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가는 `충북 사투리' 지키는 노력 꿀잼의 시작
사라져가는 `충북 사투리' 지키는 노력 꿀잼의 시작
  • 석재동 기자
  • 승인 2022.08.11 18: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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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예능·영화·드라마 `코믹'·`허당' 아이콘 자리매김
청주출신 유해진 영화 `극비수사'서 구수한 사투리 구사
타지역 민영방송 진행·`사투리를 지키자' 조례 제정도
지역소멸 위기 속 관광해설사 사투리로 관광지 안내 필요
▲(위) tvN예능 프로그램 '서울촌놈'에 출연한 청주출신 이범수(오른쪽), ▲(아래) 영화 '극비수사' 청주출신 유해진(왼쪽).
▲(위) tvN예능 프로그램 '서울촌놈'에 출연한 청주출신 이범수(오른쪽), ▲(아래) 영화 '극비수사' 청주출신 유해진(왼쪽).

 

`노잼 충북'을 `꿀잼 충북'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가장 큰 문제는 충북도민 스스로 충북의 장점을 모르고 있는데 있다. 도민 스스로 갈 곳이 없다고 손님이 와도 모시고 갈 곳이 없다고 체념하기 때문이다.

가장 두드러진 장점 가운데 잊혀지고 있는 게 충북지역말, 즉 사투리다. 사투리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재미를 줄 수 있는데 충북도내에서조차 찾아보기 어려운게 충북 사투리다.

충청도 사투리는 요즘 예능·영화·드라마에서 `코믹'과 `허당'의 아이콘으로 확실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세'라는 표현도 쓴다.

요리연구가 백종원은 해박한 요리 상식을 정감 어린 충청도 사투리로 전달하며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백종원의 캐릭터는 두 단어로 요약된다. “(요리하기) 참 쉽쥬?”와 “(음식이) 맛있쥬?”. 맛깔스러운 음식만큼이나 그의 정감 어린 충청도 사투리는 묘한 중독성을 갖고 귓가에 맴돈다.

충무로에서도 요즘 충청도 사투리가 들린다. 경상도,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캐릭터를 등장시켜 재미를 봤던 영화계가 충청도 사투리로 눈을 돌렸다.

270만 관객을 모은 영화 `극비수사'에서 유괴당한 아이를 찾는 데 큰 도움을 주는 도사 역을 맡은 배우 유해진은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를 구사한다.

청주출신인 그는 과하지 않은 사투리 연기로 대체불가하며 기본 흥행은 깔고 가는 배우이다. 어떤 역할이건 인간미가 흘러 넘치게 소화해 내는 배우로 불린다. 충청도 사투리를 본인만의 시그니처로 만든 게 인기의 비결이다. 그의 사투리를 보면 왠지 정감이 간다. 충청도 사투리 중에서도 충북만의 정감이 있기 때문이다. 충북 사투리는 표준어에 가깝지만 특유의 악센트와 여유있고 느릿한 말투가 절묘하게 섞여 있다.

영화 `국제수사'도 주인공 곽도원과 김대명이 능청스럽게 펼치는 충청도식 `티키타카'. 고향 선후배 역할을 맡은 두 사람이 충청도 사투리로 나누는 대화는 관객으로 하여금 한 박자씩 늦게 웃음이 툭툭 터져나오게 만든다.

TV에서 사투리를 쓰지 못하던 시절이 있었다. 과거 방송심의규정은 `방송언어는 표준어다'고 명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억센 경상도 억양을 구사하는 강호동, 김제동 등이 메인 MC로 등장하고 성공 사례를 남기며 이런 편견을 깨는 교두보가 됐다. 결국 2004년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규정을 바꾸며 사투리에 대한 규제가 사라졌다. 이후 득세하던 경상도, 전라도 사투리의 바통을 이어받아 최근엔 충청도 사투리가 대세로 자리매김하는 모양새다. 요즘 인간미 넘치는 캐릭터가 대중의 각광을 받으면서 그런 코드가 자연스럽게 구현되는 충청도 사투리가 여러 영역에서 회자되고 있다.

