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행복한 학교부터 만들자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부터 만들자
  • 권혁두 기자
  • 승인 2022.08.07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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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권혁두 국장
권혁두 국장

교육부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나이를 5세로 낮추려다 여론의 역풍을 맞고있다.

학부모를 포함한 교육 관계자 97.9%가 반대한다는 설문결과가 말하듯 도처에서 정책 철회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취학연령 하향이 가져올 이점보다 부작용과 휴유증이 훨씬 더 심각할 것이라는 게 절대적 중론이다.

교육부가 강조하는 정책 효과들도 공감을 얻지못하고 있다.

교육부는 공교육 입문 시기를 앞당겨 학부모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겠다고 했지만, 정책이 발표되자 마자 사교육 관련 업체들의 주가는 일제히 뛰었다.

입학연령 하향이 아이들을 사교육에 내모는 시기를 앞당겨 오히려 사교육비 부담을 늘릴 것이라는 교육계 반론이 즉각 시장에 반영된 것이다.

박순애 교육부 장관은 과거 정권에서 압도적 반대 여론에 밀려 번번이 무산됐던 민감한 정책을 교육계 내부 의견 수렴도 없이 독단으로 밀어 붙였다.

음주운전 전력과 베끼기 수준의 표절 의혹 등으로 취임 전부터 자질을 의심받던 장관이었다.

자신의 임명을 반대하는 여론을 향해 “정책으로 답하겠다”고 호언했지만 야심차게 밀어붙인 첫 정책부터 좌초될 공산이 높아졌다. 기자들의 질문을 피해 달아나던 장관의 벗겨진 신발은 이 졸속 정책의 결말을 예고한다.

교육의 직접 수요자인 청소년들의 입장이 궁금하지만 그들의 의사를 묻는 절차는 이번에도 생략됐다.

일반여론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전혀 행복하지 않은 현실에서 힘겹게 살고있기 때문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회원국 청소년들의 행복지수를 조사해온 이래 우리 청소년들의 행복 체감도 순위는 늘 바닥권이다.

여기에 또다른 조사 결과가 겹쳐지면 청소년들이 겪는 현실의 참담함은 더욱 확연해진다.

청소년 자살율은 OECD에서 부동의 1위다.

국가의 미래를 책임질 세대가 집단 우울증에 빠져있는 셈이다. 성적 스트레스와 그로 인한 부모·사회와의 갈등이 아이들의 행복감을 박탈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국가와 사회가 아이들에게 사과하고 용서를 구해야 할 이 치욕적인 진실은 철저하게 외면돼왔다. 조사할 때마다 낯뜨거운 결과가 되풀이 됐지만 아이들에게 행복을 되찾아주자는 정책적 의제를 내걸고 진정으로 대책을 고민한 정권은 없었다.

무능한데다 메마르기까지 한 정치는 표가 없는 청소년들의 하소연에 귀를 가울이지 않았다.

중고생 80%가 학교를 `전쟁터'에 비유했다는 한 설문결과는 대한민국 청소년이 행복하지 않은 이유를 단적으로 웅변한다.

나를 제외한 동급생 모두가 잠재적 대입 경쟁자이자 추월해야 할 적들이라는 얘기다.

학교는 학부모들의 전쟁터이기도 하다. 그들의 전쟁터에서는 고가의 사교육비를 감당할 수 있는 재력과 자녀의 스펙을 대신 쌓아줄 능력을 갖춘 부모들이 선두를 질주하는 레이스가 펼쳐진다. 박 장관은 과거 경찰 수사를 받은 불법 입시컨설팅 학원에서 두 아들의 생활기록부 상담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이 정도는 돼야 명함을 내밀 수 있는 곳이 학부모들의 각축장이다.

장관과 교육부가 먼저 할 일은 취학연령 낮추기가 아니라 학생들이 행복한 학교를 만드는 것이다. 우선 답이 정해진 문제풀이식 시험과 석차 매기기가 전부인 학교에 창의적 인재들도 숨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재능을 키울 기회를 제공하기 바란다.

사교육에 밀리는 공교육 수준을 높이고 학생들의 역량과 노력을 공정하게 평가할 엄정한 기준을 마련하는 것도 절박한 과제다.

학교가 개혁되면 학부모들이 먼저 취학연령을 낮춰달라고 요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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