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 만만한가
교육이 만만한가
  • 김금란 기자
  • 승인 2022.08.10 19: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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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김금란 부국장
김금란 부국장

 

누구를 탓해야 하나?

교육부가 학제 개편에 손을 대겠다며 만 5세 취학 연령 하향을 발표한 지 12일 만에 박순애 부총리겸 교육부 장관이 사퇴했다.

정책 발표 이후 뿔 난 학부모, 교사, 유치원 단체, 교원 단체들은 연일 정책 철회를 촉구했다. 교육부 장관이 물러났지만 여진은 남아 있고 정치권에선 누구의 생각이냐를 두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교육은 우리 사회에서 건드리지 말아야 하는 가장 민감한 분야다.

대통령 선거에 나선 후보들도 쏟아내는 공약에 교육분야만큼은 손대고 싶어 하지 않는다. 득보다 실이 많고 역풍도 맞을 수 있다는 것을 정치인들이 모를 리 없다.

돌아보면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교육정책은 늘 손질 대상이었다. 이번에 뜨거운 감자가 된 만 5세 취학연령 하향 조정은 역대 정부들도 만지작대던 카드였다.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3년, 민자당이 국민학교 취학 연령을 만 6세에서 만 5세로 내리자는 제안을 했지만 이뤄지지 못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1월에도 취학연령 만 5세 하향조정 등을 포함하는 전반적인 학제개편 논의가 있었다. 당시 교육혁신위원회 내에 학제개편팀을 구성, 학제개편 공론화를 위한 전국 순회 토론회까지 열렸었다. 이듬해인 2007년 `비전 2030 인적자원 활용 2+5전략'에 9월 신학년제 도입, 취학연령, 수업연한 조정 등이 검토과제로 선정, 교육부에 학제개편팀까지 구성했지만 추진하지 못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에도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가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으로 취학연령 하향을 제안했었다. 물론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2015년에는 저출산·고령화 문제에 대한 대책으로 취학 연령 하향이 검토됐지만 없던 일이 됐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9년에는 국가교육회의가 사회진출 시기를 앞당겨 인구감소로 인해 국가 경쟁력이 떨어지는 문제를 방지하겠다는 취지로 만 5세부터 초등교육을 하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이행되지 못했다.

29년 전 내놨던 정책을 이번 정부에서 또다시 손을 댔지만 거센 반발만 샀다.

코로나19가 확산하던 2020년 3월 일선 학교의 신학기 개학이 여러 차례 연기되면서 정치권과 일부 시도교육감들은 9월 신학년제 도입을 공론화할 것을 제안한 바 있다. 9월 신학년제로의 전환 역시 구체적인 논의가 본격화된 것은 1997년 문민정부 시절의 교육개혁위원회였다. 이후 들어선 정부들도 신학년제 도입을 논의했지만 사회적 혼란 등의 이유로 정책을 접었다.

백년지대계인 교육이 오년지소계로 전락한 지 오래다.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할 만큼 휘둘리는 교육 정책 앞에 국민이 불안한 것은 당연하다.

교육이 계층의 대물림 통로가 된 요즘. 물려줄 유산 없고, 비빌 언덕 없고, 부모찬스, 조부모 찬스조차 없는 이들에게 교육은 계층 이동의 유일한 사다리다. 그것도 개천에서 용 나오던 시절 얘기다. 고졸신화의 주인공과 개천용들은 가진 것 없어도 가방끈이 짧아도 오로지 노력으로 계층 사다리에 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개천용이 사라지고 부의 대물림이 성공의 잣대로 인식되면서 계층은 고착화됐고 진입 장벽은 더욱 높아졌다.

KBS`명견만리'제작팀이 방송 내용을 엮은 도서 `명견만리-모두를 위한 공존의 시대를 말하다'의 불평등 편을 보면 10억 달러 이상의 부자들 중 상속이나 증여로 부자가 된 비율이 중국 2%, 일본 18.5%, 미국 28.9%, 대한민국 74.1%라고 밝혔다.

비빌 언덕이 없는 학생들은 가난한 대학생으로 살아야 한다. 아르바이트를 해야 등록금을 벌고 그래야 졸업장을 손에 쥘 수 있다.

교육이 계층사다리로 오르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한 교육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다. 그 결과 부의 불평등은 심화할 것이다.

교육정책에 학부모들이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정책 입안자들만 모른다. 그들은 이미 계층 사다리 위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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