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폭탄 맞은 청주시 … 침수피해 5년 전과 판박이
물폭탄 맞은 청주시 … 침수피해 5년 전과 판박이
  • 이주현 기자
  • 승인 2022.08.11 18: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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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대동 신영지웰홈즈 지하주차장 또 침수 위기
주민들 세숫대야로 물 퍼내고 모래주머니 쌓아
대형 하수관로 공정률 76% 그쳐 … 피해 되풀이
용암·수곡동서도 잇단 침수 … 비상 2단계 가동
지난 10일 오후 9시쯤 물에 잠긴 청주시 흥덕구 송절동 모습. /사진 독자제공
지난 10일 오후 9시쯤 물에 잠긴 청주시 흥덕구 송절동 모습. /사진 독자제공

 

청주시가 5년만에 다시 물에 잠겼다. 이번에도 5년전 수해 때와 같은 장소에서 침수피해가 발생했다.

호우경보가 내려진 지난 10일 오후 8시 11분 청주시 흥덕구 복대동 소재 신영지웰홈즈 아파트 지하주차장 앞에 빗물이 사람 허리까지 찼다는 신고가 소방에 접수됐다.

이 아파트는 2017년 7월 인근 석남천이 버람해 지하주차장이 물에 잠기는 등 물난리를 겪은 곳이다.

당시 지하주차장에 있던 차량 수십여대가 침수되고 변전실이 피해를 입어 전기공급이 끊겼었다. 수도 공급도 끊겨 나흘 이상 주민들이 크고 작은 불편을 겪었다.

악몽 같은 경험을 했던 주민들은 이날 지하주차장으로 내려오는 빗물을 바가지와 세숫대야로 퍼냈다. 막힌 배수로 주변에는 모래주머니를 쌓아 올려 물길을 막았다.

이날 차량 침수피해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차량 100여대가 인근 학교 운동장으로 빠르게 이동 주차했기 때문이다.

청주의 상습 침수지역인 이 아파트단지 인근 상가도 집중호우로 큰 피해를 봤다. 4층 규모의 빌라 건물 엘리베이터가 물에 잠겨 멈췄고, 또 다른 건물의 1층 가게 통유리는 모조리 깨졌다.

이 일대에 집중적으로 비가 쏟아진 데다, 상가와 주택 지반 높이가 인근 도로보다 1m 정도 낮아 수해가 더욱 컸다.

지난 10일부터 11일까지 이 일대에서 침수피해를 입은 상가와 주택만 20여곳이 넘는다.

청주시는 5년 전 수해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이 지역에 2019년 12월부터 시간당 90㎜ 이상의 비를 감당할 수 있는 대형 하수관로를 새로 설치하고 있지만, 현재 공정률은 76%에 불과하다. 번잡한 시가지 공사인 탓에 속도가 나지 않아서다.

복대동 외에도 상당구 용암동, 서원구 수곡동의 도로와 주택이 폭우로 인해 침수됐다. 소방과 청주시가 현장 출동해 배수 작업을 벌이기도 했다.

또 흥덕구 오송읍 소재 지하차도와 휴암동 지하차도가 1m 이상 물에 잠겨 통행이 제한되기도 했다.

무심천 등 주요 하천의 수량이 불어나 도로가 통제되기도 했다.

청주시 상당구 소재 동주초등학교 시청각실도 침수돼 천장 텍스 8㎡가 떨어져 나가기도 했다.

이번 호우로 청주지역에서 발생한 인명피해는 없었다. 현재까지 파악된 주택·상가 침수는 총 31건이다. 농경지 침수와 비닐하우스 피해조사도 이뤄지고 있다.

청주시는 비상근무 체제에 들어갔다. 본청 11명 등 총 145명이 비상근무를 하는 비상 2단계를 가동 중이다.

11일 오후 5시 현재 누적 강수량은 제천 백운이 332㎜로 가장 많이 내렸다. 이어 청주 복대동 292㎜, 충주 엄정 234㎜, 단양 영춘 253㎜ 등이다.

청주기상지청은 오는 12일까지 도내에 최대 40㎜의 비가 더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한편 2017년 7월 16일 사상 최악의 수해가 발생한 청주시에는 시간당 최고 86.2㎜의 장대비가 도심을 때리면서 하루 강수량은 290.2㎜를 기록했다. 그야말로 물 폭탄을 맞은 셈이다.

복대동, 용암동 등 도심 곳곳이 침수되며 아수라장이 됐다. 당시 수해로 2명이 숨지고 22명이 다쳤다. 이재민도 2057명(870가구)이나 생겼다.

다리와 도로가 부서지고 주택 곳곳이 침수되거나 무너졌다. 이날 하루 내린 비로 315억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청주시는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됐었다.

/이주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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