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망치는 영웅들
지구를 망치는 영웅들
  • 반지아 괴산 청안초 행정실장
  • 승인 2022.08.30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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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반지아 괴산 청안초 행정실장
반지아 괴산 청안초 행정실장

 

“슈파 슈파 슈파 슈파~ 우렁찬 엔진 소리” 내가 어렸을 때, 그러니 약 30년 전 지구를 지키느라 동분서주하던 이들이 있었다. 이름도 멋있었던 `독수리 5형제'. 주로 공주 만화를 좋아했던 내 마음까지 훔쳐 간 그들은 그 당시 어린이들에게는 우상과도 같았다.

그런데 요새 나의 마음을 다시 설레게 하는 영웅이 나타났다. 그건 바로 `미니 특공대'. 나는 요새 그 누구보다 열심히 미니 특공대 시리즈를 한편씩 시청하고 있다. 등장인물의 이름까지 다 외울 정도다. 마흔을 바라보고 있는 나이에 이게 무슨 일일까. 바로 이제 갓 세 돌을 넘은 둘째 아들 때문이다. 어디서 들었는지 갑자기 미니특공대 보여달라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 아들 덕에 함께 보다 보니 어느새 내가 아들만큼이나 텔레비전 화면에서 눈을 못 떼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그런데 하루는 끝 무렵 나오는 엔딩곡을 듣다가 뒤통수에 강펀치를 맞은 듯 머리가 멍해졌다.

“지구를 지키기 위해 싸워~!”새삼스럽게 저 가사가 마음에 묵직하게 내려앉으며 질문 하나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과연 내가 환호하던, 그리고 많은 어린이가 동경하던 우리의 영웅들은 진짜 지구를 지켰을까? 아니면 되레 지구를 망치고 있었을까? 주위를 둘러보니 수많은 캐릭터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아이들 취향이 확연히 드러나는 장난감들에는 위풍당당하게 그들이 좋아하는 만화 주인공이 멋지고 예쁜 포즈로 그려져 있었다. 한번 보고, 다시 보니 개중에 아이들의 손길을 꾸준히 받는 장난감은 몇 개 없다는 사실이 몸으로 느껴졌다.

장난감 가게에 가서 혹은 택배 상자를 뜯으며 세상을 다 가진 듯 기뻐하던 아이들은 며칠을 못 가 흥미를 잃었고, 그렇게 장난감은 방 한구석에 계속 쌓여만 갔다.

그나마 취향이 비슷한 형제·자매가 있다면 다시 제 노릇을 할 기회가 주어지지만, 그렇지 않으면 주변에 나눔을 하려 해도 코로나 시국에 민폐가 될까 폐기물 스티커가 붙여진 채 버려지기 일쑤이다.

게다가 지구를 지키기 위해 우리 영웅들은 매번 한층 업그레이드된 옷과 무기, 가끔은 악기와 요술봉으로 무장을 하고 그것도 모자라면 새로운 친구를 훈련시켜 멤버로 만들기도 한다. 그 과정에 우리의 아이들은 이것도 갖고 싶고 저것도 갖고 싶은 마음에 엄마 아빠를 뒤흔들고 무거운 발걸음은 거의 떠밀리듯 장난감 가게로 향하곤 한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분리배출과 에코백과 텀블러로 겨우겨우 잡고 있던 희망의 끈에 주렁주렁 예쁜 플라스틱과 멋진 고무들이 한꺼번에 달려들어 끊어지기 일보 직전이다.

언제부턴가 어떤 대상이 유행을 타기 시작하면 수많은 관련 제품이 셀 수 없이 많이 쏟아져 내린다. 만드는 자와 판매하는 자, 그리고 구매하는 자. 누구의 잘못일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잘못을 가릴 수도, 어쩌면 가려서도 안 되는 문제일 것이다. 그저 나는 이제 곧 후임을 양성할 우리의 영웅들이 지구를 지키기 위해 더 이상 새로운 무기나 복장에 연연하지 않고 진짜 힘을 기르고 싸움의 기술을 연마하길 바란다.

옛말에 선서불괴모필(善書不愧毛筆 ·명필은 붓을 탓하지 않는다.)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또한 그들이 늘 부르짖듯이 진짜 지구를 지키고 싶다면 현재 지구를 자멸하게 만드는 진짜 `악당'이 무엇인지 두 눈 크게 뜨고 찾아내길 바란다. 아마 굳이 변신로봇이나, 로봇으로 변신하는 자동차는 필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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