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사랑할 줄 아는 모든 이들에게 찬사를
일상을 사랑할 줄 아는 모든 이들에게 찬사를
  • 구숙진 KPCA 그림책 지도사
  • 승인 2022.09.01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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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그릇에 담긴 우리 이야기
구숙진 KPCA 그림책 지도사
구숙진 KPCA 그림책 지도사

 

타이어가 있다. 그림책 `낡은 타이어의 두 번째 여행/자웨이/노란상상' 속 주인공이다. 스스로 움직일 수는 없으나 자동차와 함께 하는 여행을 즐겼다. 바닷가에서는 파도가 보낸 물방울을 느꼈고, 깜깜한 밤엔 달빛을 받으며 여행을 했다. 세상이 넓다는 것을 알 정도의 오랜 여행은 자동차와 타이어를 낡게 했다. 낡은 자동차가 멈추는 순간 타이어도 멈춰야만 했다. 하지만 낡은 타이어는 차에서 떨어져 나와 세상을 향해 스스로 굴러가 보기로 맘 먹는다.

내 옆에 남자가 있다. 가족과 가정을 지키기 위한 세계 안에서 삶을 보냈다. 일하는 중간중간 쉼의 시간을 즐기며 일상을 보냈다. 허나 달려온 만큼의 시간은 그를 숫자에 불과한 `그만둠의 나이'에 이르게 했다. 아직 일할 여력이 충분히 있는 때의 퇴직은 그를 멈추게 했다. 하지만 그는 또 다른 세상을 향해 굴러가 보기로 맘 먹는다.

우리네 삶에는 이렇듯 여러 길이 있다. 가 보고 싶었으나 가 보지 못한 길, 가고 싶지 않았으나 가게 되는 길, 우연히 접어들어 가게 되는 길 등 여러 길이 있다. 세상의 일이 다반사처럼 다양하니 뜻한 대로 되지 않음은 우리를 갈림길 앞에서 멈추게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멈추고 나서야 우리는 생각하게 된다. 나에 대해, 나의 이상에 대해, 나의 길에 대해 깊이 있는 반추의 시간을 갖게 된다. 내가 누구인지 모른 채 가족과 사회가 요구하는 길을 걸어 온 것을 알게 되는 멈춤, 두려움과 맞닥뜨리게 되는 시간이다.

멈추어야만 하는 그 순간, 두려움과 절망이 있는 곳이지만 역으로 시작과 머무름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타이어의 소명인 구르는 것을 마친 낡은 타이어! 절망에 빠진다. 그러나 타이어 안에 있는 공간은 작은 동물들과 새싹을 품을 수 있는 넓은 공간인 것을 알게 된다. 머무름이 시작으로 변모하는 곳이 된 것이다.

멈칫하다 들어선 길의 끝자락에 선 낡은 타이어는 뒤를 돌아보며 `이제 나는 몹시 가 보고 싶었던 세상을 점점 잊어 가고 있어요. 하지만 새로 기억해야 할 것이 있지요. 지금, 이곳에서 내가 무척 행복하다는 것을 말이에요.'라고 읊조린다. 다시 시작된 일상의 아름다움을 사랑한 덕이리라.

평균 수명 100세 시대라 일컫는 요즘, 두 번이 아니라 세 번 이상의 새로운 여행을 요구한다. 어제와 똑같은 오늘, 오늘과 똑같은 내일이 있을 수 없다. 그 일상을 즐기듯 차곡차곡 사랑을 담아 쌓아가며 진정 내가 원하는 것, 내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준비하며 삶을 계획해야 한다. 혼자여도 누군가와 함께여도 괜찮다.

주부에서 `나'로, 가장에서 `나'로 가는 길은 낯설지만 자기 삶의 가치를 찾아 떠나는 새로운 길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흔들리는 일상이 사랑과 의지가 빛나는 일상으로 바뀌는 시점에 외쳐보자!

“나는 지금 두려운가, 그렇다. 하지만 당신과 함께 다시 외친다. `좋아, 기쁨에 모험을 걸자. 새로운 세상의 살을 에는 바람속에서'/루이스 그릭의 눈풀꽃 중”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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