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한 알아차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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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 승인 2022.08.18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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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모든 종교와 학문 등의 궁극적 목표는 지혜롭고 올곧은 사람이 돼서, 몸은 건강하고 마음은 갈등 없이 편안한 삶, 즉 심신이 조화를 이루는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이다. 몸 건강하고 마음 편안한 행복한 삶을 위해 가장 우선시 돼야 하는 것은 건강을 해치고, 마음의 갈등을 유발하는 요인들을 제거하는 일이다. 간이 나쁘면 간에 좋은 식품과 약을 챙겨 먹는 것도 좋지만, 간 건강을 해치는 술을 끊는 등 악습관을 제거하는 일이 더 시급하고 요긴하다. 몸 건강을 해치고 마음의 안정을 뒤흔드는 주된 요인을 불교에서는 탐진치(貪嗔痴) 삼독(三毒)으로 꼽는다. 탐은 과욕을 부리는 탐심을 말하고, 진은 성냄을 말하며, 치는 어리석음을 뜻한다. 탐진치 이 셋은 서로를 자양분 삼으며 점점 강해진다. 과욕에 따른 탐심은 자신을 과대평가하면서, 매사를 무리해서 추진하게 된다. 애초부터 감당하기 힘든 일을 욕심냈기 때문에, 성공적인 결과보다는, 참담한 실패를 겪을 확률이 높으며, 그 과정에서 심신은 피폐해지기 쉽다.

무리한 시도에 따른 연속되는 실패와 심신의 피폐화는 점점 마음의 여유와 몸의 건강을 잃게 하고, 성냄이 잦아지게 만든다. 성냄이 잦아지면 점점 더 짜증과 분노에 휩싸이는 부정적 삶 속으로 빠져든다. 성냄으로 인해 마음의 중심을 잃게 되면, 자신이 욕심을 부리고 있는지, 아닌지도 모르게 되는 등 점점 더 어리석어진다. 그리고 어리석어질수록, 그동안의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점점 더 과도한 욕심을 부리면서 불안정하고 불행한 삶 속으로 곤두박질치게 된다. 이 같은 맥락에서 몸 건강하고 마음 편안한 행복한 삶을 누리기 위해선, 인생을 불행으로 이끄는 욕심을 내려놓는 일이 첫 단추가 돼야 한다. 욕심이 없는 명료하고 지혜로운 마음은 못 올라갈 나무는 쳐다보지 않는다. 그리고 현재는 못 올라갈 나무지만, 꼭 올라갈 필요가 있는 나무라고 판단이 되면, 성급하게 서두르는 일 없이 느긋하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그 나무에 잘 올라갈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과대평가하거나 과소평가하는 일 없이, 자신을 정확하게 알기 위해선, 온갖 욕심을 다 내려놓고 마음을 0점 조정해야 한다. 이와 관련, 불교는 나 없음의 `무아(無我)'를 깨달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기독교는 제 안의 온갖 주견을 비우고 `심령이 가난한 자'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온갖 욕심과 두려움 및 제 안의 삿된 주견을 다 비워낸 심령이 가난한 무심한 상태를 `참나' 또는 `진아'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고 역설한 것도, 자신의 처지나 수준 등을 정확히 알라는 의미를 넘어, `참나'에 대한 깨달음을 강조한 말이다. 자신의 처지나 수준에 대해서도 욕심이 많은 사람은 과대평가하고, 두려움이 많은 소심한 사람은 과소평가하게 된다. 따라서 자신의 처지나 수준 등을 정확하게 아는 일도, 무아를 깨닫고 심령이 가난한 자로 거듭나는 일이 전제돼야만 가능한 일이라 할 수 있다.

그 무엇보다도 자신이란 존재의 실체가 무엇인가를 정확하게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참나를 알아야 행복한 삶이 가능한 까닭이다. 자신의 실체인 `참나'를 깨닫기 위해선, 들뜨고 흩어지고 탁해진 마음을 가라앉히고 모으고 맑힘으로써, 마음을 0점 조정하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마음을 0점 조정하기 가장 쉽고 강력한 방법은, 매 순간순간 습관적으로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일을 그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언제 어디서나,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말을 하며, 어떤 행동을 하는지, 온전하게 깨어서 생각이 일어남과 언행을 알아차리며 마음을 챙겨야 한다. 달리 표현하면 안, 이, 비, 설, 신, 의 여섯 창문으로 도둑이 침입하는 일이 없도록, 언제나 온전히 깨어서 지켜볼 수 있는 파수꾼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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