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속 송절동 백로떼
도심속 송절동 백로떼
  • 이미란 충북문화재연구원 조사연구1팀장
  • 승인 2022.08.07 18: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역사시선 땅과 사람들
이미란 팀장
이미란 팀장

도심속에서 살다보니 백로나 왜가리 등의 새를 보는 일이 드물다. 그런데 10여 년 전쯤 처음으로 청주지역의 도심에서 이들 서식지를 볼 수 있었다. 그때는 서식하는 개체수가 많다고 할 수 없는 수준으로 `아 이곳에 백로가 사는 구나'하는 정도로 그냥 지나치는 정도였다. 그런데 최근에 송절동 서식지 주변지역에서 발굴조사를 실시하였는데 이 과정에서 땅을 제토할 때면 어디서 알고 왔는지 날아온 많은 수의 백로떼가 정신없이 그곳에서 먹이를 찾아 먹는 모습을 보고 조사단들이 넋이 나갈 지경이었다. 이렇게 백로떼가 수시로 날아드니 자연히 이 철새들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 송절동 백로서식지는 무심천과 미호천이 만나는 지점의 서쪽에 형성된 나지막한 구릉에 해당해 먹이가 풍부하고 소나무 숲이 울창해 서식지로서 최적의 조건을 갖춘 곳이다. 이러한 조건 때문인지 이곳에는 매년 3월부터 9월까지 백로와 왜가리 등 여름 철새 2000여 마리가 무리로 찾아온다고 한다. 이 곳은 `2001년 충북의 자연환경명소 100선'으로 지정되었던 곳으로 현재도 철새들이 도래할 때면 촬영작가들이 길게 줄을 서 촬영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렇게 장관을 연출하는 이 지역은 2010년대 초 때만해도 이 지역은 `까치내'라는 이름을 가진 도시속 시골마을로 환경이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던 인적이 드문 지역이었다. 논과 인접한 구릉에는 소나무들이 즐비하게 자라고 있었고 이들과 인접한 지역에는 송절방죽과 늪지대가 형성되어 있어 평화로운 시골마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었다.

그 후 2010년 후반 청주시의 도시범위가 도시 외곽으로 확장되면서 청주지역의 백로 서식지가 조금식 줄어들고 주변 마을의 주민들의 민원이 재기되고 있다는 뉴스가 나오기 시작했던 것 같다. 이후 송절동 서식지 주변으로도 도로가 넓혀지고 산업단지와 도시가 조성되어 시골마을의 모습은 많이 없어져 이곳의 백로 서식지로 예전같지 않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생각과 달리 최근 송절동 백로 서식지 주변을 지나다가 본 모습은 가히 장관이라고 할 수 있었다. 10년 여 만에 본 송절동의 백로 서식지는 나무 위로 백로 떼가 하얗게 덮고 있어 개체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것이 실감되었기 때문이다. 뉴스로 듣던 도시화로 인한 서식지 감소로 인해 백로가 갈곳을 잃어 송절동으로 모여든다는 최근 뉴스가 피부로 와 닿는 순간이었다. 그래서인지 철새군락지를 지나다 보면 새끼 백로들이 비행연습을 하다 지쳤는지 차가 지나는 도로 한복판에서 위험하게 휴식을 취하고 있거나 일부 새들은 주변 땅에서 나오는 먹이를 먹기 위해 차량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지나가는 경우가 다반사로 확인된다.

뉴스로 볼 때는 백로의 서식지 문제의 심각성을 자각하지 못했는데 직접 현장에서 보니 서식지 주변의 주민들의 고충을 알 수 있게 되었다. 단순하게 생각했을 때는 철새가 먼저 있었고 주민들은 나중에 왔으니 주민들이 이해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일차원적인 생각을 해왔었다. 그런데 이 곳에서 직접 상황을 접하니 이미 백로의 서식지가 축소되었고 개체수 증가로 인한 소음과 배설물 악취로 인해 불편을 겪는 주민들 모두 고통 받는 대상으로 보였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주민들과의 공존을 위해 지자체에서 지속적으로 주변지역에 대한 정화작업을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으나 개체수의 증가로 이러한 작업이 일시적인 효과만 있을 뿐 중과부족으로 보였다.

최근 뉴스에서 보니 지자체에서도 지금 실시하는 백로 떼의 대체 서식지를 찾는 작업을 진행한다고 한다. 이미 파괴되어 축소된 서식지에서 새로운 서식지로 이동하는 작업이 성공한다면 백로와 주민 모두에게 좋은 일이 아닌가 생각되고 이 프로젝트가 성공할 때 까지 주민들도 백로를 지키고 보존해 공존해 나가야 할 대상으로 생각하는 마음으로 함께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