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환 지사 달라져야 한다
김영환 지사 달라져야 한다
  • 이형모 기자
  • 승인 2022.08.1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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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이형모 선임기자
이형모 선임기자

 

10여 일 동안 시끄러웠던 차 없는 충북도청사 운영을 직원들 자율에 맡기기로 한 것은 늦었지만 다행이다. 충분한 검토 없이 정책을 밀어붙인 김영환 지사는 머쓱하게 됐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느꼈을 김 지사는 불통의 이미지를 오점으로 남겼다.

김 지사의 패착은 주변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안이한 현실인식이다. 이번 정책은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었다.

다만 소통과 시기가 문제였다. 차없는 청사를 만들었을 경우 주변 이면도로에 불법주차가 늘어나고 직원들의 불편이 있다는 예측가능했다. “불통이다”, “아마추어적인 정책이다”라는 말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김 지사는 차없는 도청 운영에서 소통의 기회를 여러번 놓쳤다. 공무원노조가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하고 당사자들의 공감대 조성이 선행돼야 한다”고 했지만 “꼭 해야하는가”를 납득시키는 데는 실패했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로부터는 “시민 불편과 예산 낭비를 초래하는 아마추어식 전시행정”이라는 비판을 들었다.

대체주차장이 확보되지 않는 한 청내 주차장 폐쇄가 불가능하다는 주변의 지적에도 실험을 강행하는 데 많은 사람이 실망했다. 현실성이 떨어지는 셔틀버스를 외면하고 출근해야 하는 불편은 직원들의 몫이었다.

사실 김 지사는 준비된 도지사는 아니다. 지사가 지녀야 할 자질과 능력을 제대로 검증받을 기회도 부족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의 능력과 철학에 대해 불안감이 없지 않다. 설익은 정책에 대한 우려도 적잖다.

아니나 다를까 불과 2개월도 못돼 이상적인 정책만 있다는 말이 따라붙고 있으니 갑갑하다. 호기롭게 약속했던 현금성 복지 공약은 예산 문제로, 최대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는 레이크파크 타운 조성 공약은 환경 규제에 발목이 잡혔다.

아무리 발상을 전환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해도 우려가 가시지 않는다. 행정가 출신들의 틀에 박힌 도정 운영에 식상해 비행정가의 새로운 구상과 정책을 기대했지만 아직은 아닌 듯하다. 리더로서의 팀워크나 시스템도 아직은 기대에 못미친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걸까. 돌이켜보면 6월 지방선거가 변곡점이 된 듯하다. 경기도에서 낙선만하던 그가 충북에 내려온지 두 달 남짓만에 도지사에 당선된 것은 그의 정치생활에서 의미가 컸을 게다. 아마 승리감에 도취됐을 것이다. 추진해보고 싶은 정책도 많았을 것이다.

이때부터 소통의 폭을 넓히고 큰 밑그림을 그렸다면 사뭇 달랐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취임 두 달간 그의 정책을 보면 `숲은 보지 않고 나무'만 보는 꼴과 흡사하다. 도정 방향과 지향점이 안보인다. 반도체특화단지 유치에 혈안이 된 다른 광역자치단체들과 굳이 비교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이시종 전 지사가 퇴임하기 하루전 전화를 걸어 “충북지사직은 어떤 자리냐”고 물었다. 그는 충북의 도지사는 관리형이 아닌 도전형이어야한다고 했다. 서울시장이나 경기도지사는 살림살이가 풍족하고 경제적 여유가 있어 시정이나 도정 관리만 잘하면 되지만 자원이 없는 충북은 미래 먹거리 산업을 발굴하고 정부 예산을 따오기 위해 부단히 도전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실패한 도지사로 남지 않으려면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 도백으로 정제된 언어를 구사하고 정책 실행은 신중해야 한다. 여기에 더해 학연과 지연 인사를 배제하고 능력있고 경험있는 인물을 찾아 지혜를 얻었으면 한다. 그러면 일련의 정책 오류는 좋은 예방주사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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