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음악엔 제목이 없다
클래식 음악엔 제목이 없다
  • 이현호 충북예총 부회장
  • 승인 2022.09.14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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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산책
이현호 충북예총 부회장
이현호 충북예총 부회장

 

9월이 들며 날씨가 제법 서늘한 것이, 그 무덥고 지루하던 장마가 언제였는가 라는 아득한 생각도 든다. 밤에는 제법 서늘한 게 이불을 덮지 않고는 잘 수가 없는 날로 변했다.

태양이 뜨겁고 시원한 바다가 있던 여름에는 레게 음악이나, 신나는 올드 팝송을 많이 들었지만, 가을에 들어서며 차분한 클래식 음악을 많이 듣게 된다.

그런데 클래식을 많이 접하지 않은 분들은 왜 대다수의 클래식 음악에는 일반적인 제목이 없고 작곡가의 이름과 영문이나 로마숫자와 넘버로 되어 있나 궁금해한다.

예를 들어 `베토벤 Piano sonata no. 2 Rondo Allegro D Major'라고 적혀 있는 경우가 다분하다. 특히 음악회에 갔는데 음악회 프로그램 안내지에 적혀 있는 제목을 보고 적지 않게 당황해 하는 경우가 있다.

누구에게 물어보지도 못하고 궁금해하는 분들을 위해 이해를 돕고자 간단하게 음악의 제목에 관해서 설명을 해 본다.

클래식 음악에는 보통 절대 음악과 표제 음악이 있다. 제목이 붙은 음악을 표제 음악, 그렇지 않은 음악을 절대 음악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절대 음악은 순수음악이라고도 부르는데, 제목이 없는 음악을 뜻한다. 위에서 언급한 교향곡 몇 번, 소나타 몇 번 이런 곡들이 절대 음악이다.

절대 음악의 감상 포인트는 엄격한 형식의 준수에서 오는 형식미이다. 표제 음악과는 달리 순수한 음악의 아름다움 그 자체만으로 승부를 본다고 생각하면 된다.

낭만파 이전 시기의 곡들은 거의 전부 절대 음악이었고 특히 고전파 시대에 가장 많이 작곡되었다.

특정한 제목이 없기 때문에 절대 음악은 곡의 형식과 번호로 부른다.

거기에다 더 정확하게 부르기 위해 작곡가 이름이나 조성 등을 덧붙여 부르기도 하는데 그 유명한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은 이런 식으로 부르면 `베토벤(작곡가) 교향곡(형식) 제5번(번호) c단조(조성)'가 된다.

표제 음악은 낭만주의 이전에 다양한 장르에서 나타났으나 낭만주의 시대에는 필수적인 요소로 발전하게 되었다.

낭만주의 음악은 시, 연극, 소설, 회화 등 다른 장르와 결합하여 작곡을 하려는 시도가 무르익게 되었는데, 이때 자연의 분위기, 문학적 상황 또는 회화적 요소로 영감 받은 악구들을 표현하고자 작곡자들은 제목을 더 적극적으로 달게 되었다.

악성 베토벤의 음악도 후반부 작품들에서는 표제 음악의 흔적들이 나타나게 되고, 표제 음악의 창시자인 베를리오즈는 꿈 이야기를 음악으로 표현하고 싶었는데, 듣기만 하는 음악적 형식에 한계를 느껴 표제 음악의 구성을 취하기 시작했다.

표제 음악은 서곡이나 부수 음악 교향곡, 교향시 등으로 발전해서 점차 독립적인 관현악곡으로 발전해 나갔다.

물론 작곡자가 의도하여 제목을 묘사나 전달을 위해 한 곡도 있으나 작곡자의 의도와 상관없이 후대에 출판한 뒤 별명처럼 제목이 붙은 곡들도 많다.

이제 여러분도 클래식 음악에 왜 제목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있는지 이해가 가시나요? 음악은 제목이 있든 없든 내 귀가 즐겁고 마음에 무수한 감동이 깃든다면 최고의 음악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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