몹쓸 정치쟁이들
몹쓸 정치쟁이들
  • 박명식 기자
  • 승인 2022.08.16 17: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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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박명식 부국장(음성주재)
박명식 부국장(음성주재)

 

서울 등 중부지역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대재앙이 닥쳤다. 특히 강남·서초·동작지역의 반지하 주택에 살고 있던 저소득층의 피해가 컸다.

관악구 신림동의 다세대주택 반지하에 살고 있던 발달장애인 일가족 3명이 집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고립돼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은 온 국민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폭우가 쏟아지던 날 윤석열 대통령은 퇴근하던 중 도시 곳곳이 침수되어 가고 있는 심각한 상황을 목격했다. 하지만 그냥 무시한 채 자택인 서초동 아파트로 퇴근해 버렸다. 그러고는 밤늦게서야 전화로 수해 상황에 대한 철저한 대응을 지시했다.

다음날 윤 대통령은 일가족 3명의 목숨을 앗아간 신림동 반지하 주택을 찾았다. 그러고는 겨우 한다는 말이 “어제 퇴근하다 보니 내가 사는 서초동 아파트는 언덕에 있는데도 1층이 침수될 정도였고, 아래쪽은 침수가 시작되고 있더라”였다.

수해의 심각성을 인지하고도 집으로 곧장 퇴근했다는 사실을 온 국민에게 본인 입으로 증명해 준 셈이다. 대통령의 이 같은 처사도 어처구니가 없거니와 봉사활동을 하겠다며 수해현장을 찾은 여당 정치인들의 언행은 더욱 기가 찼다.

국민의힘 김성원 의원은 “사진발 잘 나오게 비 좀 더 왔으면 좋겠다”는 망언으로 국민적 비난을 샀고 권성동 원내대표는 절망에 빠져있는 수재민 앞에서 나경원 전 의원과 농담 따먹기를 하며 웃고 떠들고 가관이 아니었다.

심지어 나경원 전 의원은 자신이 몰고 나온 일행들과 봉사활동 후 수해현장 인근에서 회포를 풀다가 상인들과 언성을 높이며 다투는 촌극을 벌였다. 이들 일행은 수해가 극심했던 현장 인근 식당에서 술판을 벌이면서 건배를 연실 외치고 나경원을 연호하는 등 1시간 가까이 소란을 피우다가 주민들과 마찰을 빚게 됐다. 나경원 전 의원은 신고를 받은 경찰이 출동하자 줄행랑으로 망신 위기를 모면했다.

이번 폭우로 서울시는 주택·상가침수 3430건, 도로침수 224건, 산사태 10건 등의 피해를 입었고 사망 9명, 실종 7명 등의 인명피해와 다수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서울의 폭우 피해는 해외 언론에서도 비웃움꺼리 이슈로 다뤄졌다. 외신들은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영화 `기생충'에 등장했던 반지하 주택의 침수 장면을 재조명하면서 극심한 빈부차이에서 나타나는 불평등한 한국 사회를 비틀어 꼬집었다.

다행이도 이 같은 부끄러운 이면 속에서도 이번 폭우 피해 재난현장에 대한민국의 희망은 있었다.

물폭탄에 오도가도 못하던 택시기사를 구한 의인이 있는가 하면, 강남역 인근에서는 맨손으로 배수관 뚜껑을 열고 쓰레기를 걷어내서 물길을 연 남성이 있었다. 의정부 용현동에서도 중년 남성과 여성이 배수로에 쌓인 비닐 등을 빼내 피해를 막았다. 반지하 주택 유리를 깨고 소중한 목숨을 구한 주민들도 있었다.

경기 의왕시의 한 아파트단지 주민 40여 명은 산사태 우려에 새벽까지 장대비를 뚫고 긴급 방어선을 구축하는 등 협동심을 발휘해 마을을 구했다.

대통령은 침수 피해를 눈으로 보고도 외면한 채 퇴근했다. 여당 정치인들은 정치적 보여주기식 봉사활동 행위로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들은 몹쓸 정치쟁이들이었을 뿐 국민이 아니었다.

재난상황에서 자신의 안위를 돌보지 않고 남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도시와 마을을 구하기 위해 사투를 벌인 이들이 진정한 대한민국 국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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