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를 허물자
경계를 허물자
  • 심억수 시인
  • 승인 2022.08.08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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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엿보기
심억수 시인
심억수 시인

 

우리나라 최남단에 자리한 도솔암을 향해 가는 길은 극락으로 향하는 착각을 불러온다.

도솔암을 향해 가는 차량은 거북 걸음으로 올라야 한다. 좁고 가파른 경사로는 한참이나 아득하기만 하다. 운전이 서툰 사람은 약수터 주차장에 차를 두고 걸어가기를 권한다.

가파른 산길을 조심스레 운전하며 달마산 주차장에 당도하였다. 달마산 주차장에서 도솔암까지 좁다란 산길을 도보로 가야 한다. 달마산 능선 따라 조성된 소로를 오르다 보면 기암절벽과 발아래 펼쳐지는 풍광에 선계로 들어온 착각을 불러와 절로 탄성이 난다.

도솔암은 도솔천에서 유래된 미륵부처의 세상이다. 인연이 닿으면 미륵이 인간 세상에 내려와 중생을 구제한다는 불교의 세계다. 산등선마다 뾰족한 바위 군상들이 도솔천 미륵보살이다. 불자가 아니어도 저절로 마음이 경건해진다. 돌길을 헤집듯 엉금엉금 기어 계단을 올라가니 바위틈 사이에 도솔암이 앉아있다.

바위 절벽과 절벽 사이에 축대를 쌓고 바다를 향해 앉은 도솔암이 속세의 근심을 잊게 한다. 바위가 감싸고 있는 손바닥만 한 작은 마당에 암자를 지키는 느티나무 한 그루가 하늘을 떠받들고 있다. 불심이 없으면 도저히 이룰 수 없는 인간의 한계를 넘은 불사다.

도솔암 앞마당에서 툭 터진 망망대해를 바라보고 있노라니 어디가 바다인지 하늘인지 경계를 알 수 없다.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경계를 구분할 수 없는 허공을 바라보며 잠시 경계의 의미를 생각해 본다. 사전적 의미의 경계는 사물이 어떠한 기준에 의하여 나누어지는 한계다. 또한, 어떤 지역과 다른 지역 사이에 일정한 기준으로 구별되는 한계이다. 그리고 인과응보의 이치에 따라 자기가 놓이게 되는 처지라 했다. 한마디로 세상 모든 것은 경계를 중심으로 존재한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 사람과 사물, 선과 악, 나라와 나라, 시간과 시간, 그리고 나와 나 사이에도 경계가 있다. 이렇듯 수많은 경계 속에 갇혀 산다. 그 경계 속에서 살면서 타인을 의식하고 격식이나 형식에 사로잡혀 여유가 없다.

도솔암을 향해 달려오는 바람이 바다를 머금어 짭짤하다. 시간과 공간의 경계를 넘는 바람은 이상향을 꿈꾸는 중생의 코끝에 매달려 알 수 없는 불경을 들려준다. 현실과 이상의 경계를 오가는 중생의 마음이 분주하다.

세상을 살면서 경계를 허물기가 쉽지만은 않다. 점점 다문화 가정이 늘어나고 있다. 인종과 언어의 경계를 넘어 화합으로 보듬어야 한다. 양극화에 팽배한 마음의 벽을 허물어야 한다. 시기와 질투의 마음이 아닌 칭찬과 격려로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삶의 경계를 만들어 세상이 어수선하다.

재난 경계의 종식을 위해 전력을 다하는 종사자들의 노고에 감사하다. 이런 혼돈과 질서의 경계에서 국민을 위하고 나라를 걱정해야 할 위정자들은 그들의 집단과 자신들의 이해득실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런가 하면 일부 공직자들의 부동산 투기로 서민들은 치솟는 아파트값에 소리 없는 눈물을 흘린다.

치솟은 물가 때문에 점점 마음과 육체가 지치고 있다. 서민경제가 회복되어야 국가 경제가 흔들리지 않는다. 나라를 위한 정치가 필요하다. 서민들을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

정당의 이익을 위한 정치적 계략을 버리고 국민을 위하는 진정한 정치를 해야 한다. 집단과 정치적 경계를 넘어 서로를 인정해야 한다. 소통과 화합으로 아집의 경계를 허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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