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꽃
웃음꽃
  • 박영자 수필가
  • 승인 2022.08.17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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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박영자 수필가
박영자 수필가

 

아침에 일어나면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베란다로 나간다. 소박하나마 내가 가꾸는 꽃들의 웃음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풍로초의 앙증맞은 웃음은 한결같고, 일일초는 하루도 꽃을 피우지 않는 날이 없으니 그 꾸준함에 감탄하게 된다. 보랏빛 호접란은 만개한지 한 달이 넘었는데도 여전히 웃고 있다.
페츄니아, 백일홍, 카랑코에 안시리움 어느 꽃을 보아도 다 웃는 얼굴이다. 장마철을 지나면서 무더위와 습기에 그들도 힘들게 이 계절을 지나고 있지만 상을 찡그리거나 짜증 내지 않고 여전히 웃고 있음을 보며 내 표정을 다스리게 된다. 그래서 꽃을 싫어하는 이가 없고 우리 마음을 위로하기에 꽃은 치유의 힘을 가졌다.
세상에 많고 많은 동물들 중에 웃을 수 있는 동물은 오직 사람뿐이라고 했다. `설마 그럴까? 사람들이 웃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 건 아닐까' 하며 많은 동물들의 모습에서 웃는 얼굴을 발견해 보려고 오래 관찰해 보아도 아직 그것을 찾지 못했다. 웃을 수 있다는 것은 사람에게 신이 내린 특권이다. 아주 귀한 선물인 것이다.
`웃으면 복이 온다'고 했다. `친구에게 이를 드러내고 웃는 사람이 친구에게 우유를 건네는 사람보다 낫다'는 탈무드의 이야기가 있고, 시인 커밍스는 `인생에 가장 의미 없이 보낸 날은 웃지 않고 보낸 날이다'라고 했다. 철강 왕 카네기는 `웃는 얼굴이 없는 사람은 상점을 개설해서는 안 된다'고 까지 했다.
1분 동안 실컷 웃으면 10분 동안 에어로빅이나 조깅, 자전거를 타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단다. 웃음은 1000억 개에 달하는 뇌세포를 자극한다. 살짝 웃는 미소 역시 얼굴의 근육을 15개 이상 움직여 만들어 낸다고 한다.
어린아이는 하루에 400~500번을 웃는다. 내가 아들 둘을 기를 때도, 손녀 딸 둘을 기를 때도 아이들의 웃음 속에 행복했었다. 웃는 모습을 보려고 어르고 간지럼을 태우기도 하면서 웃음을 유도했었다. 웃는 모습만큼 행복하고 아름다운 모습이 또 있을까. 하지만 지금은 아기의 웃는 모습 보기도 가뭄에 콩 나듯 어렵다.
어른이 되면서 웃음은 줄어들고 노인이 되면 더 줄어들어 웃을 일이 거의 없어진다. 코로나 시대가 도래 하면서 그나마 웃는 모습도 마스크로 가리고 사니 웃는 모습을 어디 가서 찾을까. 복지회관에 가면 둘이 앉는 책상에 혼자 앉아야 하니 앞 사람의 뒤통수만 보다 온다. 식당에서는 밥을 먹어야 하니 마스크를 벗지만 가림막이 쳐있고 대화를 자제해 달라는 문구가 크게 씌어있으니 대화도 못하는 터에 어찌 웃음을 볼 수 있겠는가.
엊그제 동창 넷이서 만나는 날이니 오랜만에 웃고 떠들 수 있겠다는 기대가 없지 않았다. 하지만 코로나가 조심스러우니 예약한 식당에서 옆 사람들 눈치를 살피며 ?기 듯 밥을 먹고 친구네 집으로 자리를 옮길 수밖에 없었다. 마스크를 쓴 채로 코로나이야기, 수해이야기, 아픈 친구 소식, 정치이야기, 어쩌다 6·25때 이야기까지 등장하여 웃기는커녕 우울한 기분만 더하는 기대에 어긋난 자리가 되고 말았다. 9시가 넘어서야 집으로 돌아왔지만 웃지도 못한 모임이니 허탈하기만 했다.
하루에 최소 한 번씩 웃으면 감기 예방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지만 사람이 모이지 못하니 박장대소 하며 웃어본지가 언제였던가. TV의 코미디 프로도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었다. 웃음을 되찾는 일은 행복을 되찾는 일인데 실컷 웃음꽃을 피워볼 날은 언제 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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