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그대로 그러하게
그냥 그대로 그러하게
  • 전영순 문학평론가
  • 승인 2022.09.06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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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전영순 문학평론가
전영순 문학평론가

 

파문이 인다. 보슬비가 물에 착지하자 둥근 원이 퍼지며 사라진다. 눈을 깜박이는 사이 한 세계가 사라질까 봐 눈을 크게 뜨고 순간을 잡는다. 빗방울이 깊고 넓은 곳은 둥글게 퍼지고 얇은 곳은 파고드는 모양새다. 어디에 시선을 두고 바라보기를 해야 할지 고민이다. 선을 긋고 바라봐야 하나, 일부분을 봐야 하나, 주위를 봐야 하나, 아니면 전체를 하나로 봐야 하나? 내리는 것이 부딪히는 순간, 부드러움(柔)과 강함(强)이 재회한다.

뜨거운 인간사는 자연 속에 묻힌다. 코로나도 국회의 뜨거운 공방도 힌남노 등장으로 뒷전이 되었다. 어쩌면 하늘이 우리에게 정신 차리라고 힌남노를 보냈는지도 모른다. 지혜롭지 못한 우리를 질타하는 경고는 아닐까? 질의하는 국회의원은 마치 전쟁을 준비하는 군사와 같고 국회는 마치 마당극을 펼치는 공연장 같다. 국민을 위하고 국가를 위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도 모자라는 판국에 싸움판을 연상케 하니 하늘이 한 대 치고 간다. 이념에 사로잡혀 있는 이 땅에 경종을 울리는 신호탄이다. 몰매 맞을 일이지만, 좀 더 세차게 때려도 좋을 듯싶다. 류 시인의 「소금」 일부라도 뿌려본다. 소금이 바다의 상처하는 걸/소금이 바다의 아픔이라는 걸/소금이 바다의 눈물이라는 것/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살아있는 것은 뜨겁다. 적당한 긴장과 견제는 성장을 가져오지만, 지나친 권력과 욕망에 눈이 멀면 철장 신세를 진다. 어느새 나도 열한 번째 정권을 맞이했다. 어느 정권이든 말도 많고 탈도 많다. 한때는 짜고 치는 고스톱판 같았고, 요즘은 정치 부조리, 이데올로기로 얼룩진 우리의 민낯을 드러낸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 개개인의 의식이 바뀌지 않는 한 우리의 정치 세계는 성장은커녕 제자리걸음도 힘들어 보인다. 제발 파벌 정치는 인제 그만했으면 좋겠다.

우리는 왜 성숙한 개인으로 살 수 없는가?

목적을 가지고 전진하는 생명은 뜨겁다. 공동체 사회 무리 앞에 개인은 먹잇감이다. 정글의 법칙을 인간세계에 접목하는 집단이 대한민국의 현주소란 말인가? 가끔 공생하는 생태계의 먹이사슬을 본다. 힘과 무리로 공격하는 동물 세계에서 사자와 하이에나는 천적이다. 그들은 먹잇감을 사냥할 때 아킬레스건을 기가 막히게 찾아 공격한다. 호모사피엔스는 동물 왕국의 먹이사슬 집단이 아니다. K-문화로 세계인의 시선이 한국에 집중되어 있는데, 새로운 세상을 개척해 나가야 할 우리의 정치의 일 번지는 어디에서 찾아야 하나. 야비한 꼼수로 집단을 구성하는 조직이나 단체는 우리 미래의 성장과 발전에 저해 요소다. 지금이라도 제거해야 할 장애물이 있다면 국민이여 불필요한 이념은 버리고 정의로운 사회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할 때다.

평정은 위아래가 없다.

보는 방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기득권자나 권력 앞에 줄을 서는 것은 수평이 아니다. 우리 정치 세계에 발목 잡는 것이 권력에 만연된 이데올로기라는 걸 알면서도 왜 외면하는 걸까. 금배지를 한 번 달아 봤으면 됐지, 똑같은 배지를 자꾸 달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높이 올라가면 갈수록 추락의 확률이 높다는 사실을 분명 알 터인데, 오로지 외줄타기 하는 사람들의 저의는 뭘까.

떠들썩하던 힌남노가 지나가자 매미가 목청을 높인다. 삶의 방식은 가치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어디까지나 가치의 기준은 개인의 몫이다. 건강한 시민·주인의식으로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에너지를 모으면 안 될까? 건강한 이웃과 관계 맺기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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