충청투 사투리도 충북과 충남이 다르다. 충북, 그 중에서도 청주와 충주권은 타지인들이 충청도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의 느릿한 억양의 “아부지 돌 굴러 가유~”의 느낌이다.

대표적인 충북 사투리를 몇 가지 형태로 정리해보면 “오늘 날이 엄청 션(시원) 해유~, 갈(가을)이 얼추 왔능 개비유~”, “낭구(나무)하러 왔는디 시방(지금) 땡삐(땅벌)가 가랭이(가랑이) 새루(사이로) 들어 왔나벼유”, “저그(저기) 창꽃(진달래)도 보이네유”, `행복해서 웃는 게 아녀, 웃으니께 행복한 겨” , “뭣 하는겨? 시방(지금)” , “욜리(이리로) 쪼르르 가면 되걸랑”. “대강대강(대충대충) 햐” 등이 있다.

`네'라는 뜻의 `야'는 `~유'와 함께 대표적인 충북 사투리다. `이'라는 사투리는 홀로 쓰든가 한두번 겹쳐 쓰면 다양한 뜻이 된다. 보통의 대화에서 `이'는 `알았다'는 뜻과 맞장구치는 추임새로 쓰인다. `이~이?'라고 말꼬리를 올리면 `무엇이라고'라는 뜻의 의문형이 된다. `이이이'는 `그래서'라는 뜻과 함께 재촉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제천과 단양은 강원도와 인접한 탓에 강원도 사투리가 섞인 “그랬드래요”, “아니드래요”라는 사투리를 자연스럽게 들을 수 있다.

사투리에 그 지방사람 독특한 기질과, 인간성이 농익어 있다.

그러나 등잔 밑이 어둡다는 속담이 맞는 듯하다. 요즘은 충북사람이 충북을 더 모르는 것만 같다. 수년전부터 제기된 `충북이 신수도권시대의 중심'이라는 충북도의 주장처럼 충북의 특성은 하루가 다르게 사라지고 있다. 충북지역의 언어는 언제부턴가 표준어에 가깝다. 젊은 사람들에게 충북 사투리는 사라진지 오래다. 다소의 억양만 남아 있을 뿐이다.

실제로 지난 2020년 국립국어원이 국민 언어의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평소 가장 많이 사용하는 말'로 △표준어 56.7% △경상 사투리 22.5% △전라 사투리 10.3% △충청 사투리 7.1% △강원 사투리 2.6% △제주 사투리 0.7% 순으로 조사됐다.

그렇다면 타 시·도는 어떨까. 제주도와 경상도, 전라도는 지역민영방송에서 사투리로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심지어 경남 창원, 통영, 거창, 함안, 합천, 남해 등 사투리를 지키자는 조례를 제정한 곳도 있다.

지역 소멸 위기가 국가적 의제로 떠오르면서 사투리 소멸에 대한 대응 필요성도 함께 제기되고 있는데 따른 위기의식이다. 사투리 소멸 문제는 단순히 특정지역에서 쓰이는 언어체계가 사라지는 게 아니라 지역 문화유산이 소멸하는 것이란 인식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표준어 개념에 한국어를 대표한다는 공통어의 개념이 포함돼 있지만 분명한 한계도 드러내고 있다. 언어 사용 현장의 구체성을 드러내지 못하고 사투리에 담겨 있는 지역민의 삶과 정서를 온전히 드러내지 못하는 까닭이다.

`충북 사투리'를 지키기 위해선 관련 조례를 제정하거나 사전을 제작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도내 유명 관광지마다 배치돼 있는 관광해설사들이 충북 사투리로 관광객을 안내한다면 그 또한 새로운 관광자원이 될 수 있다. 결국 `충북 사투리'를 지켜내려는 노력이 `꿀잼 충북'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

/석재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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