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언론생태 종이신문 자존심 굳건히 지켜줄 것”
“급변하는 언론생태 종이신문 자존심 굳건히 지켜줄 것”
  • 오영근 기자
  • 승인 2022.08.11 18: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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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현 충청타임즈 전 대표이사
창간 17주년 … 기본·근본정신 두가지 큰 의미 각인
부채 제로 경영 성과·인사정책 독단적 판단 배제
당랑재후 교훈 되새겨 언론 중심 잃지 않길 바라

신문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뀐지 이미 오래다. 과거의 시공간개념을 무력화시키면서 자고나면 바뀐다는 디지털 생태계는 언론에도 불가항력의 변화를 가져와 뉴스의 생산과 배포체계를 혁명적으로 바꿔놓고 있다.

지방도 예외가 아니어서 종이신문의 고민은 날로 커지고 있다. 전통적인 미디어 경계를 무너뜨리고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는 1인 소셜미디어의 범람과 `내 손 안에 스마트폰'으로 상징되는 각종 신개념의 언론행위들은 신문 종사자들에게 시도 때도 없이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한 경고로 다가오고 있다.

이러한 때 충청타임즈 창간 17주년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충청타임즈' 하면 두 가지 큰 의미로 각인된다. 기본과 근본정신이다. 잘 알려진대로 충청타임즈는 심각했던 노사분규의 산물이다.

전 직장(옛 충청일보)에서 노조원들이 공정과 독립언론을 외치며 뛰쳐나와 대안 언론으로 창간한 신문이 충청타임즈의 모태다.

신념과 의욕은 넘쳐났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창간하자마자 종사원들이 직면한 것은 극심한 경영난과 직업인으로서의 회의감, 그리고 이것들이 가져다 주는 극심한 패배의식이었다.

이러한 부정적 조직문화에 결정적 변화가 찾아온다. 지난 2007년 5월, 새로운 경영진과 함께 충청타임즈로 제호를 바꾸며 제2의 도약을 시도한다.

당시 지역언론계가 이상과 현실이라는 괴리에 익숙해 있던 시기에 충청타임즈는 '기본과 본질에 충실하자'는 역발상의 선택을 한다.

신문 제작진은 물론 경영진도 무한책임을 자임했다.

그 결과, 충청타임즈는 지금까지 17년의 성상을 쌓아오면서 부채 제로(0)의 경영 기반을 다지고 있다.

이런 사례는 지역언론계 생태에선 쉽게 이룰수 없는 성과로 평가되고 있다.

경영적 측면에서도 충청타임즈는 직원들의 후생복지에 남다른 관심을 기울이는것도 지역 언론계에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특히 충청타임즈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은 인사정책에서의 흔들리지 않는 소신이다. 기자 한 명을 뽑더라도 구성원들의 총의를 얻지 못하면 불가능하다.

다시말해 경영진만의 독단적 판단에 따른 인사는 아예 배제되고 있다.

언론인들 스스로가 인정하지 않으면 사회적으로도 결코 용납되지 않는다는 언론 조직의 근성도 자리잡고 있다. 실제로 충청타임즈는 창간 이래 경영책임자의 편의적인 외부인사 영입을 철저하게 배제하고 우직하게 자체 승진이라는 전통을 지켜오고 있다.

초대부터 4대에 이르는 대표이사 사장의 경우도 정통 언론인들이 경영을 맡아오고 있다.

이러한 언론인들의 대물림이 결국 내부 구성원들에게도 충청타임즈만의 자긍심을 키워주는 것이다.

필자도 언론을 떠난 이후 종종 지난 삶을 반추하게 된다. 언론인은 과연 전문인인가, 직장인인가?에서 부터 저널리즘의 의미는 시대에 따라 달라져야 하는지 등등… 갖은 의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된다.

끝내 자각하는 건 35년 전 언론을 직업으로 시작할 때나 지금이나 정의와 진실의 추구라는 저널리즘의 원칙은 절대로 변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글로써 세상과 소통하며 때에 따라선 사회를 옳은 방향으로 이끌어야 하는, 누구나 욕심부려서도 안되고 또 아무나 할 수 없는 지구상의 선택 받은 직업이라는 사실도 새삼 깨닫는다.

여기 여름의 절정을 맞아 매미가 힘차게 울고 있다. 이에 호시탐탐 매미를 노리는 사마귀가 기회를 엿보고 있는데 아뿔사 그 뒤에선 또 참새가 사마귀를 잡아먹으려고 바짝 깃을 세우고 있지 않은가.

당랑재후(螳螂在後)는 다름아닌 우리 사회의 기득권, 특히 힘있는 사람들의 방심과 만용을 경계하지만 언론도 예외가 아니다. 지금처럼 언론이 중심을 잃고 오만해지면 언젠가는 매미나 사마귀의 운명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언론의 제자리 찾기는 모든 언론의 근원이자 레거시 미디어의 원조인, 바로 종이신문에 부여된 시대적 소명이 될 것이다.

충청타임즈가 회사 슬로건인 `눈과 마음이 커지는 신문'이라는 창간정신을 다시 한 번 곧추세워 앞으로도 그 길을 꿋꿋하게 걸어가기를 바란다.

창간 17주년은 이에 대한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는 또 다른 계기가 될 것을 확신하며 급변하는 언론생태속에 종이신문의 자존심을 굳건히 지켜줄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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