡식이 영글어 가자 시인은 부쩍 쓸쓸함을 느끼게 된다.

그래도 시인은 가을이 좋다고 힘 주어 말한다. 이유는 다른 게 아니다. 시인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거겠지만, 시정이 잘 떠오르는 철이 가장 좋은 철일 것이다.

시인이 가을이 봄보다 낫다고 한 이유도 바로 이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시인에게 시상을 떠오르게 하는 풍광이 눈 앞에 펼쳐졌다.

맑고 푸른 허공에 순백의 학 한 마리가 구름을 헤치며 떠오르는 모습이 눈에 들어 왔던 것이다. 그러자 시인의 시심이 동하여, 그 시정이 학에 이끌려 푸른 하늘에 다다르게 되었으니, 이로써 가을 쓸쓸함은 깨끗이 잊혀지고 말았다.

가을은 쓸쓸함의 계절이다.

쓸쓸함은 사람을 힘들게 하지만, 때에 따라서는 사람에게 에너지를 분출하게도 한다.

가을의 빼어난 풍광에 쓸쓸한 정서가 얹혀지면 훌륭한 시가 되는 것도 바로 이 가을의 마법 아니겠는가?



/서원대학교 중국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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