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 예찬
갯벌 예찬
  • 김영기 전 충북교육과학연구원장
  • 승인 2022.08.10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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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이야기
김영기 전 충북교육과학연구원장
김영기 전 충북교육과학연구원장

 

지구의 숨소리가 들린다. 갯벌은 모든 생물을 살아 숨 쉬게 하는 지구의 허파이다. 산소의 70% 이상은 숲이 아닌 바다에서 생산된다. 식물성 플랑크톤이 바다에서 광합성을 통해 산소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진흙 뻘에는 수십억 개의 식물성 플랑크톤이 있어서 같은 면적의 숲보다 훨씬 더 많은 산소를 배출한다. 갯벌의 정화 능력은 하수종말처리장보다 몇 배나 뛰어나다.

동고서저 지형인 우리나라는 강물이 서해로 흘러간다. 홍수가 나면 강의 하구에 많은 흙과 모래가 쌓인다. 파도의 힘이 약하고 바닥의 경사가 완만하며 물살이 느린 곳에 넓게 형성된다. 바닷물의 조간대가 넓고 운반되는 퇴적물의 양이 많아야 갯벌이 잘 만들어진다. 서해는 리아스식 해안이다. 바닷물의 깊이가 얕아서 고운 갯벌에는 다양한 생물들이 살고 있다.

패류와 해조류의 생태를 보여주기 위해 생물채집반과 서해 갯벌을 찾았다. 바위틈 사이 숨어 드나드는 게들은 팔다리 춤을 근사하게 춘다. 양쪽 팔다리를 흔드는 모습이 사당패들의 상모 흔드는 모습과 흡사하다. 조금만 몸동작을 해도 옆으로 재빠르게 기어가서 숨는다. 작은 파도에 시달린 홍합들이 얕은 바위에 빼곡하게 달라붙어 있다. 얕은 물가에는 김, 파래, 모자반, 톳과 같은 해조류들이 숲을 이룬다. 금방 뚝 따서 한 입 먹고 싶은 충동이 일 정도다.

갯벌은 어류와 조개들이 플랑크톤을 먹으며 잘 자랄 수 있는 바다의 보물창고다. 여러 생물이 살고 있어 갈매기, 도요새, 물떼새 등 철새들의 도래지를 이룬다. 작은 망치와 쇠갈고리를 들고 갯바위에 걸터앉아 석굴을 캐어 먹으면 짜릿한 바닷냄새가 입안에 가득 고인다. 파아란 하늘에 맞닿은 수평선을 보면 세상 근심과 걱정이 눈 녹듯 사라진다. 짝을 지어 나는 갈매기의 사랑 나눔과 정겨움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하다.

어촌 아낙네들은 썰물로 인해 민 낯을 드러낸 갯벌로 어복을 입고 들어간다. 고무장갑 손끝으로 숨어 있는 낙지를 끄집어내는 재미가 쏠쏠하다. 호미로 뻘을 뒤집으면 바지락과 꼬막들이 제 모습을 드러낸다. 조개들로 꽉 찬 자루를 바구니에 담아 물웅덩이에 씻어 담을 땐 아낙네의 뚱뚱한 몸체보다도 커진다. 널 배에 바구니를 올려놓은 채 진흙 뻘 위를 미끄러지듯 달려나온다. 짠 내 나는 땀방울이 쏟아져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다. 잡은 것들을 어시장에 가서 팔면 알토란같은 수입을 얻게 된다. 갯벌은 어부들의 생명줄이요 삶의 터전인 셈이다.

청정 바다에서 자란 김과 성게알은 일본인들이 즐겨 먹는 식재료로 수출된다.

우리나라 갯벌은 생물의 다양성이 뛰어나고, 풍부한 생산력을 갖춘 천연의 보물단지다. 캐나다 동부 해안, 미국 남동부 해안, 아마존 강 유역, 유럽 북해 연안 등과 함께 세계 5대 갯벌 지역으로 손꼽힌다. 이렇게 좋은 나라에서 살고 있다니 가슴이 뿌듯하다.

바닷가나 강 하구에 만들어진 진흙뻘은 얼굴과 몸에 바르는 머드팩으로 이용한다. 곱게 만들어진 피부가 그보다 고울 수는 없다. 엷은 미소를 띤 얼굴이 저녁노을에 비치면 눈이 부시다. 밀물과 썰물에 부딪혀 유연해진 갯벌 흙처럼 우리의 성품도 그렇게 부드러워졌으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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