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법률구조제도 이해하기
법원의 법률구조제도 이해하기
  • 노동영 변호사·법학박사
  • 승인 2022.08.10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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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노동영 변호사·법학박사
노동영 변호사·법학박사

 

변호사 개업 초기만 해도 하계 2주(7월말~8월초), 동계 2주(연말~연초)의 휴정기가 별로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혹서기와 혹한기에 사건 수임을 위한 손님을 보기가 쉽지 않아 법률상담을 위한 손님일 것 같으면 적극적으로 시간을 내었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업무연차가 쌓이는 덕분인지 휴정기 만큼이라도 멍 때리며 쉬고 싶다는 생각이 앞선 휴정기였습니다.

휴정기가 끝나고 바로 재판이 연속되니 준비할 것도 많습니다. 상담 또는 수시로 소통 후 사건기록들을 고민하고 서면을 위한 창작의 고통을 거쳐 재판을 준비하게 됩니다. 소송을 수행하는 대리인이 되는 선임과정은 일반적으로는`사선'이라고 해서 의뢰인이 요청하여 위임하는 경우가 많지만, 종종`국선'이라고 해서 법원이 선임을 지정 또는 권고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선이니, 국선이니 하는 것은 형사사건에서 피의자 또는 피고인의 변호인이 개인적으로 선임되었는지 여부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범죄의 가해자인 피의자 또는 피고인에게 사선 또는 국선의 변호인이 일반적인 경우이지만, 범죄의 피해자를 위한 사선 또는 국선의 변호인도 있습니다. 피해자가 고소를 하는 경우 고소대리인이 피해자를 위한 사선의 변호인이 되고, 특히 보호의 필요성이 있는 사안에서 피해자 국선변호인 제도도 운영되고 있습니다. 형사사건에서 국선변호인은 변호인을 선임할 능력이 없는 경우 붙이는 경우가 원칙인데, 요즘은 너그럽게 국선변호인을 선임하여 줍니다. 또 형사사건에서는 대리인보다`변호인'이라는 용어를 씁니다.

이혼, 상속 등과 관련한 가사사건을 포함한 민사사건과, 보통은 국민에 대하여 불이익한 처분을 한 국가가 어느 당사자가 되는 행정사건의 경우에는, 사선 또는 국선의 표현보다는 사선의 의미로는`소송대리인', 국선의 의미로는`소송구조대리인'이라고 합니다. 보통 피해자가 원고가 되고, 가해자가 피고가 되는데, 반드시 원고에게만 소송구조대리인을 붙이는 것은 아니고, 사정에 따라 피고의 방어권이 필요하여 다툴 경우에 법원(재판부)에서 피고에게 소송구조대리인을 선임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권리 다툼이 많아지고 소송만이 능사가 아님에도 소송만능주의의 만연으로 인해 소송을 당한 피고라도 억울할 수 있겠다는 이유일 것입니다. 다만, 형사사건에서 매우 관대하게 국선변호인이 지정되는 것과 달리, 민사사건 등에서 국선의 소송구조대리인 선임은 경제적 무능력 및 승소가능성이 소명되어야 가능해서 비교적 엄격하게 이루어집니다.

필자는 민사 및 행정사건에서 소송구조대리인을 계속 수행하고 있습니다. 어떤 해는 제가 가장 많은 소송구조사건을 수행했을 정도로, 변호사의 상인성(商人性)을 부정하는 공익의 사명감으로 돈이 없어서 억울한 사람을 도와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오늘 소송구조대리인으로 돕고 있는 고령의 어머님이 법원에 저를 교체해달라고 요청하셨답니다. 재판절차를 반복해서 설명드리고, 재판이 있는 날에 댁에 모셔다 드리기도 하고, 감정절차에 현장을 지켜 안내하고, 사건의 난이도에 따라 얼마라도 받을 수 있는 비용도 안 받았습니다. 상대방과 무슨 이상한 소통을 한 적도 없습니다. 아무도 수행하지 않으려는 것을 맡았는데, 약간의 배신감이 듭니다. 분쟁을 발생시킨 책임을 차치해놓고는 사건을 이기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지면 무능하다는 이야기 듣는 것이 변호사의 숙명이라는데, 이 역시 제 숙명인가요.“어머님! 그래도 저만한 변호사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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