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 : 내세에서 현세로, 궁극의 구원을 향한 여행
단테 : 내세에서 현세로, 궁극의 구원을 향한 여행
  • 하은아 충북교육도서관 사서
  • 승인 2022.08.08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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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권하는 행복한 책읽기
하은아 충북교육도서관 사서
하은아 충북교육도서관 사서

 

증명할 수 없는 그 어떠한 존재를 맹목적으로 믿는 것을 종교라고 생각했다. 과학으로 증명할 수 없기에 소설과 같은 이야기라고 치부하고 인간의 나약함을 이용한 상업 활동으로 여기기도 했다. 나에게 종교는 딱 이 정도였다.

그럼에도 지구의 한쪽에선 종교적 이념으로 전쟁이 일어나며 가족 내에서도 종교 갈등으로 싸우고 거리에서는 서로의 종교를 믿으면 구원을 받는다며 외쳐대고 있는 이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다.

종교는 알 수 없는 매력이 있거나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그 무언가 있는 건 아닐까 궁금해졌다.

유럽을 가면 유명한 관광지는 대부분 교회 건축물과 성화로 이루어진다.

특히 이탈리아는 몇 백 년 된 성당과 그 안에 전시된 예술품 이야기 속에 나라와 종교의 역사가 뒤섞여 있다. 그곳을 잘 알기 위해서 성경은 기본서로 읽어야만 할 것 같다. 성경에 문외한인 나에게는 그 모든 것이 `아름답다'로만 받아들여져서 답답했다.

도대체 어떤 매력이 있는지 알고 싶어서 읽고 싶었던 성경처럼 단테의 작품도 마찬가지였다. 읽고는 싶지만, 선뜻 손에 잡히지 않는다. 읽으면 매우 유익하고 그 당시의 역사를 이해하기 수월해지겠지만 그 책의 무게는 천근만근이다.

도서 `단테'(박상진 저·아르떼· 2020)는 그 길로 가는 걸음을 조금 쉽게 해주는 안내서 같다. 성경의 얇은 종이로 빼곡히 적혀 있는 글을 읽기 위해 또는 단테의 신곡을 만나기 전에 예행연습과 같았다.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 단테의 생애를 이 책을 통해 알게 됐으니 이제 단테의 작품을 읽어볼 차례라고 저자는 말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단테의 태어나고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을 `신곡'의 구절을 예시로 들어 그의 삶을 이야기 하고 있는 이 책은 단테 여행기인지 단테의 자서전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어느 순간 나는 중세 언저리에 피렌체로 다시 복귀하고 싶지만 망명자의 신분으로 피렌체 주변을 맴돌고 있는 단테인 것 같다.

철학자이자 언어학자, 행정가, 외교관, 그리고 무엇보다 뛰어난 문학가였던 단테에게 지옥과 연옥, 천국의 모습은 모두 우리 삶 속에 있었던 건 아닐까?

저자는 “지옥에서 출발해 연옥을 거쳐 천국에 이르는 여행이라 해서 천국이 궁극의 도달점인 것은 아니다. 단테는 천국에서 돌아와 이곳 현세의 삶 가운데서 여행을 기억하며 글을 쓴다.”라고 밝혔다.

우리가 행복의 파랑새를 쫓고 있지만 그 과정이 우리의 삶인 것처럼 천국이 향해 가는 그 길이 우리의 삶이라는 것을 단테는 알고 있었던 것 같다.

나는 이제 종교가 인간의 삶에 큰 위로와 좌표를 줄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종교를 갖는 것은 선택이며 어떤 종교를 가진다고 해서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한다. 현실의 부딪힘을 위로받고 긍정의 기운을 한 움큼 얻어 다음 날의 살아갈 에너지를 종교에서 얻을 수도 있다. 절대자를 향해가는 그 구원의 길은 그것이 아닐까?

이 책은 단테의 삶과 이탈리아 여행을 선물해주기도 하지만 나에게 있어 지옥과 연옥, 그리고 천국이 무엇인지, 무엇을 향해 살아가고 있는지 고민을 해보는 기회를 준다. 내 삶은 지금 어디에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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