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쿠타 사진관
하쿠타 사진관
  • 하은아 충북교육문화원 사서
  • 승인 2022.09.12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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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권하는 행복한 책 읽기
하은아 충북교육문화원 사서 

 

주변을 돌아볼 시간 없이 지내다 보면 훌쩍 떠나고 싶어진다. 이번 일만 끝내면 드넓은 바다가 보이는 곳으로 떠날 것이라 다짐하며 순간순간을 버티곤 한다. 하지만 일은 끊임 없이 이어지고 가끔 하늘을 올려다보며 숨을 돌린다.

훌훌 떠나는 일은 생각보다 대단한 결심과 용기가 필요하다. 당장 다음 달의 생계와 미래에 대한 불안, 확신 없는 자신감을 핑계 삼아 다음 기회로 미뤄 본다. 언젠가는 떠나리라는 결심과 함께.

도서 `하쿠타 사진관'(허태연 저·다산북스·2022)은 일상을 벗어나 제주로 여행을 떠난 주인공의 이야기이다.

새롭게 인생을 시작하고자 떠난 제주도에서 어이없는 사고로 계획보다 더 오래 머물러야만 했고 그곳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에피소드가 소설의 주 내용이다.

소설 속 주인공이 우연히 사진관에 들어가고 이유 없는 호의를 받고 인연을 이어가는 일은 비행기 옆자리에 앉은 사람과 연인이 될 확률만큼 적다. 그래도 이러한 이야기는 따듯하다. 훌쩍 떠나고 싶은 욕망을 부채질한다.

`하쿠타'는 제주도 방언으로 `하겠다', `하겠습니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소설 제목은 `하겠습니다 사진관'쯤 된다. 작가는 `무엇이든 멋지게 촬영하는 사진관'이라고 설명했다. 추억을 만들러 오는 사람, 지금 이 순간을 사진에 담고 싶은 사람들을 사진을 찍어주며 하쿠타 사진관과 주인공들은 제주도의 일부분으로 받아드려지고 있었다.

하쿠타 사진관을 처음 들었을 때`하쿠나 마타타'와 같은 말이라 생각했다. 스와힐리어로 문제없다라는 뜻의 하쿠나 마타타는 라이온킹 영화 OST로 유명해졌으며 발음 소리가 재미있기도 해서 종종 자주 쓰던 말이었다. `하쿠나', `하쿠다' 한 글자 차이인데다 뜻을 모두 알고 있는 이제는 그 두 단어가 같은 의미처럼 느껴진다. 가장 멋진 사진을 찍는 일에 문제가 없다는 사진관처럼 들린다. 저자는 이런 해석까지 의도한 걸까?

코로나로 몸살을 앓고 있을 때 이 책을 읽었다. 몸은 까라지고 있음에도 제주도의 푸르른 바다와 바람이 느껴지는 책을 읽으면서 조금 수월하게 이겨냈다. 책이 내 마음속에 있던 떠나고 싶은 마음을 달래주고 있었다.

`당신의 가장 찬란한 순간을 남겨드리쿠다. 하쿠다 사진관에서 잠시라도 쉬멍 갑써.'라고 책에 적혀 있다. 하쿠타 사진관에 들른 손님들은 모두 자신들의 찬란한 한때의 사진에 만족하고 즐거워하며 떠났다. 나의 찬란한 순간은 언제일까? 지금일까? 환하게 웃는 사진을 한 장 남기고 싶은 오늘이다. 모든 근심 걱정은 놓고 말이다.

제10회 충북교육도서관 북페스티벌이 9월 24일에서 25일 이틀간 도서관에서 열린다. 북페스티벌을 준비하면서 많은 것을 결정을 해야 하는 일이 두렵고 어려우면서도 행사에 참여해 책을 재미있어하고 즐길 사람들을 상상하면 뿌듯해진다.내가 하는 일이 사람들을 보다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일인 것 같아서 말이다.

북페스티벌이 도서관의 찬란한 순간이 되고, 그곳에서 보다 많은 학생, 학부모, 모든 사람들의 하쿠타 사진관이 되길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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